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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스포츠 24] 토트넘 ‘가짜 9번’ 케인의 진화…골잡이와 찬스 메이커 만능형 CF 새로운 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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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스포츠 24] 토트넘 ‘가짜 9번’ 케인의 진화…골잡이와 찬스 메이커 만능형 CF 새로운 경지

이번 시즌 토트넘에서 ‘가짜 9번’으로서 손흥민(왼쪽)에 절대적인 도움을 주며 새로운 경지의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는 만능형 공격수 해리 케인(오른쪽).이미지 확대보기
이번 시즌 토트넘에서 ‘가짜 9번’으로서 손흥민(왼쪽)에 절대적인 도움을 주며 새로운 경지의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는 만능형 공격수 해리 케인(오른쪽).

■ 존재감 높은 역습에서 패스를 공급하는 ‘가짜 9번’

마르코 판 바스텐(1980~90년대 초 AC밀란과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활약)이 세 번째 발롱도르를 수상했을 때 요한 크루이프(70년대 아약스, 바르셀로나,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활약. 감독으로서도 수많은 타이틀을 획득)는 “지금보다 조금 내려간 포지션에서 제2의 피크를 맞이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판 바스텐은 태클에 의한 상처가 낫지 않고, 거듭되는 수술에 싫증이 나서 29세에 은퇴해 버렸다. FIFA(국제축구연맹)가 백 태클에 엄정 대처하라는 통보를 내린 것은 판 바스텐을 은퇴시켜 버린 상황을 바꿔야 한다고 통감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반 바스텐의 2막을 볼 수는 없었지만, 이런 느낌일 것으로 보이는 플레이를 최근 보고 있다. 그런 플레이를 하는 선수는 바로 토트넘의 공격수 해리 케인(잉글랜드)이다. 어느 모로 보나 만능형 정통 센터포워드(CF)였던 케인은 웬일인지 토트넘에서 가짜 CF가 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올 시즌 토트넘은 조제 무리뉴 감독이 조금 특이한 싸움을 하고 있다. 크게 변화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결정적 변화일 것이다. 수비라인이 페널티 지역 바로 앞까지 후퇴했을 때 볼란치(수비형 미드필더)의 피에르 에밀 호이베르그, 무사 시소코가 센터백과 사이드백(SB) 공간을 채우는 것이다.

둘 다 내려갈 때 볼 사이드의 볼란치만 내려갈 때가 있지만 어차피 상대방이 쓰고 싶은 하프 스페이스(사이드와 중앙의 중간)를 미리 채운다. 그 때문에 토트넘의 포백은 이 당길 단계에서는 5백 혹은 6백으로 되게 된다. 미드필더가 수비수 라인에 흡수되는 것은 예로부터 악수로 알려져 있었다. 아무리 라인을 조밀하게 해도 그 앞이 열려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론 무리뉴 감독에게는 빈틈이 없고 수비라인 앞 공간에는 4-2-3-1의 최전방 공격수 탕귀 은돔벨레가 확실히 자리를 잡는다. 은돔벨레는 원래 볼란치 선수라 수비력이 탄탄하다. 은돔벨레와 호이베르그 또는 시소코로 위험지역을 커버한다. 이것으로 부족하면 CF의 케인도 이에 가세한다.

반면 측면 손흥민과 스테판 베르흐베인은 잘 물러서지 않는다. 그들도 수가 모자라면 수비에 가담하겠지만 옆 공간은 이미 SB 등 수비진이 커버하고 있어 물러설 필요가 별로 없다. 그러면서 상대 볼에 대해 버스가 옆구리에 주차하는 모양새지만 거기로부터의 역습에는 예리함이 있다. 볼을 빼앗으면 손흥민과 베르흐베인이 빠른 발을 이용해 상대 수비수의 뒷 공간을 노린다. 거기에 정확한 패스를 공급하는 것이 해리 케인이다.

