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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38)] 제4장 인연을 찾아온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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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38)] 제4장 인연을 찾아온 사랑

(38)

최철민은 내친김에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나자 속이 다 시원해서 술잔을 거푸 두 잔이나 비웠다. 그러나 그는 듣는지 마는지 음식에서 눈길 한 번 돌리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 무심한 것은 아니었다. 최철민의 고백을 줄 곳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다 들으면서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은 일견 사람됨이 곧아 보이기는 해도 언젠가는 교주행세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게 불을 보듯 뻔했다. 진심으로 도를 닦는 사람이라도 물질과 명예에 관한 일에 종사하다 보면 초심을 잃기 마련이어서 인지상정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형님, 약속하지요. 저는 절대로 사이비교주는 되지 않을 겁니다. 배운 대로 열심히 가르치기만 할 거에요. 사실 저도 놀라울 정도로 고질병환자들이 건강해지고 술 담배를 끊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렇다면 자네는 좋은 일을 하고 있지 않는가? 사람을 구원하는 일이니 아까 약속한 대로 자신을 잘 다스리면서 열심히만 하면 된다. 그러면 복을 받을 거야.”

한성민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교활한 수법으로 돈이나 긁어모으지 않고. 진심으로 가르쳐서 사람들이 그 덕을 입는다면 존경받아도 마땅하다는 생각에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최철민이 몇 가지 재주로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보아, 과연 그 마음을 얼마나 오래 지속할지 의심스러웠다.

결국은 재물 욕에 혈안이 돼 무예의 도를 터득할 수 없을뿐더러 주먹으로 불의를 응징하겠다던 정의감도 욕망을 위한 명분으로 쓰이지 않을까 저어했다. 마치 깨끗한 옷에 흙탕물이 한 방울 묻었을 때는 더러워짐을 안타까워하지만 두 번 세 번 ...........그러다가 옷이 다 젖어버리면 더럽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아예 더러움에 젖어버리듯, 최철민은 지금 그런 길을 걷고 있음이 분명했다.

“형님이 그리 말씀하시니 마음이 놓입니다. 절대로 불의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형님, 솔직히 존경받고 돈도 잘 벌고 있지만 아직도 무술은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세상에 알려진 무술은 거의 다 익히고 힘도 자신이 있습니다만 형님이 말씀하신 대로 역시 도를 모르면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더구나 요즘은 무예가 예전만 못하고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속상해요.”

“그래?”
한성민은 지나가는 말처럼 반문하고는 최철민의 눈을 이윽히 응시했다. 자꾸만 도를 언급하는 속뜻을 좋게 해석하고 싶었다. 전에 없이 무(武)를 술(術)이 아니라 도의 시각으로 인식하는 자체가 대견스러웠다. 하지만 아무리 무술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다 해도 이미 욕망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있는 지금으로서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무술이든 마음수행이든 사사로운 욕망에 집착하고 있는 한 도를 얻기란 나무에서 물고기를 얻으려는 것처럼 어리석은 것이다. 따라서 최철민의 마음을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정말 무예의 도를 얻고 싶다면 욕망을 버리라고 충고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네 마음속의 욕심을 버려라 하고 정곡을 찌르면 자존심을 상해할 것 같아서 전혀 딴 이야기처럼 물었다.

“자네, 이 수련원 규모를 얼마니 더 늘릴 계획이지?”

“그야........저.........?”

최철민은 얼른 대답을 못하고 말끝을 흐렸다. 그 모양을 본 그는 금방 짐작했다. 모르기는 해도 한국에 수백 개의 지부를 내는 것도 모자라서 미국 영국 일본 할 것 없이 전 세계에 수천 개의 지부를 둘 욕심을 말하기가 뭣해서 그럴 것이라 단정했다. 그나 그 정도라면 국위선양에도 좋아서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격려하겠지만 그것을 빌미로 재벌의 꿈을 꾸고 있지는 않는지 의심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