정부와 한국은행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안간힘이지만, 최근 4년간 이미 물가가 오를 대로 오른 상태라 올해 전망치 수준의 물가 상승도 서민들에겐 큰 고통이란 지적이 나온다.
29일 통계청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누적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6%다.
하지만 이미 물가상승의 고통이 누적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올해 한은의 전망대로 물가가 오른다면 4년간 누적 물가상승률은 14.49%가 된다. 평균적으로 4년 전에 1만원으로 살 수 있었던 제품을 사는 데 약 1만1500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는 전례가 없는 고물가 고통이기도 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물가상승률은 4.7%에 달했지만 이듬해인 2009년(2.8%) 곧장 2%대로 내려왔고, 2010년(2.9%)도 3%를 넘지 않았다. 또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누적 물가상승률은 15.78%로 최근 4년과 맞먹는 수준이다.
누적 물가에 대한 우려는 금리 인하 시기를 저울질하는 한은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지난 20일 퇴임한 조윤제 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퇴임을 앞둔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면서 "빨리 (물가가) 내릴수록 누적 상승률이 낮아지면서 통화 가치가 안정된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동 확전 리스크로 올해 물가상승률이 3%를 웃돌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물가상승률을 시나리오별로 점검해본 결과 높게는 3.0%까지 상승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현경연은 현 상황이 유지되는 기본 시나리오로 2.7%를 제시했는데 이는 한은 전망치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2022년 물가가 5.1% 올랐고, 지난해 3.6% 올랐으니 올해 3% 초반대만 올라도 누적으로는 물가가 엄청나게 오른 것"이라며 "고물가로 인한 고통은 전 국민이 받는 것이기 때문에 추가 금리 인상을 통해서라도 물가를 빠르게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