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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절반 성희롱·횡령 등으로 ‘정직’ 징계받은 직원에도 급여 지급..건보공단은 급여의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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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절반 성희롱·횡령 등으로 ‘정직’ 징계받은 직원에도 급여 지급..건보공단은 급여의 90%

국회예산정책처, '2023 공공기관 현황' 보고서
공공기관 176곳, 정직자 임금으로 61억 지급...1곳당 3500만원 꼴
임금 지급비율도 문제...건보공단 '기존 월급의 90%'
전체 공공기관 2곳 중 1곳은 지난 5년간 성 비위와 공금횡령, 부정청탁 등을 저질러 정직 처분받은 임직원에게 여전히 보수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속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5년간 36명 직원을 상대로 징계를 내렸는데, 정직 기간에도 보수의 90%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지급액은 4억4065만원에 달한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전체 공공기관 2곳 중 1곳은 지난 5년간 성 비위와 공금횡령, 부정청탁 등을 저질러 정직 처분받은 임직원에게 여전히 보수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속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5년간 36명 직원을 상대로 징계를 내렸는데, 정직 기간에도 보수의 90%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지급액은 4억4065만원에 달한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전체 공공기관 2곳 중 1곳은 지난 5년간 성 비위와 공금횡령, 부정청탁 등을 저질러 정직 처분받은 임직원에게 여전히 보수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의 90%를 준 기관도 있다.

1일 국회예산정책처 '2023 정기국회·국정감사 공공기관 현황과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직무상 위반으로 정직 징계를 받은 직원에게 보수를 지급한 곳은 전체 공공기관 346곳 중 176곳(50.8%)에 달한다.

이들 기관의 총 보수 지급액은 61억3641만원으로 파악됐다. 1개 기관당 평균 3487만원을 지급한 셈이다.

특히 주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16곳은 2018년 이후 정직 징계를 받은 332명에게 총 21억원 상당의 임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기관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중소기업은행,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한국자산관리공사, 신용보증기금,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산업은행, 한국연구재단,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한국언론진흥재단,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국립공원공단,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이다.

자료=국회예산정책처이미지 확대보기
자료=국회예산정책처
정직 직원을 대상으로 급여를 가장 많이 지급한 기관은 건보공단이다.

건보공단은 지난 5년간 직원 36명에게 성희롱과 금품수수 등으로 정직 처분을 했는데, 정직 기간에도 보수의 90%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지급액은 4억4065만원에 달한다.

직원들의 징계 사유는 성희롱 10건, 개인정보 유출 및 열람 6건, 부적정 업무처리 5건, 근무태도 불량 5건, 관리감독 태만 3건, 사생활 부적절 2건, 음주운전 2건, 직장 내 괴롭힘 1건, 폭행 1건, 금품수수 1건이었다.

이중 동료직원 성희롱으로 정직 3개월 처분받은 A 직원은 해당 기간 동안 1870만원 가량 임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B직원은 금품 수수 이력으로 3개월간 정직됐는데도 불구하고 1552만원을 받았다. C직원은 채용 개입 등 권한 남용으로 정직 2개월 징계를 받았는데 이 기간 1408만원을 수령했다.
코레일도 각종 비위행위로 정직 징계를 받은 96명에 대해 총 3억552만원 보수를 지급했다.

특히 코레일은 2021년부터 2023년 3월까지 심각한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정직 처분된 5명을 대상으로 총 1억5949만원 급여를 지급했다. 이들은 근무지에서 무단 조기 퇴근해 보건소에서 PCR 검사를 받은 뒤, 결과가 나오기 전에 경마장에 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음주운전과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 사실 등으로 정직 처분을 받은 코레일 직원들 역시 급여를 받았다.

이 같이 정직 처분을 받은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임금 비율이 상당한 것은 해당 기관들의 자체 규정 때문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정직 직원에게 기준월 액의 80%까지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실제로 기본급의 60% 내에서 급여를 지급하고 있으며, 산업은행, 주택금융공사도 최대 40%까지 주고 있다.

한문희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지난 달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코레일은 각종 비위행위로 정직 징계를 받은 96명에 대해 총 3억552만원 보수를 지급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한문희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지난 달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코레일은 각종 비위행위로 정직 징계를 받은 96명에 대해 총 3억552만원 보수를 지급했다. 사진=연합뉴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정직은 파면과 해임, 강등 다음의 중징계다. 현행법 제80조3항은 ‘정직 처분받은 자는 그 기간 중 공무원 신분은 보유하나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보수는 전액을 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운용 지침에 따라 정직 처분을 받은 직원에게 해당 기간 중 보수 전액을 감액하도록 보수 규정을 정비할 것을 권고받는다.

하지만 이 같은 지침은 법적 강제력이 없을뿐더러 노사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공공기관들이 규정 개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건보공단은 정직 처분에는 보수의 90%를, 감봉 처분에는 보수의 95%를 각각 지급하는데, 지난 2012년 이후 관련 규정을 한 차례도 바꾸지 않았다.

공단 관계자는 “보수지급 규정을 변경할 때 직원들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근로기준법상 취업 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며 “최대한 정부지침, 국민정서를 고려해 노사협력체와 합의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도 “금융위원회 산하 공공기관도 정직 처분 시 보수 전액 삭감 방침을 적용하려 하지만 규정을 바꾸기 어렵다”며 “임금 관련 조항은 노사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바꾸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성 비위와 음주운전, 금품수수, 개인정보 유출 등 비위 행위로 정직 처분을 받은 직원에게 기존과 비슷한 임금이 지급된다는 사실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정직 처분이 ‘무노동 동일 임금’의 기회가 되어선 안 되므로 국민 눈높이에 맞춰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인턴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