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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하이브리드 집중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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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하이브리드 집중 늘어

포드·GM 등 전기차 모델 출시 줄줄이 연기
공화당 "구매 강요" 지적…환경단체도 실망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전기차 전환 규제 완화가 향후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전기차 전략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전기차 전환 규제 완화가 향후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전기차 전략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사진=로이터
전기차 전환이 11월 대선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로 부상한 가운데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지난 3월 20일 새로운 전기차 전환 규제안을 발표했다.

이는 최근 각종 통계 자료에서 전기차 성장이 둔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가 결국 전기차로의 전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음을 재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4일(현지시각) 디트로이트뉴스는 이러한 상황에서 포드 등 일부 자동차 제조사들이 변화된 규정에 맞춰 빠르게 투자를 조정하며 시장에 적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PA의 새로운 자동차 규제는 오는 2032년까지 미국에서 자동차 회사들이 판매하는 신차의 56% 이상이 전기차(EV)여야 하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및 기타 부분 전기차는 13% 이상이 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처음 제시됐던 전기차 목표치인 67%보다 낮아진 수치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이번 규정 완화에 대해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이 현실화됐다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EPA의 새로운 규정 확정 이후 포드, GM, 스텔란티스를 비롯한 여러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전기차 모델의 출시를 연기하고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포드는 온타리오주 오크빌 공장의 대형 전기 SUV 생산 계획을 당초 계획보다 2년 늦춰진 2027년으로 연기했다. 테네시주에 짓고 있는 공장도 원래 예정보다 1년 늦은 2026년부터 전기 픽업트럭을 생산할 예정이다. 지난해 포드는 전기차 부문에서 이자와 세금을 제외하고 47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지만, 휘발유 및 하이브리드차 부문은 75억 달러의 이익을 기록했다.

GM, 메르세데스-벤츠 등의 업체들도 전기차 시장에서 수익성을 높이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기차 관련 계획을 연기하고 있다.
반면, 환경 단체들은 새로운 규정이 탄소 배출량 감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전기차 전환 목표치가 당초보다 낮아진 점에 대해 실망감을 표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전기차 전환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공화당 의원들은 정부의 이러한 규정 발표에 대해 시장에 대한 지나친 개입과 전기차 구매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심지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당선될 경우, 취임 첫날 전기차 지원정책을 폐지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규제 완화는 향후 전기차 시장과 소비자들의 구매 형태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 전환 속도를 조절함에 따라 일시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더욱 둔화하고, 하이브리드 차에 대한 수요 급증을 초래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이후 하이브리드 차의 판매량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포춘 비즈니스인사이츠는 지난 2022년 전 세계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 규모를 약 2279억 4000만만 달러로 평가했다. 또 2023년 2718억 달러를 기록한 하이브리드차 시장이 2030년까지 4439억 1000천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연평균 성장률(CAGR)이 7.3%에 달하는 것으로, 하이브리드 차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국내 시장에서도 하이브리드 차의 판매량은 2019년 10만4112대에서 2022년 21만1304대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최근 5년간 판매량은 거의 3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하이브리드차가 전기차로의 전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여전히 부족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 또한 하이브리드 차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