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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고르는 전문가 '미모'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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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고르는 전문가 '미모'를 아십니까?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2520)]

[글로벌이코노믹=김영조 문화전문 기자] 세종실록 5년(1423) 2월 10일 다섯째 기록을 보면 “대궐 안에서 신분증을 차고 다닐 사람의 수는~”하고 시작합니다. 여기에서 보면 당시 요리와 관련된 사옹원에 소속된 실제 노비는 250여 명이 넘었다고 나옵니다. 또 조선시대의 기본법전인 경국대전(經國大典)에 보면 사옹원에서 요리 관련 일을 하는 노비의 숫자는 400여 명이었지만 잔치가 있게 되면 그 수는 더 늘어났다고 하지요.

▲ 쌀을 고르는 미모(米母), 물 끓이는 탕수탁반(湯水托飯) /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이 기록에는 요리 관련 직책의 이름들이 나오는데 고기 요리를 담당한 별사옹(別司饔), 찜 요리 전문가 탕수증색(湯水蒸色), 채소요리 전문가 채증색(菜蒸色), 굽는 요리 전문가 적색(炙色), 밥 짓는 반공(飯工), 술을 담그는 주색(酒色)들이 있습니다. 특히 재미난 것은 물 긷는 수공(水工), 물 끓이는 탕수탁반(湯水托飯), 쌀을 고르는 미모(米母), 상차림 전문가 상배색(床排色)도 있지요.

여기서 우리는 수라간에서 요리 하는 일이 얼마나 분업화되고 전문화되어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 각 수라간에 배치된 미모(米母)와 떡 전문가 병모(餠母)를 빼면 수라간 전문가 절대 다수는 남지였음이 확인됩니다. 요즘은 요리가 여자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예전에는 오히려 그 반대였던 모양입니다. 지난 시절 우리 겨레가 어떻게 살았는가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난 일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