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폐쇄로 세계 에너지 20% 막혀… 브렌트유 22% 폭등·연준 금리 인하 '안갯속'
가치주·방산주·배당 ETF에 뭉칫돈… 월가 "S&P 500 지금 팔면 후회한다"
전쟁 비용 최대 148조 원·미 국가 부채 4경 8900조 원… 채권시장 '시한폭탄' 경고
가치주·방산주·배당 ETF에 뭉칫돈… 월가 "S&P 500 지금 팔면 후회한다"
전쟁 비용 최대 148조 원·미 국가 부채 4경 8900조 원… 채권시장 '시한폭탄' 경고
이미지 확대보기배런스는 지난 6일(현지시간) 이란 전쟁이 가져올 재정적 파급 효과와 투자 전략을 집중 분석했다.
이미지 확대보기브렌트유 22% 폭등… 1990년 이후 38번째 대규모 유가 충격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결정적 변수다. 작전 개시 이후 이 해협은 사실상 통항이 막혔으며, 세계 석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20%가 한꺼번에 발이 묶였다. 국제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는 배럴당 90달러(약 13만 3800원)에 바짝 다가서며 저점 대비 22% 치솟았다.
도이체뱅크 분석에 따르면 이번 유가 급등은 1990년 이후 역대 38번째 규모의 충격으로 기록됐다. 과거 사례들과 비교해 결코 작지 않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유가가 10달러 오를 때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0.2~0.4%포인트 추가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충격은 한국 경제에 더욱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한국은 에너지의 약 95%를 수입에 의존하며, 그 가운데 상당 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원유 수입 단가 상승은 제조업 원가를 끌어올리고, 무역수지를 압박하는 방향으로 파급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석유화학업체들은 이미 원가 부담 확대에 대한 내부 점검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준 금리 인하 기대 급냉각… 달러 강세 속 신흥국 통화 압박
유가 급등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정책 경로에 즉각적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억제 기조를 이어온 연준 입장에서 유가발(發) 물가 재점화는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는 명분이 된다. 미국의 예측 베팅 시장 칼시(Kalshi)에서는 올해 금리 인하 횟수에 대한 기대치가 급격히 낮아졌으며,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 달러화 가치는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과 유럽 증시는 공습 개시 직후 이틀 동안 5% 하락하며 미국보다 큰 타격을 받았다. 배런스는 글로벌 공급망 충격이 미국 국내보다 해외 시장에 더 가혹하게 전달되고 있다고 짚었다. 달러 강세 국면에서 원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의 추가 약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국 금융 당국의 모니터링이 강화될 전망이다.
성장주 퇴조, 가치주 부상… 방산·배당 ETF에 뭉칫돈
지정학적 격변 속에서 월가는 시장 주도권의 판 이동에 주목하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과거 주요 유가 충격 사례들을 분석한 결과, 위기 발생 후 한 달 동안은 성장주보다 가치주와 배당주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패턴이 반복됐다.
유가 급등으로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에너지 기업, 그리고 전장에서 소진된 미사일 재고 보충이 시급해진 대형 방위산업체들이 가치주·배당주 펀드의 핵심 구성 종목을 이루기 때문이다. 실제로 뱅가드 밸류 ETF(VTV)는 최근 3개월 동안 S&P 500 지수보다 8% 높은 수익률을 거두며 투자자들의 대피처 역할을 하고 있다.
바클레이즈의 분석도 눈길을 끈다. 과거 주요 분쟁 발생 후 1년 시점에 소비재와 기술 업종이 선전한 반면, 에너지 업종은 오히려 부진했던 사례도 존재했다. 에너지 주가가 이미 고유가를 선반영해 고평가 상태에 들어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바클레이즈는 "지정학적 분쟁 1년 후 S&P 500 지수의 평균 수익률이 12%에 달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성급한 전량 매도보다는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훨씬 현명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주가수익비율(PER)이 낮고 안정적인 현금 배당을 제공하는 슈왑 미국 배당 ETF(SCHD)를 주식 시장 부진 국면에서 유효한 대안으로 꼽는다. 한국 시장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등 방산 대형주들이 글로벌 방산 수요 확대의 직접 수혜주로 부각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전쟁 비용 148조 원에 재정 적자 2815조 원… 채권 시장 '시한폭탄'
군사적 성과와 무관하게 천문학적 전비(戰費)는 미국의 장기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는 뇌관으로 부상했다. 현재 이란 전쟁에 투입되는 비용은 최소 500억 달러(약 74조 원)에서 최대 1000억 달러(약 148조 원)로 추산된다.
숫자가 보여주는 '비용의 비대칭'은 충격적이다. 적이 3만 달러(약 4440만 원)짜리 저가 자폭 드론 한 대를 날려 보내면, 이를 막기 위해 1400만 달러(약 207억 원)짜리 사드(THAAD) 미사일을 발사해야 한다. 비용 격차가 467배에 달한다.
의회예산국(CBO)은 미국의 올해 재정 적자가 1조 9000억 달러(약 2815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누적 국가 부채는 33조 달러(약 4경 8900조 원)에 달한다. 캐피털 알파 파트너스의 바이런 캘런 분석가는 "전투가 장기화돼 증시가 급락할 경우 미국이 휴전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현재의 막대한 적자 규모는 마치 한도를 초과한 신용카드 선불금처럼 미래 성장 잠재력을 잠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 나침반, 공포 앞에서 흔들리지 않으려면
전쟁이라는 변수는 시장 참여자 모두를 긴장케 한다. 그러나 역사는 일관된 교훈을 남겼다. 바클레이즈 데이터가 보여주듯, 지정학적 분쟁 이후 1년을 버틴 투자자들은 평균 12%의 수익률을 손에 쥐었다. 공포가 극에 달한 시점이 오히려 저점이었던 사례가 반복돼 왔다.
물론 이번 전쟁이 남긴 구조적 과제는 과거와 결이 다르다. 미국의 재정 여력 소진, 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 달러 강세에 따른 신흥국 압박이 겹쳐 있다. 단기적으로는 가치주·방산주 중심의 방어 포트폴리오로 진지를 구축하되, 미국 채권 시장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과 한국의 에너지 수입 비용 급증이라는 중기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하는 이중 전략이 요구된다. 공포는 주식을 팔게 만들고, 역사는 주식을 사라고 한다. 그러나 투자 판단은 결국 본인 책임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