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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맛]“채소‧과일만 있으면 꽃이 되고 鶴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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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맛]“채소‧과일만 있으면 꽃이 되고 鶴이 됩니다”

[한국의 맛-야채조각 아티스트 이정훈 조리장]


“채소‧과일만 있으면 꽃이 되고 鶴이 됩니다”


야채조각으로 한식의 맛과 함께 시각적 아름다움도 선사


풍성한 식재료의 한식은 프랑스 요리에 버금가는 세계화 가능

▲ 이정훈 '어머니가 차려주는 식탁' 조리장/사진=홍정수 기자
[글로벌이코노믹=노정용기자] 소설가 양귀자 씨가 마포구 서교동 홍대 피카소 거리옆에 오픈한 ‘어머니가 차려주는 식탁’에 지난 2000년 막내로 입사, 조리실장 자리에 오른 이정훈 조리장(38)은 요리계의 아티스트로 통한다. 수박, 호박, 단호박, 양파, 당근 등 각종 채소와 과일이 그의 손을 거치면 아름다운 조각 작품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서울 세계음식박람회(2003)에서 채소조각으로 금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는 요리를 단순히 미각을 즐기는 차원을 넘어 시각적 즐거움까지 선사함으로써 사람을 기쁘게, 행복하게, 웃게 만든다. 한식, 양식, 일식 등 중식을 빼고는 두루 다 경험을 해본 끝에 한식이 최고라고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한식 요리와 어울리는 채소조각을 개발하고 한국적인 음식 담음새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자신을 소개하는 명함의 한 귀퉁이에 ‘한 끼 밥의 아름다움을 위해 존재합니다’란 문구를 넣어 한껏 예술가적 기질을 발휘하고 있는 이정훈 조리장을 만나 야채조각과 한식에 대해 대담을 나눴다. <편집자 주>



-‘어머니가 차려주는 식탁’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어머니가 차려주는 식탁’은 현대사회에서 바쁜 일과에 쫓겨 살아가다 자칫 가벼이 여길 수도 있는 한 끼의 소중함을 위해 노력하는 음식점입니다. 상호명에서도 엿보이다시피 모든 손님에게 이 세상의 어머니들이 차려주시는 마음과 똑같은 마음으로 정성들여 요리를 대접하고 그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늘 노력하고 있지요.”

-2002년과 2003년 서울 세계음식박람회 채소조각 부문에서 각각 동상과 금상을 수상하셨는데, 채소조각이란 무엇인가요?


“채소조각이란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접하는 무, 당근, 호박, 수박등을 이용하여 다른 음식(주 요리)을 더욱 매력적으로 또는 우아하게 표현하는 동시에 예술적인 면까지 부각시키는 예술입니다. 채소의 성질과 모양을 이해하고 각기 가지고 있는 특성을 고려하여 꽃이나 동물, 상징물 등을 자유자재로 만들어내지요. 12년 전 ‘어머니가 차려주는 식탁’에 입사해 당시 조리실장으로 계시던 남기석 선배로부터 중식에서만 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식자재로 조각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때부터 틈만 나면 각종 야채와 과일로 조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실수 없이 단 한 번에 원하는 야채조각을 만들어내지만, 배우는 과정에서는 재료를 거의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망가뜨린다며 가족들로부터 많은 원망을 듣기도 했습니다.”

-한식 현장에서 체험한 우리 음식에 대해 평가한다면?


“사계절이 뚜렷하고 바다와 산이 근접해 있는 우리나라의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한식에 쓰이는 식재료는 무궁무진할 정도로 다양합니다. 또 우리나라는 특히 더 지역적 특색이 강하여 그만큼 알아가야 할 음식의 분야도 넓습니다. 선조들의 자연과 친화적이고 과학적인 식재료를 사용하는 방법 또한 세계화 추세에 전혀 뒤처지지 않습니다. 거기다 각 나라마다 음식에 쓰이는 양념이 있는데 한식은 양념도 다른 나라음식에 비해 더 훨씬 많고 다양합니다. 양념으로 단순히 소금, 설탕 뿐 아니라 우리 한식엔 장류와 젓갈류까지 있으니까요. 그 장류와 젓갈류가 선조들의 참으로 과학적이며 지혜로운 음식의 한 증거이기도 하고요. 우리 음식인 한식은 맛과 모양이 다양하며 살펴보고 알아갈수록 더욱더 과학적인 음식임을 알 수 있습니다.”

