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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446)] 시와 함께 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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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446)] 시와 함께 한 추억

15년 전 대학시절 가장 절친했던 친구가 정성스런 메시지를 담아 선물해 준 책을 다시 읽었다. 이해인 수녀님의 ‘사랑할 땐 별이 되고’라는 글모음집이다. 여기저기 밑줄이 쳐져 있는 것을 보면 그 당시에도 책을 받아 열심히 읽었던 듯한데 20대 초반에 50을 넘기신 이해인 수녀님의 삶에 대한 이야기와 시를 어떻게 이해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일기, 수필, 편지, 시로 이루어진 이해인 수녀님의 담담하고 소박한 삶의 이야기는 오랜만에 학창 시절을 회상하게 했다. 교장선생님을 비롯해 많은 선생님이 수녀님이셨던 중고등 시절에 미사와 기도는 내게 아주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선생님들에게서 눈물이 날 정도의 큰 사랑을 느껴보고, 삶에 대해 이런 저런 고민을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었던 나의 중고교 시절은 쓰라리면서도 아름다운 별빛으로 남아 있다. 나 또한 나의 아름다운 시절과 같은 큰 사랑과 함께 배움, 고민의 장을 주고자 하나 늘 자신이 없다. 너무 오랫동안 여유와 기도를 잃은 탓일까. 시간이 갈수록 이해인 수녀님의 글 속에 담긴 소박한 여유로움들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내가 하찮게 여기던 것들이 어쩌면 중요한 것들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주변을 자세히 돌아보려 퍽이나 애쓰고 있는 요즘이다. 교실에 있는 화분, 길가에 핀 풀 한 포기, 아이들 하나하나의 표정, 아이들의 시가 좀 더 잘 보였으면 좋겠다. 다음 구절처럼 파도가 멈추지 않는 섬과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처음으로 사랑하기 시작할 땐 차고 넘치도록 많은 말을 하지만, 연륜과 깊이를 더해 갈수록 말은 차츰 줄어들고 조금은 물러나서 고독을 즐길 줄도 아는 하나의 섬이 된다. 인간끼리의 사랑 뿐 아니라 신과의 사랑도 마찬가지임을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는 섬이 되더라도 가슴엔 늘 출렁거리는 파도가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메마름과 무감각을 초연한 것이나 거룩한 것으로 착각하며 살게 될까 봐 두렵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무엇보다 마음의 가뭄을 경계해야 하리라."
오여진 서울상원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