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28억 달러 계약 성사...K2 전차까지 93억 달러 대형 수출

2026년 초 실전 배치...기존 방공망 대폭 개선
이라크군은 지난 9월 한국에서 구매한 KM-SAM을 내년 초 운용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이번 도입으로 이라크가 보유한 미국산 중단거리 AN/TWQ-1 어벤저와 러시아산 팬치르-S1 시스템이 실질적으로 개선된다.
발표 직후 카심 알 아라지 이라크 국가안보보좌관은 이스라엘이 이란과 또 다른 공중전에서 이라크 영공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보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지난 6월 12일간의 이란과 전쟁 기간 중 이라크 영공을 반복해서 통과했으며, 6월 20일 이라크는 이스라엘 전투기 50대가 자국 영공을 침범했다고 유엔에 항의한 바 있다.
실효성 논란..."기술 한계로 상징 전력 그칠 수도"
전문가들은 이라크가 도입하는 8개 KM-SAM 포대가 제한된 효과만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위험 정보 회사 RANE의 라이언 볼 중동·북아프리카 수석분석가는 더 뉴 아랍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전투기나 드론이 우연히 이라크 영공에 진입하면 바그다드가 최소한 그런 항공기를 목표로 삼아 위험을 조성하고 행동 변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라크 영공 주권 확보를 향한 한 걸음이지만, 실제로 이스라엘 침해를 막아 하늘을 봉쇄할 만큼 강해지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지정학 컨설팅 회사 TAM-C 솔루션즈의 쳉 사그닉 분석책임자는 "이 시스템들이 상징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이라크가 첨단 군사기술을 운용할 기술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라크 F-16 전투기들이 유지보수와 숙련된 인력 부족으로 대부분 작동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운명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미국 입장이 핵심 변수..."워싱턴 승인 없이 공격 어려워"
이스라엘이 이라크 KM-SAM을 공격하거나 이라크가 침입하는 이스라엘 항공기에 이를 사용할지는 미국 입장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그닉 분석책임자는 이라크 내 이스라엘 표적을 두 가지로 구분했다. 그는 "인민동원군(PMF) 요소와 그들 자산은 이스라엘이 공격할 수 있는 열린 표적"이라면서도 "방공 포대는 워싱턴 청신호 없이는 이스라엘이 접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청신호는 미래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미국 작전을 방해하기 위해 이 포대가 배치될 때만 올 수 있으며, 바그다드는 그렇게 하기를 주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달 26일 유엔 연설에서 이란이 지원하는 이라크 내 민병대를 언급하며 "그들은 여전히 억제되어 있다"면서 "지도자들이 이스라엘을 공격한다면 역시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PMF 관계자 모하메드 알 프레이지는 "이스라엘은 우리 조직 역량 일부만 봤을 뿐"이라며 대응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반발했다.
이란 지원 민병대 표적 가능성..."28억 달러 투자 위험 노출"
지정학 컨설팅 회사 호라이즌 인게이지의 알렉스 알메이다 안보분석가는 더 뉴 아랍에 "이스라엘이 이란으로 가는 공중 통로를 열어두기 위해서라도 KM-SAM을 제거하거나 근접 드론 공격으로 방해 공작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그다드가 실제로 이스라엘 항공기와 교전해서 새로운 주력 방공 시스템을 위험에 빠뜨릴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트뤼키예가 2019년 러시아에서 도입한 첨단 S-400 미사일 시스템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치 압력으로 6년째 창고에 보관된 사례도 우려 요인이다. 사그닉 분석책임자는 "이라크 정부는 이런 한계를 알고 있으며 28억 달러 투자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란이 이 포대를 역설계하거나 자체 인력을 배치해 이란 방공망 일부로 운용하려 할 경우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그닉 분석책임자는 "이 경우 이번 도입 의미가 정치 상징을 넘어 이스라엘 국가 안보 위험으로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라크는 K2 전차 250대를 65억 달러(약 9조 원) 규모로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 전문매체 아미 레커그니션은 지난 13일 이라크가 연말까지 최종 도입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KM-SAM과 K2 전차 도입이 모두 성사되면 한국 방산업계는 이라크에서만 총 93억 달러(약 13조 2000억 원) 규모 수출 실적을 거두게 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