▲ 이정훈 조리장이 양파를 조각해 만든 등

-요리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는?


“어릴 때부터 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했고 그런 것들이 참으로 재미있었어요. 그래서인지 막연히 요리에 관심이 많았지요. 요리는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게 아니라 지역에 따라 또 자연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다양한 식재료를 가지고 사람들이 먹고 맛있어 하며 건강해질 수 있는 즐거운 분야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요리를 시작했고 요리를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더 발전하기 위해 연구하고 고뇌한 적은 있지만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어요. 저는 사람들이 제가 정성들여 만든 음식을 먹고 맛있어 할 때 가장 행복합니다.”

-중식은 조각 등으로 아름답게 장식을 하는 반면에 한식에서는 여간해서 조각을 보기 힘든데….


“그것이 지금 현재의 모습이긴 합니다만 저도 채소조각을 할 때 이런 점을 우려하여 좀더 한식에 어울리고 한식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줄 조각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우리 한식은 그 음식 자체가 다양하며 훌륭하지만 그런 요리들을 더욱 빛내주고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우리 한식과 잘 어울리는 조각품을 만들어 내기 위한 것이 제가 채소조각에 관심을 둔 첫 번째 이유였습니다. 그러기 위해 늘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으며 대회나 각종 모임, 행사에도 나가 채소조각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다양하게 노력하고 있어요. 앞으로 이렇게 한식에 채소조각이 어우러지는 것이 어색한 게 아닌, 채소조각이 한식을 더 아름다워 보이게 하도록 이 분야가 더욱더 발전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우선 한식을 만드는 요리사가 다양한 경험을 통해 먼저 자신감이 충만한 글로벌형 인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서양 요리로는 프랑스 요리가 대표적인 요리인데,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프랑스 요리를 하는 요리사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거기에 합당한 대우도 받고 있으며 그들 스스로도 요리를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프랑스의 온화한 지역적 특색으로 인해 풍부한 식재료로 다채로운 조리법과 조화를 통해 미묘한 맛을 이끌어 내어 프랑스를 문화대국으로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지요. 이렇듯 우리나라도 지형적 특성상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식재료가 참으로 다양하며 거기다 다른 나라엔 없는 우리 선조들의 과학적이며 지혜의 산물인 우리 전통 음식들인 김치, 장류, 젓갈 등이 있습니다. 이런 전통 음식들을 밑바탕으로 하여 다양하며 지속적인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한식도 프랑스요리에 버금가는 세계화에 동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요리는 미감을 넘어 오감을 만족시키는 세계입니다. 어떤 자세로 요리를 하고 계신지요?


“현대사회는 갈수록 스타일이 좋은 사람이 각광받고 있으며 우리는 스타일링과 함께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헤어스타일, 패션스타일은 이미 일상 통용어가 되었고 이 스타일링의 영역이 지칠 줄 모르고 넓어지고 있는 요즘,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푸드 스타일링까지 크게 각광 받고 있어요. 이런 사회분위기를 반영해 볼 때 사람이 음식을 먹는 일이란 것은 늘 반복되면서도 매일매일 꼭 해야 하는 일인데 이런 반복되는 먹는 일에서도 좋은 기억과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고 싶고 그 추억거리를 위해선 일반적이지 않은 경험을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그런 취지에서 제가 요리를 하는 자세는 요리는 단순히 맛뿐만 아니라 모양과 다른 요리와의 조화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우리 옛말에도 있지 않습니까? 보기좋은 떡이 맛도 좋다(웃음)고.”

-이정훈 조리장에게 있어 요리란 무엇인가요?


“요리란 넓은 의미의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성들여 맛있게 요리된 음식은 사람을 살아가게 하고 건강하게 하지요. 또 함께 어우러져 서로 나누고 마음까지 따뜻하게 하고 풍요로워지게 합니다.”

-한식의 맛을 내기 위한 비법이 있다면?


