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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211)]제12장, 개벽의 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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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211)]제12장, 개벽의 징조

봄은 빠르게 지나갔다.

청명(淸明)까지 계절로는 봄인데, 작년의 혹독한 추위가 남아돌아 겨울인지 봄인지도 모르게 한 계절을 훌쩍 넘겼다.
그래도 천지기운은 추위 속에 따뜻한 바람을 함축해 싹을 돋아나게 하고 꽃을 피우기는 하였다. 그러나 눈비가 잦은데다가 찬바람 때문에 농작물의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몇 백 원하던 배추 한 포기 값이 오천 원을 넘을 정도니 다른 작물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게다가 청명을 지나 입하(立夏)가 되자, 그리도 잦던 비가 뚝 그쳤다.

작년의 여름보다 더한 더위까지 기성을 부려서 애써 다시 심어놓은 밭작물이 성장을 멈추고 비비꼬이도록 여위어가기 시작했다. 바다 건너 가깝고 먼 나라에서는 화산이 폭발해 그 연기가 하늘을 뒤덮어 비행기를 날지 못하게 하고, 지진으로 수천 명의 목숨이 매몰되는 사고도 연이어 일어났다. 그리고 또 어떤 나라는 때 아닌 폭설로 집이 무너지고 길이 막히는가 하면, 폭우가 쏟아져 인간이 세운 문명이라 자부하던 것들을 모두 쓸어가기도 하였다.

그런데, 한민족의 나라에 이 무슨 청천벽력 같은 날벼락인가!?

어떤 연유에서인지 서해 바다를 순찰하던 해군 군함이 폭파돼 수십 명이나 몰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들을 구조하려다가 목숨을 내놓은 영웅적인 한 군인, 그리고 군인이 아니어서 자기들과 무관한 어부들도 단지 동족이란 피의 흐름이 시키는 대로 고기잡이배로 구조에 참여했다가 돌아가는 바닷길에서 풍랑에 좌초돼 모두 목숨을 잃었다.

뿐만 아니라 거센 바람을 무릅쓰고 사명을 다하다가 그만 날개 짓을 멈춘 헬기가 추락해 그 바다에 생명을 던진 군인들........! 쉰 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간 통곡의 바다! 감히 뉘가 그 속에 목숨을 던져 넣었는가?
북쪽의 제일 높은 곳에 앉은 권력과 탐욕의 화신들이었다. 또 전쟁을 일으켜 이익을 보려는 흉악한 자들이 음모의 이빨을 드러냈음이 분명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일어난다면 어찌할까? 한 번 재미에 맛을 들였으니 두 번 저지르기는 쉬울 터, 그리되면 더 많은 목숨이 위태로울 텐데.........!

그리 생각한 한성민은 생각의 깊이를 더해갈수록 근심이 깊었다.

“올해 큰 재앙이 올 것이라 걱정하시더니 정말 그렇군요!”

밤 TV뉴스를 듣고 있던 그녀가 그제야 남편의 예언이 생각나 화들짝 놀랐다. 그는 3년 전부터 해마다 금년을 걱정했었다.

“재앙은 금년부터 내후년까지.......모르긴 해도 3년간 연이어 올듯 한데 금년이 큰 걱정이오.”

“예?”

“아직은 아무것도 묻지 말아요. 내가 하자는 대로만 하면 될 테니.......지금은 가뭄이 걱정이지만 늦은 여름과 가을에 태풍과 홍수가 크게 일어날 것이오.”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가 이내 말문을 닫은 그는 문득 날씨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그녀는 무슨 큰일이 벌어질 것을 예감한 남편의 깊은 속내가 궁금했으나 언젠가 알게 될 것이라 한 말이 생각나 굳이 캐묻지 않았다.

하지만 농사일은 여간 걱정이 아니어서 물었다.

“어쩌지요? 금년 농사 다 망치면?”

“하늘이 내리는 재해를 인력으로 어찌하겠소. 그저 최선을 다해 피해를 줄이는 수밖에!”

“정말 세상을 다스리는 분이 계시다면 인간을 이롭게 해주실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