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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반도건설, '10% 부채비율' 기반 '디벨로퍼' 역량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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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반도건설, '10% 부채비율' 기반 '디벨로퍼' 역량 키운다

부산서 '반도유보라'로 성장, 작년 매출 7900억대 시공능력 13위 '전국구'로 도약
50주년 맞아 토지매입·인허가·시공 망라 자체사업 역점 '종합부동산개발' 포부
한진그룹 '反조원태' 무산됐지만 막대한 주가 시세차익 기대로 '유일한 승자' 평가

미국 LA중심에 들어서는 ‘The BORA 3170’ 투시도. 사진=반도건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LA중심에 들어서는 ‘The BORA 3170’ 투시도. 사진=반도건설
최근 경제와 산업계에서 웬만한 국내 대형 기업들보다 회사명이 자주 오르내리는 중견기업 한 곳이 있다. 바로 연간 매출액 7900여억 원대(2019년 기준)의 반도건설이다. 계열사를 통해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을 꾸준히 늘리며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어 세간의 주목을 끌었기 때문이다.

반도건설은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기존 주택 분양사업을 주력으로 구도심 개발, 대행개발, 빌딩매입 등으로 사세를 키운 반도건설은 중견업체로서 대기업인 한진그룹 경영권에 개입하는 과감한 행보를 보이는 한편, 도시정비사업, 자체사업까지 아우르는 등 ‘반세기 업력’을 기반으로 디벨로퍼(종합 부동산개발업체)의 위상 강화에 나서고 있다.
◆수도권 분양 성공으로 ‘전국구 건설사로 격상…낮은 부채비율로 재무 건전성↑

반도건설은 토목·건축, 주택건설사업을 목적으로 지난 1980년 부산에서 설립돼 현재 서울 강남 테헤란로(반도홀딩스)에 본사를 두고 있다. 지주회사인 반도홀딩스가 반도건설과 반도종합건설을 자회사로 거느리며 지분 100%를 갖고 있다.

1970년 하숙집 건설을 시작으로 건설업에 뛰어든 반도건설 창업주인 권홍사 회장은 1980년 부산에서 반도건설의 전신인 태림주택으로 출발했다. 이후 1999년 ‘반도보라빌’로 수도권 주택시장에 진출했고, 2006년에는 아파트 브랜드 ‘반도유보라(U보라)’를 앞세워 전국구 건설사 반열에 올라섰다.

반도건설의 ‘유보라’는 권홍사 회장이 장녀 권보라씨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자식을 키우는 마음으로 아파트를 짓겠다’는 권 회장의 강한 주택사업 경영철학이 담겼다.

2011년 권홍사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반도건설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공고히 하며 실적 성장세를 이어갔다. 반도건설의 시공능력평가순위(시평)는 유대식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은 2011년 63위를 시작으로 2017년 27위까지 뛰어올랐다.

특히, 삼성물산 주택사업부 전무 출신인 박현일 부사장이 2017년 3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반도건설의 시평 순위는 수직상승했다. 2018년과 2019년 시공능력평가에서 나란히 12위, 13위를 차지하며 대형건설사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10위권 진입을 노릴 수 있는 턱밑까지 도달해 있다.
매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5년간 반도건설의 매출액은 2015년 8115억 원에서 이듬해인 2016년 1조 원을 훌쩍 뛰어넘은 1조 3312억 원을 기록한데 이어 2017년 1조 9303억 원으로 2조 원대 돌파를 눈앞에 두는 듯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고강도 집값 안정 규제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2018년 1조 5662억 원을 주춤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015년 707억 원을 시작으로 ▲2016년 1920억 원 ▲2017년 3530억 원 ▲2018년 3029억 원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7951억, 994억 원으로 급감하면서 2015년 실적 수준으로 되돌아가 위기감이 감돌기도 했다. 주택시장 침체로 그룹 차원에서 자체분양 물량과 계열사 발주물량을 줄인 것이 매출액과 영업익 감소로 이어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타 경쟁사 대비 낮은 부채비율은 반도건설의 경쟁력을 돋보이게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반도건설도 주택사업 호황을 누리던 2015년 말 대규모 자체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부채비율이 204%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후 부동산 활황기를 타고 각 현장의 분양과 입주가 이어지면서 두둑한 자금 실탄을 확보한 반도건설은 ‘부채 줄이기’에 주력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반도건설의 부채비율은 ▲2016년 168.5% ▲2017년 61.1% ▲2018년 26.2% ▲2019년 상반기 16.8%를 기록하며 재무 건전성이 크게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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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서 ‘디벨로퍼 역량’ 과시…“올해 사업다각화 원년 삼는다”

창립 50주년의 반도건설은 올해를 사업다각화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규제 정책과 코로나19에 따른 실물경제 타격으로 최근 주택공급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같은 사업다각화 전략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반도건설은 올해 초 국내건설사의 해외 불모지인 미국 주택시장으로 진입에 성공했다. 국내 주택시장 침체 국면 속에서 신시장 개척에 나선 값진 성과로 평가받았다.

