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곳곳이 물에 잠기고, 도로가 유실된 가운데 1천300명이 넘는 주민이 호우를 피해 인근 대피소 등으로 몸을 피했다.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4분께 경기 오산시에서는 고가도로 옹벽이 무너져내리면서 도로를 지나던 차량을 덮쳤다. 이 사고로 40대 운전자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날 오전 3시 59분께에는 충남 서산시 석남동 한 도로에 있던 침수 차량 안에서 50대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8개 시·도, 20개 시·군에서 421세대 주민 1천382명이 비피해로 일시 대피했다.
시설 피해도 이어져 옹벽 붕괴 1건, 도로 유실 2건, 교량 붕괴 1곳, 도로 유실 3건 등 7건의 공공시설 피해가 났다.
세종 양안지하차도와 아산의 남동지하차도는 물이 계속 유입돼 물을 빼내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경기 안산에서 주택 침수 1건, 화성에서 사유지 옹벽이 무너져 내리기도 했다.
이번 집중 호우로 교육현장도 차질을 빚었다.
17일 기준 충남지역 667개 학교가 휴업(482곳)이나 등교시간 조정(51), 단축수업(132), 원격수업(2)이 이뤄졌다.
일부 배편도 끊겨 목포-홍도 등 26개 항로·34척 운항이 중단됐다.
항공편도 46편이 결항됐고, 철도도 경부일반선(서울~대전역), 장항선, 서해선(홍성~안중역), 충북선(오송~공전역), 경전선(군북~함안역), 호남선(나주~고막원역) 등 76개 운행이 정지됐다. KTX 일부 구간은 열차가 서행하기도 했다.
21개 국립공원·519개 구간과 둔치주차장 69곳도 출입이 통제됐다.
전국에서 들어온 정전 신고는 29건(가구수 9천784호)으로, 이중 11건(4천802호)은 복구됐으나 나머지는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전날 0시부터 이날 오후 5시까지 지역별 누적 강수량을 보면 서산 419.6㎜, 홍성 418.9㎜, 세종(전의) 387.5㎜. 당진 378.0㎜, 공주 375.0㎜, 청양 369.05㎜ 등 충남지역에 많은 비가 내렸다.
남부지방에도 많은 비를 뿌려 광주 386.4㎜, 전남 곡성 옥과 357㎜, 담양 봉산 352.5㎜, 나주 292㎜ 등의 강수량을 보였다.
중대본은 17일 오후 집중호우가 계속되며 피해가 불어나자 풍수해 위기 경보 최상위인 '심각' 단계를 발령했다.
또 중대본 3단계를 가동해 부처와 유관기관의 비상대응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
중대본 3단계가 발령되기는 2023년 8월 제6호 태풍 카눈 이후 1년 11개월만이다.
김민재 중대본부장(행안부 장관 직무대행)은 "정부는 집중호우 상황에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대응할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께서도 집중호우 시 외출을 삼가고, 저지대·하천변·산사태 위험지역 등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은 접근을 자제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기상청은 19일까지 충청권과 경기 남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최대 300㎜ 이상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18∼19일 이틀간 예상 강수량은 광주·전남·부산·울산·경남 100∼200㎜, 충청 50∼150㎜, 전북과 제주 50∼100㎜, 수도권·강원내륙·강원산지·대구·경북 30∼80㎜, 제주북부 20∼80㎜, 울릉도와 독도 10∼60㎜, 서해5도와 강원동해안 5∼20㎜이다.
이정경 기자 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