“계절감에 맞는 신선한 식재료를 선별하는 능력과 양념의 기본이 되는 장류들, 천연 재료들을 적절히 조합시키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양념이 많이 가미되는 것보다 식자재 자체의 순수한 맛을 잘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하고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책에도 나오지 않는 ‘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정성의 방법엔 다양하고 많은 지식습득, 요리사의 자세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한식은 맛은 뛰어나지만 외국 요리에 비해 장식성이 떨어지는 것 같은데, 이를 보완할 방법이 있다면?


“우리 한식이 오래전부터 함께 먹는 음식문화와 주요리와 부요리가 확연히 구분되는 상차림에 그 이유가 있습니다. 여기서 주요리는 메인요리이고 부요리는 반찬인데, 예를 들어 불고기정식일 땐 불고기가 주요리이고 부요리는 같이 곁들여지는 반찬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런 주요리와 부요리에 어우러지는 담음새에 비중을 두면서 주요리에 더욱더 잘 어울리고 돋보이게 할 장식품을 계속 연구하고 개발해 낸다면 충분히 보완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요리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사람에게 요리란 살아가며 꼭 필요한 것 중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매일 반복되는 식사가 자칫 소홀해질까 내심 걱정이 되는데 모든 사람들이 제가 만든 요리를 먹을 때에 즐겁기를 바라고 그 모습을 상상하면서 저 또한 행복할 수 있도록 요리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음식을 손에 잡는 동안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밝은 생각, 건강한 신체를 갖기 위해 늘 스스로 노력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요리를 하는 사람인 제가 행복하면 그 요리를 먹는 사람도 행복할 테니까요.”


-요리에 대한 실력보다도 열정을 강조하고 계신데….



“사람인 이상 뛰어난 실력은 자칫 교만해질 수 있고 나태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리에 대해 늘 식지 않는 뜨거운 열정은 그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게 하지요. 또한 그 열정은 많은 한식 요리사들이 꿈꾸며 간절히 갈망하는 한식의 세계화를 빨리 이끌어 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만이 알고 있는 한식의 뛰어나고 과학적인 훌륭한 요리가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





※집에서 따라해 보는 이정훈 조리장의 비법 2제(題)



♠ 표고버섯 도토리묵 냉채




■ 이정훈 조리장의 표고버섯 도토리묵 냉채 레시피



표고버섯 3개, 도토리묵 가루 10g, 물 100㎖, 참기름 1T, 소금 2g, 깻잎 3장, 당근 1/2개, 애호박 1/2개, 새우 2마리, 셀러리, 비타민 약간


■ 표고버섯 도토리묵 냉채 조리법



1. 당근 애호박은 고운 체를 쳐서 소금에 절인 후 볶아 둔다.

2. 표고버섯은 채친 후 펜에 볶아 둔다.

3. 도토리묵 가루와 물을 냄비에 넣은 후 2를 넣고 센 불로 끓인다.

4. 3을 저어가면서 약한 불에 뜸을 들인다.

5. 랩을 깔고 그 위에 도토리묵을 펴 바른 후 깻잎과 볶은 야채를 넣고 말아준다.

6. 새우는 껍질을 제거한 후 프라이팬에 볶아 준다.




♠ 레몬효소 소스와 황태냉채




■ 이정훈 조리장의 레몬효소 소스와 황태냉채 레시피



황태채 50g, 냉면다데기 10g, 표고버섯 2개, 모듬 새순 5g, 적채 10g, 숙주 10g


소스


레몬 2개, 레몬주스 600ml, 식초 90ml, 소금 20g, 설탕 60g, 물 300ml



■ 레몬효소 소스와 황태냉채 조리법



1. 레몬을 얇게 슬라이스 한 후 설탕에 재워 효소를 만든다.

2. 1에 남은 재료를 넣고 소스를 만든다.

3. 황태채를 물에 불린 후 냉면다데기에 버무린다.

4. 표고버섯은 채를 썬 후 프라이팬에 볶는다.

5. 숙주는 끓는 물에 데쳐 놓는다.

6. 적채는 채썰어 물에 담궈둔다.

7. 황태채 숙주 표고버섯 적채 무순 순으로 담는다.

8. 소스를 부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