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심한 사우디서 색깔 있는 여성컬렉터로 두각

[예술가와 후원자 친구들(16)]바스마 알-술라이만

기사입력 : 2012-12-27 11:42 (최종수정 2017-03-1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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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사막·바다가 미적 감각 자양분 역할 '톡톡'

신화·역사 이야기 담긴 동양미술 수집…서양문화와 연결

국적·장르 초월한 미술사랑…작품 컬렉션 공유 나서

세계 최초 3D 사이버뮤지엄 '바스모카' 오픈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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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마알슬라이만
[글로벌이코노믹=김민희 예술기획가] 아라비아 반도의 대부분을 차지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수출 세계 1위 왕국이다. 상업도시 제다에서 현대 자동차 모터쇼가 열릴 만큼 한국과 비즈니스 교류가 활발하지만 여행을 하기에는 쉽지 않다. 초청장이 필요하고 이스라엘에 출입한 기록이 있으면 비자 발급이 전혀 안되며 외국인 여성이 비자를 받는다는 것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외국인 사형국으로도 악명이 높은 나라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매우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여성차별이다. 남자 친척의 동행 없이는 여행을 떠날 수 없고 운전면허도 발급이 안 되며 남자와 같이 교육을 받을 수 없고 직업에 제안을 받을 정도로 여성 인권이 존중 받지 못한다. 여자아이가 여덟 살이 지나면 차도르를 둘러야 하고 다리를 보이면 안 되기에 긴 치마를 입는다. 성인이 되면 이슬람 전통의상을 입도록 되어있고 친척을 제외한 남성과 가까이 있으면 처벌을 받는다. 그런데 이러한 극보수적 환경에서 태어난 한 여성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색깔 있는 컬렉터(Colorful Collector) 명단에 들어있어 필자의 시선을 끌었다.

세련되고 강한 에너지를 풍기는 예술 후원자 바스마 알-술라이만(Basma Al-Sulaiman, 이하 바스마)은 사우디아라비아 중부 콰심지역에서 태어났다. 은행, 부동산, 상업을 하며 부를 이룬 부모에게 태어나 보호를 받으며 부유하게 자랐다. 제다에서 자라나고 교육을 받았는데 바스마는 유목민족인 조상의 습성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광활한 사막과 바다는 그녀의 미적인 감각을 키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주었다. 유목민족의 예술형태인 시 낭독은 그녀를 상상력과 창의성이 풍부한 여성으로 자라나도록 도와주었다. 그녀는 주변 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와 소통하기를 원했는데 그 바람이 후에 많은 지역과 국제 자선단체의 후원자로 만들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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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모카사이버뮤지엄
바스마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를 연결하고자 하는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지적이고 미적인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제다에서 영문학 전공으로 학위를 땄고, 몇 년 후 유명 옥션 하우스인 크리스티(Christie’s)에서 현대와 동시대 미술 과정을 이수하였다. 1980년대에 바스마가 처음 미술품 수집을 시작했을 때는 앤티크와 순수 미술품을 구입했다. 1990년대 초에는 신화적이고 역사적 이야기가 담긴 페인팅을 포함한 동양 미술을 수집했는데 사우디 문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었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유목민족의 피가 흐르기에 자연스럽게 세계 여행을 무척 좋아하게 되었고 뉴욕에 갔을 때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의 작품을 보고는 미술가의 약력에 구애 받지 않고 단순히 좋아서 작품을 구입하게 되었다. 그 작품을 이해하게 되면서 동시대 미술에 대한 새로운 눈이 열리게 되었다. 마음에 감동을 주는 작품을 구매했던 경험으로 바스마는 본능적 끌림에 따른 컬렉팅을 시작하게 되었다.

동시대 미술을 가까이 하고 온몸으로 흡수하게 되면서 새로운 언어와 생각의 다변성을 표현하는 실험적 작품들에 대해 마음이 활짝 열렸다. 바스마는 정적인 분위기,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사진적 이미지를 넘어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시대적 의미들과 미술가의 철학을 보는 것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진지하게 컬렉팅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고 고국 사우디로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 데이비드 맥(David Mack), 레니어 페팅(Renier Fetting), 그리고 루치아노 카스텔리(Luciano Castelli)의 작품을 가져갔다.

