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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산책(29)]-이옥봉의 깊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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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산책(29)]-이옥봉의 깊은 눈



한시산책(29)-이옥봉의 깊은 눈


깊은 눈(雪)




이옥봉 지음/장은조 옮김

閉戶何妨高臥客 폐호하방고와객
牛衣垂淚未歸身 우의수루미귀신
雲深山徑飄如席 운심산경표여석
風捲長空聚若塵 풍권장공취약진

渚白非沙欺落鴈 저백비사기락안
窓明忽曉㥘愁人 창명홀효겁수인
江南此日應梅發 강남차일응매발
傍海連天幾樹春 방해련천기수춘

은자에겐 닫아 건 문이 그 무슨 헤살(방해)이리오
누덕 옷 촛농 더께져도 立身(벼슬)치 못하느니
두터운 구름 비탈산길 방랑이언만
파(바)람 기세 분발이고도 오랜 곤궁 먼지처럼 덮였네

물가 모래 어슷(닮은) 눈밭이라 기러기도 떨어뜨릴 기만이어선
창 밝아 홀연 새벽은 시름시름 겁박하듯 오는구나
이즈음 강남이면 응당 매화(어사화) 만발하였으려니
하늘 잇닿아 지척 바다에선 몇 그루나 봄을 볼꼬


<別設>


눈(雪)은 오면 빗자루(彗혜)로 자주 쓸어야 한다는 뜻을 품은 것은
눈 깊어 사람의 왕래가 끊길까 꺼린 심정이 들어 있다.
차단과 고립을 회피하고픈 성정이 人世의 비롯일 터이니
은자가 은거한다 함은 쓰일 데 제대로 쓰이는 발탁을 전제함이다.
함에도 참고 기다릴 길 밖에 없는 은자의 涉世(섭세: 사람으로 세상에서 살아감)는
虛名(허명)의 티끌 세속을 빗자루처럼 쓸어버린 마당에 깃든다.


*高臥客(고와객)=隱者(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