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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美, 기술전쟁에서 화웨이 이겨도 중국 꺾기 힘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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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美, 기술전쟁에서 화웨이 이겨도 중국 꺾기 힘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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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관계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이 사실상 두 강대국의 첨단기술 패권 전쟁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5월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테크놀로지와 자국 기업들 간 거래를 금지하면서 이런 분석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조치가 오히려 중국의 토착 기술 혁신을 자극해 중국의 첨단 기술 강국 부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중국 인터넷 대기업 텐센트홀딩스의 공동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마화텅은 "미중 간 무역전쟁이 기술전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가 자체 인프라와 핵심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중국은 디지털 경제 시대에 성장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은 지난 25일 첫 자체 인공지능(AI) 칩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기술 산업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의 미국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려는 중국 기업들의 움직임에 알리바바도 동참한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국 기업들이 이른바 '플랜B'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역설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규제 조치가 중국을 기술 초강대국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 시진핑 주석의 '중국제조 2025' 정책에 오히려 추진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포브스는 31일(현지 시간) 중국이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기술격차를 빠르게 줄일 수 있는 몇 가지 요인들을 분석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먼저 세계 유수의 기술 기업들이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들과 협력할 가능성이다.

미국은 2018년 세계 최대의 수입국의 자리를 유지했지만 2위인 중국과의 격차가 크지 않다. 전 세계 수입시장에서 미국의 점유율은 13%, 중국은 11%다. IMF에 따르면 향후 2~3년 내 중국이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 등을 돌리기 어려운 이유다.

또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업체가 깊이 개입하고 있는 공급망 체계에 의존해 있다. 애플의 경우 작년 기준 200개 부품 공급업체 가운데 41개 업체가 중국업체로 미국(37개) 보다 오히려 더 많다.

또 중국업체들이 다른 나라 공급업체 생산에 얼마나 관여하고 있는지 측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가능하더라도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에 대한 미 행정부 제재의 허점도 꼽았다. 미국의 수출 관리 규정에 따르면 미국 기업은 자국 영토에서 제조하지 않고 미국 부품이나 기술이 25%이하로 포함된 제품에 대해선 화웨이에 납품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강력한 요소로 중국이 토착 기술 혁신을 위해 역동적이고 성공적인 생태계를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중관촌은 중국 명문 대학인 베이징대와 칭화대와 인접해 있다. 중국판 실리콘밸리는 이외에도 선전과 청두 등 여러 지역에 수십 곳이나 더 있고 각 지역마다 스마트폰, 로봇산업, 첨단 반도체 개발 등에 수천개의 신생기업들이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은 2018년 벤처 투자 유치에서 미국을 앞질렀고 상하이증권거래소는 미국의 나스닥과 같은 역할을 하는 스타마켓을 얼마 전 개설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를 꺾을 순 있을 지 모르지만 중국과의 기술전쟁에서 이기기엔 중국의 영향력이 너무 커졌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김환용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khy031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