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특허청, 기아의 상표권 등록 승인…유효기간 10년 연장해 '장기 포석'
부품·윤활유 등 '애프터 마켓' 겨냥한 움직임…서방 제재 속 '끈' 놓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
부품·윤활유 등 '애프터 마켓' 겨냥한 움직임…서방 제재 속 '끈' 놓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
이미지 확대보기러시아 시장에서 공식적으로 철수한 것으로 알려진 기아(KIA)가 현지 당국에 브랜드 상표권을 새롭게 등록한 사실이 확인됐다. 유효 기간은 오는 2034년까지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기업들의 '엑소더스(대탈출)'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기아가 물밑에서는 러시아 시장 재진입을 위한 전략적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3일(현지 시각)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RIA Novosti) 통신은 러시아 연방 지식재산권청(로스파트·Rospatent)의 데이터베이스를 인용해, 기아가 신청한 'KIA' 상표권 등록이 이달 최종 승인됐다고 보도했다.
'철수' 선언 뒤 '상표권' 확보…2034년까지 10년 보장
리아 노보스티가 확보한 문건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 2024년 10월 로스파트에 해당 상표권 등록 신청서를 제출했다. 러시아 당국은 약 1년 2개월간의 심사 끝에 2025년 12월 등록 결정을 내렸다. 이번 상표권의 효력은 향후 10년, 즉 2034년까지 유지된다.
주목할 점은 이번 상표권의 적용 범위다. 기아는 이번 등록을 통해 러시아 내에서 ▲자동차 부품 ▲기술용 오일(윤활유 등) ▲전자 제어 시스템 등을 설계하고 판매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확보했다. 이는 완성차 판매 재개보다는, 우선적으로 기존에 판매된 차량에 대한 유지보수(AS) 시장을 공략하거나 브랜드 무단 도용을 막기 위한 방어적 조치로 풀이된다.
부품·윤활유 시장 겨냥…'애프터 마켓'부터 챙긴다
기아의 이번 행보는 표면적으로는 '시장 철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러시아 시장과의 연결 고리를 끊지 않으려는 고도의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전쟁 발발 이전 기아는 현대차와 함께 러시아 수입차 시장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최상위 포식자였다. 비록 지정학적 위기로 현지 생산 시설을 매각하고 공식적인 판매는 중단했지만, 이미 러시아 전역에 깔린 수백만 대의 기아 차량은 여전히 관리와 부품 공급을 필요로 한다.
이번 상표권 등록 항목에 '자동차 부품'과 '기술용 오일'이 명시된 것은 이러한 수요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병행 수입이나 위조 부품이 판치는 러시아 시장에서 'KIA'라는 브랜드의 지식재산권(IP)을 보호하고, 향후 시장 상황이 호전될 경우 즉각적인 사업 재개를 위한 '알박기'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완전 철수'는 없다…10년 뒤 노리는 장기 플랜
업계 전문가들은 '2034년'이라는 유효 기간에 주목한다. 이는 기아가 현재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진정되고 서방의 대러 제재가 완화될 시점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 브랜드들이 러시아 자동차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아로서는 브랜드 인지도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최소한의 법적·사업적 안전장치를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 2024년 10월이라는 신청 시점 또한 전쟁 장기화 국면에서도 기아가 러시아 시장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왔음을 방증한다.
결국 이번 상표권 등록은 기아가 러시아 시장에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눌렀을 뿐, '전원 끄기'를 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정치적 리스크로 인해 몸은 떠났지만, 브랜드와 법적 권리는 남겨두는 기아의 '전략적 모호성'이 향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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