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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드론 배터리 업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불황 탈출' 활로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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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드론 배터리 업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불황 탈출' 활로 기회로

치열한 내수 경쟁에 파산 위기 직면했던 소규모 업체들, 전장 수요에 '활력'
"러시아 대규모 주문 확보"…中 수출 통제 '배터리' 비포함, 틈새 공략
2022년 8월 2일, 우크라이나가 구매한 DJI 매트리스 300 RTK 드론 30대가 공개된다. 이후 중국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대한 드론 판매를 단속했다.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2022년 8월 2일, 우크라이나가 구매한 DJI 매트리스 300 RTK 드론 30대가 공개된다. 이후 중국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대한 드론 판매를 단속했다. 사진=AP/뉴시스
치열한 국내 경쟁으로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중국의 소규모 드론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뜻밖의 '생명줄'을 찾았다. 중국 광둥성의 여러 회사들은 전장에서 사용되는 드론용 배터리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에 판매하며 사업이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둥관에 본사를 둔 한 배터리 회사의 영업 담당자는 닛케이 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우리는 러시아로부터 수억 위안(수백억 원) 상당의 대규모 주문을 확보했다"며 "러시아 공무원이 주문 접수 전 제품 품질 확인을 위해 우리 시설에서 현장 검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거래 최종 사용자의 기밀 유지를 위해 두 계층의 거래자를 통해 거래가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전쟁 전에 많은 배터리 제조업체가 심각한 재정적 압박에 직면했고 일부는 폐쇄 위기에 처했지만, 전쟁은 예기치 않게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수익 구조는 극적으로 변화했다"며, 이전에는 국내 판매가 사업의 60~70%를 차지했지만 이제는 해외 수요가 전체 판매의 70~80%를 주도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불하는 사람에게' 판매하기 때문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드론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한 DJI와 같은 중국 드론 대기업이 시장을 지배함에도 불구하고, 소형 드론 배터리 업체들은 여전히 중국 내에서 생존할 공간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DJI는 ATL, CATL-ATL 합작사인 Ampace Tech, Sunwoda Electronic, Zhuhai CosMX Battery와 같은 회사에서 제조한 배터리와 자체 기술 개발 모델을 결합하여 사용한다.

지난해 9월 중국은 자국에서 생산된 드론과 엔진, 적외선 이미징 장치, 합성 개구 레이더, 레이저, 관성 측정 장치, 무선 통신 장비 등 핵심 부품에 대한 수출 통제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도입했다. 이 조치는 2023년 6월 7kg 이상의 장거리 드론 수출을 양국에 제한한 이전 규제에 이은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제한 조치는 드론 배터리를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5월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키이우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대한 드론 판매를 중단하고 러시아에 대한 드론 수출은 계속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하루 300~350대의 드론을 생산할 능력을 구축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하루에 100대의 장거리 드론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광둥성에 본사를 둔 또 다른 배터리 회사의 영업 담당자는 닛케이 아시아에 중국의 생산 능력이 매우 견고하여, 직원 수가 200명 미만인 회사임에도 일주일 이내에 수천 개의 배터리를 납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드론 배터리는 600, 800, 1000, 1200밀리암페어시(mAh) 용량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선전의 대다수 상인들은 전쟁 이후 드론 배터리를 거래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22년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드론은 분쟁에서 점점 더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양국은 서로에 대한 드론 공격을 강화했으며, 러시아는 지난 두 달 동안 탄도 미사일 공격뿐만 아니라 하룻밤 사이에 많은 수의 드론 공격을 가해 민간인 사상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드론 산업은 지난해 다양한 정부 정책 덕분에 급격히 성장했는데, 이는 중국이 '저고도 경제'를 전략적으로 중요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여러 성과 도시에서 총 200억 위안(약 3조8000억 원) 규모의 저고도 경제 산업 기금을 조성했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현재 중국 전역에 2만 개 이상의 드론 운영 기업이 있으며,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약 2100억 위안(약 40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5% 증가했다. 중국의 핵심 제조 중심지 중 하나인 광둥성은 국가 드론 공급망의 30% 이상을 차지하며, 이 지방의 주요 산업 허브인 선전에는 거의 2000개의 드론 회사가 있다.

정부의 지원 속에 CATL, EVE Energy, Sunwoda와 같은 주요 배터리 제조업체는 eVTOL(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로 알려진 드론 유사 차량용 특수 배터리 제품을 출시했다. 이로 인해 드론 배터리에 대한 경쟁이 더욱 심화되었는데, 이 부문의 기술적 진입 장벽이 높지 않아 이미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의 많은 산업, 특히 전기 자동차 및 전자상거래 부문에서 이와 유사한 고통스러운 경쟁이 발생했다. 중국은 무자비한 관행을 엄중히 단속하겠다고 거듭 약속하면서, 무자비한 가격 전쟁이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한 수요가 중국 내 과잉 경쟁에 시달리던 소규모 드론 배터리 업체들에게는 새로운 활로를 제공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