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마음을 치유하는 영화(5)] 한국엔 '나홀로 집에' 같은 성탄절 영화가 왜 없을까

공유
0

[마음을 치유하는 영화(5)] 한국엔 '나홀로 집에' 같은 성탄절 영화가 왜 없을까

성탄절 단골 외화 '나홀로 집에'.이미지 확대보기
성탄절 단골 외화 '나홀로 집에'.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한국에서는 성탄절 전후로 '나홀로 집에'라는 외국 영화가 거의 매년 안방을 독차지한다.

다양한 캐롤송 만큼이나 성탄절 특수를 겨냥한 많은 감동적인 영화가 제작되면 좋을 것 같은데 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영화제작사나 투자자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는 영화보다 잔혹한 살인이 난무하는 범죄수사물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영화 장르의 대중적인 선동성이나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한국 영화도 살인보다는 감동을 가장 소중한 가치로 삼아야 할 것이다. 특히 성탄절 전후 개봉하는 작품이라도 말이다.

성탄영화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 영화계에 이를 위한 신선한 시도가 있었다. 김흥선 부장은 수년 전 야심작으로 영화를 준비했다고 한다.

당시 회사 리더가 직원들에게 책을 선물하고 어느 날 갑자기 책 내용을 물어본 후 대답에 따라 인물를 평가했다. 그런데 성탄절을 소재로 한 소설책을 읽고 감명을 받은 리더는 그 책을 직원들에게 선물했고 그중 많은 사람들이 내용에 공감하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리더의 평가 때문이 아니라 그 내용이 주는 메시지 덕분에 입소문이 났고 실제로 많이 읽혔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생존경쟁의 각박한 세상에서 점점 퇴화되어 가는 눈물샘을 자극하고 사람들의 감정을 건드렸을까?

그것은 아내였다. 그리고 용서였다.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사랑과 용서를 한 것이다. 죽어가는 아내가 남편에게,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찬 아들이 아버지에게, 조금 더 들어가 보면 남편은 오로지 가족을 위하여 사업을 일으키고 온갖 악행을 저지르며 사업을 키웠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원래 목표였던 가정은 소외되고 버려졌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사회적 저명인사가 된 남편은 우연한 사건으로 기억에서 잊혀진 아내가 숨어서 자신을 도왔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돈이 주는 쾌락에 빠져 가장 가까운 주위사람들을 해치고 살았음을 문득 깨닫게 된다.
그는 피해를 끼친 사람들의 명단을 만든다. 그리고 잘못했다고 생각한 사람들 순서대로 찾아가 사과하고 보상하기 시작한다. 이미 죽었거나 찾지 못하는 사람도 많았다. 맨 마지막으로 아내를 찾아간 남편. 그녀가 평생 한순간도 그에 대한 사랑을 잊지 않았음을 알게 되고 그녀는 남편 품에서 세상을 떠난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눈이 내리고 있다.

한국영화계 역시 상업적 가치만을 추구하지 말고 그동안 잃어버린, 아니면 잊어버린 가치를 찾아서 이번 크리스마스를 계기로 돌아왔으면 한다. 언제나 관객들은 기다리고 있다.

악덕 사업가였던 남편이 아내의 품으로 어떤 계기로 돌아왔는지 아름다운 순백으로 펼쳐진 화이트 크리스마스 영상 속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우선 확인되길 고대한다. 망원시장에서도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퍼진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