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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34)] 제4장 인연을 찾아온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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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34)] 제4장 인연을 찾아온 사랑

(34)

사랑은
운명의 기를 타고

불식간에 찾아오는 것

전세(前世)의 인연 줄인가

고운사람

환히 웃음지어

닫아 걸은 마음의 문
열어젖히려 하네.

한성민은 이날도 오후 늦게 청계산 등산에서 돌아와 사람들 눈을 피해서 방 안에 가만히 앉아 명상하고 있었다. 최철민이 수련원에 있는 동안은 그저 편안하게 지내라며 여러모로 마음을 써주었으나 사실은 마음이 썩 내키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석굴에서 수행 중에 세속으로 돌아가라던 노인의 뜻을 이행할 곳이라면 다른 어떤 곳도 마찬가지라 생각했다. 고향의 집과 석굴을 제외하고 어디로 가든 사람 사는 곳은 마찬가질 테니 최철민이 눈치를 주지 않는 한 이대로 머무는 것도 옳을 듯싶어 명상에 번거로움은 없었다.

“형님 등산 다녀오셨습니까?”

최철민이 찾아아 문 밖에서부터 인사하는 소리였다.

“응 방금, 어서 들어오게”

“언제 오셨어요? 기척도 없으셔서 아직 안 오신 줄 알았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형님과 저녁식사나 같이하려고 많이 기다렸습니다.”

“그랬어? 이것저것 생각 좀 하느라고.......”

한성민은 방 안이 꽉 차 보이는 최철민의 당당한 체구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훤칠한 키에 완강한 어깨, 그리고 좀 그을린 듯 생기가 넘치는 얼굴이며 짙은 눈썹과 총명한 눈빛, 그리고 우뚝 솟은 코가 석고로 빚은 듯 했다.

“형님, 제 얼굴에 뭐가 묻었어요?”

“아니! 자넨 볼수록 잘 생겨서 쳐다보았어.”

“형님 쑥스럽게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나 참!”

최철민은 얼굴을 쓰다듬으며 멋쩍어했다. 그러나 듣기는 좋은지 양 입가가 연신 싱긋벙긋했다. 그러다가 문득 생전 그런 소릴 할 줄 모르는 그가 뜻밖에 얼굴을 칭찬하는 데는 무슨 깊은 뜻이 있을 것 같아서 얼른 기분 좋은 속내를 숨기고 정색했다.

아니나 다를까? 가만히 쳐다보는 그윽한 그의 눈길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사람의 속을 낱낱이 들여다보는 것 같아서 괜스레 불편했다. 그러나 그는 이내 그 눈빛을 거두어들이고 짐짓 화평한 얼굴을 하고는 말했다.

“이 사람아, 잘 생긴 사람보고 잘 생겼다고 하는데 쑥스럽긴! 나는 사실을 말한 것뿐인데 왜 그러지?”

“정말이에요?”

“정말이지 않고? 나 차-암! 자네 언제부터 내 말을 믿지 않게 되었어?”

“안 믿긴요? 형님이 하시는 말씀이면 콩을 팥이라 하셔도 믿어요. 하지만 평소에 안 하시던 말씀을 다 하시니까 이상해서 그렇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