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작 연대기(89)] 예술감독 홍선미, SDP 국제페스티벌서 춤의 예술성-연극의 서사성 유기적 결합
이미지 확대보기경연작들은 '신인류', '로봇, 쪼꼬미의 서울살이', '삐끗', '그렇게 우리는 사람이 된다', 'Jenga: 젠가?', '가이드라인' 등으로 인간과 AI, 효율성과 우연, 자유의지와 선택의 문제를 서로 다른 신체적 상상력으로 풀어낸다. '신인류'가 인간의 사고와 행위가 기계에 위임되는 시대의 정체성을 묻고, '가이드라인'이 데이터가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의 기억과 경험을 제시하며, '삐끗'이 불완전함을 인간 고유의 가능성으로 전환하는 방식은 작품 간의 주제적 연쇄를 형성한다. 이 작품들은 ‘AI 기술의 고도화에 따른 인간의 몸과 감정, 실수와 관계가 무엇으로 남는가’라는 질문에 귀결한다.
이번 축제의 국제적 시야는 스페인의 소니아 무르시아 몰리나, 태국의 린라다 아윤야라트룽그로이, 그리고 한국의 이기향·김예림·홍선미 등으로 구성된 국내외 예술감독진의 면면에서 드러난다. 현대무용과 무용교육, 공연예술 행정, 비평과 축제기획 등 서로 다른 전문 영역을 가진 인사들이 참여함으로써 젊은 안무가들의 작업을 단일한 미학적 기준이 아닌 다층적인 국제적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러한 심사 구조는 경연의 결과 자체보다 한국의 젊은 창작자들이 세계 무용계의 다양한 미학적 기준과 직접 접촉한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스라엘 야스민 가리브와 로템 사피르의 'Barely'는 현대무용과 에어리얼 후프를 결합하여 지상과 공중, 의존과 독립, 힘과 취약성 사이의 긴장을 신체적으로 드러내며, 태국의 라싸완 아디사이파라디와 니사꼰 분레르트는 전통춤 'Ram Sat Chatri'를 통해 태국의 문화적 신체성과 공동체적 움직임을 소개한다. 또한 하혜석의 '생명의 그물망, 춤추는 서울'은 개인의 몸을 넘어 서로 연결된 공동체와 서울이라는 도시의 생명성을 원형의 군무와 관계적 움직임으로 확장한다. 서로 다른 문화권의 전통·현대·공중곡예가 한 무대에서 만나는 이 구성은 SDP가 ‘국제’를 단순한 외국팀 초청이 아니라 서로 다른 몸의 문법을 충돌시키고 교섭시키는 예술적 장치로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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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SDP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젊은 안무가들에게 작품을 발표할 무대만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제적 예술가·비평가·교육자와 만날 수 있는 창작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데 있다. 특히 올해는 공연에 이어 국제세미나와 C-Talk을 마련하여 ‘AI 시대 예술가의 역할’을 안무가·평론가·해외 예술감독·연구자들이 함께 논의하도록 구성함으로써 공연과 담론의 분리를 넘어선다. 따라서 SDP는 무용을 완성된 작품으로 소비하는 축제에서 한 걸음 나아가, 작품이 질문을 생산하고 그 질문이 다시 다음 창작으로 이어지는 순환구조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SDP는 2017년 제1회, 2018년 제2회, 2019년 제3회, 2020년 제4회, 2021년 제5회, 2024년 제6회, 2025년 제7회를 거쳐 올해 제8회에 이르며 국제 교류의 폭을 넓혀 왔다. 스페인·러시아·일본·태국·루마니아 등 해외 안무가와 예술가를 초청하고 국내 창작자들에게 국제무대 연결의 기회를 제공해 온 과정은, 규모의 크기보다 작은 축제를 지속적으로 살아 있게 만든 운영의 축적이었다. 특히 매회 새로운 주제와 창작자를 발굴하면서 공연·심사·세미나·대화의 구조를 확장온 점은 SDP가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하나의 축제 브랜드와 창작 네트워크를 형성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최·기획진의 면면과 운영 철학을 살펴본다. 홍선미 총괄기획·예술감독은 삼육대 통합예술학과 교수, 한국댄스플레이협회 회장, 댄스시어터Nu 대표 등의 활동을 바탕으로 창작과 교육, 국제 교류를 축제의 한 구조 안에 결합시키고 있으며, 조직위원장 장석용은 예술평론과 문화예술 현장을 연결하고 있다. 이만주 상임고문과 류명옥 운영위원장, 강애란·이지희·백연 운영위원, 황혜선·하혜석 국내초청위원장, 윤석문 홍보위원장, 정미영·윤정아 학술위원장, 정유진 코디네이터 등 다양한 분야의 인력이 축제의 실무와 예술적 방향을 분담하고 있다. 이는 SDP가 예술감독의 미학적 방향, 조직위원회의 운영력, 학술·홍보·국제교류 기능을 결합하는 협업형 축제 구조를 구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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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SDP가 앞으로 국제페스티벌로서 더욱 깊은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외 초청의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국내 젊은 안무가들의 작품이 국제적 담론과 실제 교류로 이어지는 후속 구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경연에서 발굴된 창작자들이 해외 레지던시나 공동제작, 재공연, 국제 페스티벌 초청 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면 SDP는 ‘발표의 장’을 넘어 한국 창작자들의 국제 진출을 실질적으로 매개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다. 동시에 AI라는 거대한 화두를 노동·윤리·감정·신체·공동체의 문제까지 지속적으로 확장한다면 축제의 주제적 정체성도 한층 견고해질 것이다.
SDP의 가치는 화려한 국제성이나 작품 숫자가 아니라, 급변하는 시대에 젊은 몸들이 무엇을 느끼고 질문하는지를 기록하는 지속적 실천에 있다. 로봇과 인간, 효율과 우연, 개인과 공동체, 전통과 현대, 지상과 공중을 가로지르는 이번 프로그램은 춤이 동시대의 인간론을 신체로 사유하는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SDP가 지속되어야 할 이유는 또 하나의 국제 축제 유지 차원이 아니라, 기계가 점점 더 많은 것을 대신하는 시대에 인간의 몸이 스스로의 의미를 질문하고 세계와 관계 맺는 장소를 지켜내기 위해서이며, 그 지점에서 이 축제의 미래적 가치가 발생한다.
홍선미 예술감독은 삼육대 국제대학 통합예술학과 교수, 사)한국댄스플레이협회 이사장, 한국메타예술게이트연구소장, 댄스시어터Nu 대표로서 이집트, 러시아, 태국, 중국, 일본 국제페스티벌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그녀의 대표작은 '아내의 선언', '세 여자의 접시 쌓기', '바다에서 온 여자', '그녀의 잔상', '푸른 계곡의 꿈', '느릅나무 아래 욕망', '엄마의 항아리', '보이지 않는 날개짓', '웃는 남자'. '비너스의 외출', '파랑새, 날다'가 있다. 그녀는 SDP 국제페스티벌에서 춤의 예술성과 연극의 서사성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관객이 ‘공감하고 기억하는 무대’를 만들어내고 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SDP 국제페스티벌 조직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