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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TSMC, AI 열풍 업고 ADR 프리미엄 23년 만에 최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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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TSMC, AI 열풍 업고 ADR 프리미엄 23년 만에 최고치

엔비디아·애플 등 AI 칩 주문 쇄도…실적 기대감 고조
해외 투자자, 대만 현지보다 낙관…"AI가 기업가치 재평가 이끌 것"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인공지능(AI) 시대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대만 TSMC에 세계 투자 자금이 급격히 쏠리고 있다. AI 반도체 수요 폭증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미국 시장에 상장된 TSMC 주식예탁증서(ADR)의 프리미엄이 2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TSMC가 2025년과 2026년에도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산업을 이끌며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굳건한 믿음이 반영된 결과다.

15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TSMC의 ADR은 50일 이동평균 기준으로 대만 타이베이 증시에 상장된 본주(普通株)에 견줘 2002년 이래 가장 높은 프리미엄에 거래되고 있다. 올해 들어 TSMC ADR은 50% 올랐으며, 같은 기간 대만 현지 주가는 36% 오르는 데 그쳐 수익률 격차를 벌렸다.

이러한 프리미엄 확대는 세계 투자자들이 엔비디아를 비롯한 수많은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의 핵심 반도체를 수탁생산하는 TSMC의 독보적 위상에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통상 ADR은 본주와 서로 바꿀 수 있어 가격이 연동되지만, 대만 주식을 ADR로 바꾸려면 규제 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ADR에 웃돈이 붙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프리미엄 격차는 이러한 기술적 요인을 넘어 AI 열풍에 힘입은 기업가치 재평가(리레이팅) 가능성을 알리는 강력한 신호라고 분석한다.

지난주 발표된 TSMC의 분기 매출이 시장 예상을 웃돈 데 이어 16일 장 마감 후 공개될 실적은 주가 상승을 이끌 새로운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AI가 이끄는 '반도체 특수'


TSMC를 향한 낙관론의 중심에는 AI가 있다. 세계 AI 투자 열풍 속에서 TSMC는 엔비디아 같은 주요 고객을 위한 칩 수탁생산 업체로서 독보적인 자리를 굳혔다. 최신 아이폰 모델에 들어가는 첨단 칩에 대한 애플과 엔비디아의 강력한 주문은 물론, AI 칩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의 차세대 '블랙웰' 아키텍처 파운드리 서비스까지 도맡으면서 TSMC의 생산 라인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TSMC의 오랜 고객사인 브로드컴이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대규모 AI 칩 공급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투자 심리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AI 기술이 데이터센터를 넘어 여러 산업으로 퍼지면서 TSMC의 최첨단 공정에 대한 수요가 더욱 탄탄해질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JP모건 체이스는 TSMC의 데이터센터 AI 수요가 튼튼하며, 2026년까지 최첨단 웨이퍼 수요가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AI 열풍이 최첨단 장비 수요를 이끌고 있다고 밝힌 점 역시 TSMC에는 긍정적인 신호다.

지정학 위험에도…"성장 동력 충분"


시장의 기대감은 옵션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블룸버그 자료를 보면 TSMC ADR의 추가 상승에 돈을 거는 콜옵션 가격은 하락에 돈을 거는 풋옵션에 견줘 올해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물론 일각에서는 단기 과열과 미·중 무역 전쟁 같은 지정학적 위험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찰스 슘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이번 실적 발표의 핵심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TSMC가 반도체 소재와 장비 공급망에 앞으로 있을지 모를 영향을 어떻게 줄일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우려에도 시장은 AI 수요가 위험 요인을 압도할 만큼 강력하다고 판단한다. AI 거품 논란 속에서도 TSMC의 기업가치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현재 TSMC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7배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안의 상당수 기업에 견줘 낮은 평가를 받는다.

렉스 첸 타이베이 캐피털 인베스트먼트 트러스트 펀드매니저는 "TSMC의 전망을 좋게 본다"면서 "TSMC가 올해 매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32~34% 수준으로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에서 TSMC를 가장 큰 비중으로 담고 있다.

첸 펀드매니저는 "AI 적용 분야가 넓어짐에 따라 올해와 내년 TSMC의 성장 전망을 확신한다"면서 "현재 AI의 발전은 애플이 아이폰3나 아이폰4를 내놓았을 때처럼 여전히 초기 단계에 지나지 않아 장기 성장 동력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TSMC ADR의 이례적인 프리미엄은 AI 투자 열풍과 주요 고객사의 굳건한 수요, 미국 시장의 거래 편의성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세계 정보기술주에 대한 평가절하 우려와 미·중 무역 위험은 앞으로 주가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 남아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