■ 해리 케인은 아직도 진화하고 있는 만능형 CF

이른바 폴스 나인(False 9·가짜 9번)이 언제나 가짜일 수는 없다. 원조 폴스 나인 아돌포 페데르네라에게서 역할을 이어받은 알프레드 디 스테파노는 9번으로서도 강력했다. 페데르네라는 전 인사이드 FW, 디 스테파노는 전 윙어로 확실히 각각의 출신이 정통 CF는 아니었지만, 디 스테파노의 경우는 득점력이 뛰어난 데다 플레이메이커로서도 발군인 재능이 남아도는 스타일이었다. (※아돌포 페데르네라=1940년대 아르헨티나 리버플레이트에서 활약.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아르헨티나 출신. 1950~60년대 레알 마드리드서 활약)

판 바스텐에게 폴스 나인을 권했던 크루이프는 디 스테파노의 재래로 불렸던 만능 공격수다. 크루이프 이후에는 프란체스코 토티(이탈리아 대표, 로마에서 활약)가 가짜 9번을 부활시켰다.그 뒤에는 이 역할을 다른 차원으로 한 리오넬 메시가 있다.

해리 케인은 메시 이전의 폴스 나인에 가깝다. 토티와 비슷한 추월당하는 CF다. 질주하는 윙을 쫓아 상대 수비수는 내려간다. 그때 케인은 윙과 함께 뛰지 않는다. 떨어지는 상대 수비수와 떨어지는 상대 미드필더 사이에 쏙 들어가 그곳에서 볼을 중계해 윙 코앞에 구족이 긴 패스를 공급한다.

디 스테파노와 비슷한 시절 1950년대 융성을 자랑했던 헝가리의 CF였던 난도르 히데구티가 케인을 가장 닮았을지 모른다. 질주하는 윙어 페렌츠 푸스카스와 산드로 코치슈에게 커브와 백 스핀이 좋은 패스를 공급하고 있었다.

다만 히데구티도 오리지널 포지션은 이너다. 토티도 순수 CF가 아니라 크루이프나 디 스테파노 혹은 미카엘 라우드룹(덴마크 대표로 1980~90년대 유벤투스,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약)도 그랬다. 현재 가짜 9번으로 뛰고 있는 리버풀의 로베르토 피르미누도 분데스리가에 있을 때는 미드필더였다.

그런 점에서 케인처럼 정통 CF로서 이 역할을 한 선수는 찾아보기 어렵다. 만약 판 바스텐이 30세를 앞두고 은퇴하지 않았다면, 현재의 케인과 같은 스타일이 되었을 것다. CF로서의 케인은 CF 판 바스텐과 매우 닮았다. 장신에다 스피드도 좋고 리치가 길고 볼 테크닉도 뛰어나다. 포스트워크, 공중전, 드리블 슛 등 뭐든지 가능한 다재다능형 CF다. 이 둘에게 CF로서 부족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CF로 완전히 안정되지 않는 것을 가지고 있다. 판 바스텐이 발휘하지 못하고 끝나버린 환상의 플레이를 지금 케인이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케인과 손흥민의 핫라인은 아마 현재 세계 최고의 콤비일 것이다. 케인과 손흥민이 있기에 무리뉴 감독은 수비면에서 뻔뻔스럽게 대형버스를 페널티 지역 입구에 세울 수 있었던 것이다.

7세에 아스널의 육성 팀에 들어간 케인이지만, 본인도 가족도 토트넘의 팬이었다고 한다. 토트넘의 팬이 아스널에서는 필시 기분이 나빴던 것이 틀림없다. 11세에 염원하던 토트넘 유스 팀으로 옮긴 것만 봐도 그렇다.

소년 시절의 케인은 키도 크지 않았고 발도 빠르지 않았다. 포지션도 미드필더였다. 이어 갑자기 키가 컸지만 헤딩은 잘하지 못했다는 것. 하지만 작은 선수로서 몸에 익힌 테크닉, 주위를 보는 습관, 두뇌적인 플레이가 기초가 되어있는 것은 현재의 케인을 보면 알 수 있다. 힘으로 하는 플레이가 없다.

이윽고 헤딩도 무기가 됐다. 공격수로 컨버트돼 만능형 CF가 된 셈인데 만능인데도 완성되는 느낌이 없다. 신경지를 개척한 현재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아직 진화가 멈추지 않는 모습이다. 거의 완벽한데도 완성되지 않은 것이 케인의 무시무시함이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