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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韓 전략 비축기지에 원유 저장 확대… 호르무즈 위기 속 ‘에너지 동맹’ 굳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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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韓 전략 비축기지에 원유 저장 확대… 호르무즈 위기 속 ‘에너지 동맹’ 굳힌다

아람코-석유공사 협력 심화, 국내 비상 공급 완충력 강화와 亞 정유 시장 지배력 확대
UAE·쿠웨이트 이어 사우디까지 걸프 생산국 ‘울산 허브’ 총집결… 긴급 구매권 확보
나프타 최대 수입국 韓 석유화학 기반 보호… 호르무즈 지정학적 원료 리스크 정면 돌파
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의 전략석유비축(SPR) 시설 내 원유 저장 용량을 전격 확대하기로 했다. 사진=사우디 아람코이미지 확대보기
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의 전략석유비축(SPR) 시설 내 원유 저장 용량을 전격 확대하기로 했다. 사진=사우디 아람코
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의 전략석유비축(SPR) 시설 내 원유 저장 용량을 전격 확대하기로 했다. 이로써 한국은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강력한 에너지 공급 완충력을 추가로 확보하게 되었으며, 사우디는 아시아에서 가장 정유 산업이 활발한 한국 시장을 거점으로 동북아시아 내 지배력을 한층 강화하게 됐다.

최근 아랍 현지 언론 엔터프라이즈AM 보도 등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대한민국 정부는 석유, 가스, 정유, 석유화학, 에너지 투자뿐만 아니라 원유 파이프라인 인프라, 혁신 기술 및 디지털 전환 전반을 아우르는 포괄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사우디가 아시아 시장과 가장 가까운 한국 땅에 더 많은 원유 배럴을 전진 배치하는 것이다.

‘상업용 재고’ 겸 ‘비상용 보루’… 울산 저장 시설 활용한 윈-윈(Win-Win) 메커니즘


이번에 확대되는 원유 저장 방식은 구조가 명확하면서도 한국의 에너지 안보에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주는 구조다.

한국 영토에 보관되는 사우디 원유는 평시에는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Aramco)가 아시아 전역에 판매하기 위한 상업용 재고로 기능하지만, 중동발 공급망 마비 등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한국 정부가 즉각 꺼내 쓸 수 있는 ‘비상 대체 수단’이 된다.

앞서 지난 2023년 아람코는 한국석유공사(KNOC)와 울산 저장 시설에 530만 배럴의 사우디 원유를 보관하는 5년 장기 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한국은 해당 물량에 대한 '긴급 구매권'을 보유해 왔다. 이번 협정은 이 같은 성공적인 모델을 한 단계 더 확장한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글로벌 석유 시장 전략가이자 전 오닉스 그룹 연구 책임자인 해리 칠린기리안의 분석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걸프 지역의 원유 및 콘덴세이트 생산업체들은 자체 영토 내에 물류 목적 외의 대규모 저장 용량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즉, 사우디는 부족한 저장 기지를 한국에서 확보하고, 한국은 대규모 원유를 비용 없이 안방에 쟁여두는 상호 이익을 취한 셈이다.

UAE·쿠웨이트 이어 사우디까지… 걸프 산유국들의 ‘동북아 허브’가 된 한국

한국의 비축기지를 활용하는 전략은 사우디가 처음이 아니다. 이미 아랍에미리트(UAE)의 에너지 대기업 아드녹(Adnoc)이 한국석유공사와 유사한 모델을 구축해 동북아시아 시장의 교두보를 마련했으며, 공급 중단 시 한국에 최우선 공급권을 부여했다.

쿠웨이트 역시 유사한 조건으로 울산에 400만 배럴의 원유를 저장하는 2년 협약을 체결해 가동 중이다. 이로써 걸프 지역의 핵심 산유 3국이 모두 한국을 최고 전략 요충지로 선택하게 됐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중동 지역의 군사적 혼란과 호르무즈 해협 위기 속에서 국내 정유업계의 원유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중동 리스크가 불거진 이후, 우리 정부는 연말까지 중동 생산국 및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할 수 있는 카자흐스탄 등으로부터 총 2억 7,300만 배럴의 원유를 선제적으로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는 홍해 항구를 통해 선적되는 5,000만 배럴의 물량과 연말까지 한국 기업에 추가로 2억 배럴을 우선 공급하겠다는 산유국들의 약속이 포함되어 있다.

원유 의존도 70%, 아시아 최대 나프타 수입국의 ‘생명선’ 보호


이번 사우디와의 원유 저장 확대가 한국의 경제에 가지는 의미는 절대적이다. 한국은 세계 주요 원유 수입국 중 하나로, 올 초(1~2월) 기준 전체 원유 수입량의 무려 70%를 중동산 배럴에 철저히 의존하고 있다.

특히 한국 경제의 중추인 석유화학 기반은 지정학적 위기에 극도로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S&P 글로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플라스틱, 합성섬유, 합성고무 등의 필수 기초원료인 에틸렌을 만드는 ‘나프타’의 아시아 최대 수입국이다.

따라서 걸프 지역의 정세 불안이나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장거리 유조선 운항 차질은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 업계의 공장 가동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직접적인 원료 위험으로 직결된다.

사우디가 한국의 전략 비축기지에 원유 저장을 확장함에 따라, 대한민국은 글로벌 자원 민족주의와 통상 밸류체인 파편화 압박 속에서 산업 생명선을 지켜낼 강력한 방호벽을 구축하게 되었다는 평가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