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그린 다양한 여인 초상화 중 단연 돋보이는 그림이 있다. 그의 아내이자 최고의 뮤즈, 잔느 에뷰테른(Jeanne Hebuterne)이다. 모딜리아니는 1917년 파리에서 19살의 소녀 잔느 에뷰테른을 만나게 된다. 부유한 집안의 아름다운 어린 딸 잔느와 가난하고 인정받지 못한 유대인 화가 모딜리아니의 만남은 시작부터 강렬했고 이내 뜨거운 사랑으로 발전했다. 보수적인 잔느의 부모님은 가난한 화가 모딜리아니와의 결혼을 반대하지만 둘은 함께 살기 시작했고 니스에 가서 딸을 낳게 된다. 니스에서 관광객들에게 그림을 팔아 생계를 이어 나가는 생활이 녹록치는 않았지만 둘은 행복했고 모딜리아니는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 다시 파리에 돌아와서도 열정적으로 작업에 매진했지만 경제적으로 힘든 삶은 계속되었다.
36세의 젊은 나이로 삶을 마감하고 나서야 모딜리아니는 유명해졌고 작품들은 많은 사랑을 받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의 그림들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모자를 쓴 채 턱에 손을 올리고 있는 잔느의 초상화, ‘큰 모자를 쓴 잔 에뷰테른(1918)’이다. 비록 모딜리아니는 단 한 번의 개인전을 열고 평생 가난과 지병으로 힘든 삶을 마감했지만 그의 뮤즈이자 마지막 사랑이었던 잔느는 그렇게 그의 그림 속에서 신비한 표정으로 영원히 존재하게 되었다. 스무살의 풋풋한 모습으로 사랑을 간직한 채 영원히.
이들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는 이미 다수의 영화와 연극에서 다루어 진 적이 있다. 전시를 봤으니 그의 삶을 그린 영화를 한 편 찾아보아야겠다. 위대한 예술가의 이름과 아름다운 작품들. 그 뒤에는 열렬한 사랑과 뜨거운 예술혼으로 가득한, 그림보다 아름다운 이야기가 존재하는 법이니 말이다.
강금주 이듬갤러리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