지난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중심가에 ‘더 보라(The BORA) 3170’ 주상복합건물 착공에 들어간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LA 한인타운 중심가에 지하 1층~지상 8층 252가구 규모의 아파트와 상가로 구성된 주상복합을 짓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 1억 2000만 달러(약 1419억 원)로, 오는 2022년 5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도건설의 해외 개발사업은 2011년 두바이 ‘유보라 타워’ 이후 9년만이다. 두바이 유보라타워 프로젝트는 총 사업비 5억 달러 규모로 국내 기업 최초로 중동에서 진행한 개발사업이었다.

LA 주상복합건물 프로젝트는 권 회장이 직접 공을 들인 사업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권 회장은 지난 2011년 두바이 유보라타워 완공 뒤 다음 해외개발 프로젝트를 줄곧 물색해 왔다. 오는 2028년 올림픽개최 등 대형 개발호재가 있는 미국 시장을 눈여겨 본 그는 LA를 비롯해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 여러 지역을 돌며 시장 인프라, 인허가‧행정절차,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해 왔다.

이후 반도건설은 미국사업 테스크포스(TF)팀을 꾸려 약 2년에 걸친 시장조사 끝에 지난해 7월 토지를 매입했고, 연초에 공사 첫 삽을 뜨게 됐다. 국내 건설사가 미국에서 토지 매입부터 인허가, 시공과 공급까지 직접 추진하는 사례는 드물다.

반도건설은 국내에서도 주택을 기반으로 한 개발사업을 활발히 전개 중이다. 최근 총 3만3853㎡ 규모의 천안시 두정역세권 우성사료 공장부지와 천안모터스 부지를 매입한 것이다. 회사 측은 이 곳에 아파트 7개동, 총 617가구와 근린생활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반도건설은 기존 택지지구 주택사업 외에도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지식산업센터, 토목‧공공개발사업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반도건설은 지난 2018년 서울 공공지원민간임대(옛 뉴스테이) 아파트와 성남고등지구에서 첫 지식산업센터 분양에 나섰으며, 지난해에는 쌍문역 청년주택, 상봉역 주상복합 프로젝트,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명동지구 산업단지 공사 수주에 성공했다.

신사업 추진과 더불어 반도건설은 올해 기존 회사의 강점인 분양사업도 활발히 전개할 방침이다. 반도건설은 올해 서울을 포함한 전국 11개 사업장에서 총 7347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올해 분양물량은 택지지구 주택사업과 함께 도시정비사업, 지식산업센터 등 다양한 사업형태를 포함한 것이 특징이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올해는 기존 주택사업 뿐만 아니라, 도시정비사업, 지식산업센터 등 다양한 사업이 예정돼 본격적인 사업다각화가 이뤄질 전망”이라며 “변화하는 부동산 시장에 발맞춰 폭 넓은 포트폴리오를 준비해 온 만큼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뛰어 넘을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도건설이 수주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명동지구 산업단지 조감도.(반도건설)이미지 확대보기
반도건설이 수주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명동지구 산업단지 조감도.(반도건설)

◇ 반도건설, ‘한진칼 분쟁’ 완패에도 웃을 수 있는 이유

반전에 반전이 거듭됐던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완승으로 막을 내린 가운데 반(反) 조원태 연합 편에 섰던 반도건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반도건설은 지난해 10월 계열사인 대호개발과 한영개발, 반도개발을 통해 한진칼 지분매입에 적극 나서며 한진칼 지분 5% 이상을 취득했다. 이후 한진칼 지분율을 16.9%까지 끌어올리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모펀드 KCGI와 ‘3자 연합’을 결성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치열한 경영권 싸움을 벌였다.

최근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서 3자 연합이 완패하면서 반도건설 역시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반도건설이 이번 한진칼 경영권 분쟁 사태의 ‘유일한 승자’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먼저, 반도건설이 한진칼 경영권 확보 문제와는 별개로 막대한 주가 시세 차익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반도건설이 계열사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확보한 지난해 10월 한진칼 주가는 당시 2만 원대 후반에 머물렀으나 올해 3월 최고 9만 6000 원까지 치솟았고, 코로나19 충격을 받은 이후 최근에는 8만 4800원 안팎에 머물고 있다. 반도건설 입장에서는 적어도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의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기업홍보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한진그룹 경영 참여를 선언한 이후 반도건설은 경제·산업계뿐만 아니라 국민들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았다. 동시에 자사 아파트 브랜드 ‘유보라’도 언론에 집중 거론되며 인지도 알리기에도 성공했다는 평가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이 주총 이후에도 끝나지 않은 장기전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KCGI는 정기주총 이후 한진칼 주식 36만 5370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아직 자금 여력이 있는 반도건설도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