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아·뚜레쥬르 등 대형 프랜차이즈, 현지화 전략으로 시장 공략 가속
광장가온·광화문 미진 등 전통 맛집, '진짜 한국의 맛'으로 현지인 입맛 사로잡아
광장가온·광화문 미진 등 전통 맛집, '진짜 한국의 맛'으로 현지인 입맛 사로잡아

초기 한류 열풍을 타고 프라이드치킨과 바비큐 식당들이 주도했던 시장은 이제 빵, 베이글, 페이스트리 등 디저트 분야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최근에는 냉면이 새로운 흐름으로 떠오르는 한편, 바비큐 역시 기존의 삼겹살 위주에서 벗어나 다양한 특수 부위를 선보이는 등 전문화, 고급화 경향이 뚜렷하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의 대형 외식 브랜드들도 싱가포르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패스트푸드 체인 롯데리아는 현지 식음료 기업 카트리나 그룹과 손잡고 2026년 2월 첫 매장 개점을 준비하고 있다. '32겹 티슈 브레드'로 유명한 뚜레쥬르는 2024년 12월 이슌 노스포인트에 1호점을 연 이후, 2025년 부킷 파소와 탕스 백화점 지하에 잇달아 매장을 열며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뚜레쥬르 측은 버터멜트 크루아상, 크림치즈 호두빵 등 한국의 최신 유행을 반영한 메뉴와 건강을 중시하는 현지 소비자의 성향을 고려한 제품 개발을 인기 비결로 꼽았다. 현지 의견을 반영해 마늘 페이스트리, 참치 치즈빵 등 짭짤한 메뉴를 강화하는 현지화 전략도 함께 펼치고 있다.
기존 브랜드의 변신도 눈에 띈다. 2008년 싱가포르에 한국식 프라이드치킨을 초기에 선보였던 '꼬꼬나라'는 모 브랜드인 '한식 다이닝 컬렉티브'를 통해 2025년 10월 다카시마야 푸드홀에 포장 전문점을 연다. 공동 창업자 이보영(35) 씨는 대표 메뉴인 프라이드치킨 외에 전복죽, 계란빵, 호떡 등 한국 길거리 간식을 선보여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포부다.
'진짜 한국의 맛'으로 승부…정통 한식 식당의 도전
단순한 유행을 넘어 K-푸드의 깊이를 경험하려는 현지 수요가 늘면서, '정통성'을 무기로 한 식당들이 주목받고 있다. 2025년 7월 15일 주얼 창이 공항에 문을 연 '광장가온'은 한식 연구가 박효순(65) 씨 가문의 4대째 내려오는 조리법을 바탕으로 한 음식을 선보인다. 대표 메뉴는 소고기 육수 칼국수인 곰국수($17.90), 24시간 이상 수비드 조리한 가온갈비($69.90), 모듬전($35.90) 등이다. 싱파이어 캐피털의 로슨 챈(50) 이사는 "싱가포르 소비자들은 안목이 높아 진짜 한국의 맛을 알아본다"며 "한국에서 직접 들여온 재료를 사용한 정통성과 편안함의 균형이 현지 고객들에게 통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히 들기름 막국수($21.90) 같은 생소한 메뉴가 예상 밖의 인기를 끄는 것은 새로운 맛에 대한 현지인들의 높은 호기심을 보여준다.
1954년 문을 연 냉면 명가 '광화문 미진'은 지난 8월 22일 파 이스트 스퀘어에 첫 해외 매장을 열었다. 2주마다 서울에서 직접 만든 메밀면과 간장 기반의 육수를 가져오는 점이 특징이다. 가쓰오부시, 멸치 등으로 우려낸 육수를 슬러시 형태로 제공해 쫄깃한 면과 함께 즐기도록 했다. 비빔 메밀국수($16), 들기름 메밀국수와 연어($20) 등이 대표 메뉴다. 창업주 탕자원(28) 씨는 "더운 싱가포르 날씨에 냉면이 주는 시원하고 만족스러운 균형감이 특별한 매력으로 다가갈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하루 300~350명의 고객이 찾는 등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전문화·다양화로 K-푸드 저변 확장
K-푸드는 이제 한식을 넘어 베이커리 카페, 고급 육류 문화까지 아우르며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24년 7월 강남에서 시작한 베이커리 카페 '스탠다드 브레드'는 한국식 빵 문화를 알리며 리조트 월드 센토사에 첫 해외 매장을 열었다. 30분마다 갓 구운 빵을 내놓는 방식과 크렘 브륄레 프렌치토스트($19) 등 브런치 메뉴가 인기다. 공동 창업자 제이슨 송(43) 씨는 "한국에서 브랜드를 경험해 본 싱가포르 고객들의 반응이 매우 뜨겁다"며 저녁 시간대 고객을 위한 메뉴 보강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텔록 에이어에 2024년 11월 문을 연 '감탄'은 '고급 정육'을 내세워 기존의 K-바비큐와 차별화를 꾀한다. 130가지가 넘는 한국식 소고기 부위를 장인과 협력해 제공하며 한국의 독특한 육류 문화를 싱가포르에 소개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명인 정육사가 직접 손질한 왕갈비($108), 두툼한 토마호크 삼겹살($39) 등이 인기를 끌며 하루 150~200명의 손님이 찾는다. 이든 김 대표는 "고기 손질 기술과 섬세한 식사 경험이 우리의 경쟁력"이라며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넘어 동남아 시장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중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들의 확장도 활발하다. 9월 중순 문을 여는 '고추'는 돼지고기로 속을 채워 튀긴 고추튀김($18) 등 독특한 메뉴와 함께 매주 한국에서 들여온 재료로 만든 수제 면 요리를 선보인다. 부기스+에 문을 연 '김치마마'는 5.90달러짜리 주먹밥부터 2~3인용 부대찌개($25.90)까지 합리적인 가격의 가정식 메뉴로 가족 단위 고객을 공략하며, 할랄 인증도 준비하고 있다. '명가 II 미니프레스'는 9월 22일 비샨 정션 8 푸드코트에 입점해 냉면, 돈까스 등 편안한 한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며 소비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예정이다.
이러한 K-푸드 열풍의 배경에는 새로운 맛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싱가포르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과 개방적인 분위기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건강과 행복을 중시하는 현지 흐름에 맞춰 담백하고 영양가 높은 메뉴를 강화하는 현지화 노력도 활발하다. 더불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역시 싱가포르를 포함한 동남아 시장에 우수한 품질의 한국 식재료 수출을 늘리고 K-푸드를 적극 홍보하며 저변 확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처럼 싱가포르 K-푸드 시장은 전통의 깊이와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다채로운 브랜드들이 등장하며 본격적인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