“나는 어느 곳에 가든지 직접 보고 미술품을 구입했어요. 갤러리 전시회와 뮤지엄에 가서 다양한 미술가의 작품들을 보기 시작했는데 첫 번째로 내 마음에 강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동시대 미술 전시는 런던 로얄 아카데미에서 열렸던 찰스 사치의 ‘센세이션 전(Sensation, 1997)’이었어요.”

국제 미술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센세이션 전은 런던 아트딜러 찰스 사치의 과감한 도전과 홍보로 실험적 작품을 하는 젊은 영국 미술가 그룹(YBA)을 동시대 미술 현장의 새로운 중심으로 이끌어주었던 전시였다. 바스마는 센세이션 전의 성공 과정을 지켜보며 미술 컬렉터로서 큰 영향을 받았고 런던을 그녀의 도시로 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또한 찰스 사치의 스타일을 모방해 사우디 아티스트들을 후원하고 작품을 컬렉팅했다. 그러나 사치의 지나친 상업주의적인 면은 배제하도록 했다.

결정을 하면 바로 실행에 옮기는 바스마다. 2000년부터 런던에서 멋진 집을 마련해 미술품으로 꾸며놓고 거주하고 있다. 제다에도 여전히 집이 있는데 그녀의 컬렉션을 두 곳으로 분리해 관리하고 있다. 런던 그녀의 집에 가면 영국 유명 그래피티 미술가 뱅크시(Banksy)의 ‘집착적 숙녀(Fetish Lady, 2006)’가 있고 장 샤오강의 ‘동지(Comrade, 1995)’, 한국 미술가 김동유의 ‘마오 마를린’(2007), 홍콩 크리스티 옥션에서 23만3393달러(약 2억 5000만 원)에 구입한 양 샤오빙의 ‘No.4’(2001~2002), 수보 굽타(Subodh Gupta)의 ‘쿠웨이트에서 델리까지(Kuwait to Delhi, 2006)’와 게르하르 리히터(Gerhard Richter)의 추상작품, 조지 바셀리츠(George Baselitz)의 페인팅을 비롯한 주요 서양 미술 작가들의 작품이 저택 구석구석에 잘 조화되어 꾸며져 있다. 집 안에서도 동서양의 지적이며 미적인 만남을 꾀한 흔적이 여실히 보인다.

동양문화를 좋아해 가까이 했던 바스마는 2003년부터 중국 동시대 미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중국의 대륙을 여행하며 미술가의 작업실을 방문하고 신생 갤러리들을 찾아갔다. 바스마는 위에민준, 장샤오강, 정판쯔, 그리고 장 후완 등의 미술가들에게 직접 작품을 구입하기도 하고 딜러들에게 새로운 작품을 찾아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몸으로 부딪혀 보고, 듣고, 만지는, 경험만한 공부는 없다고 했다. 그녀가 중국에서 보낸 시간은 중국미술가들의 작품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수많은 전쟁과 황제의 권력아래 괴로웠던 중국의 역사와 어려운 현재의 삶을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이 그녀의 마음을 끌었다. “중국 현대 미술은 매우 달랐어요. 모순으로 가득 찬 사회문제들을 미술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어해요.” 덕분에 바스마의 중국 현대 미술 컬렉션은 탄탄한 내실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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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모카아바타
미술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깊어지며 컬렉터로서의 삶이 그녀에게 큰 행복을 안겨 주었다. 바스마는 오직 그녀가 사랑하는 작품만 구입한다는 원칙이 있다. 큐레이터도 없이 자신의 색깔이 그대로 묻어나는 컬렉션을 만들고자 열심히 노력한다. 바스마는 사우디 여성 컬렉터로서 독보적인 존재이고 일반 컬렉터들은 특정 국적을 따지며 미술품을 모으는 것에 반해, 바스마의 미술사랑은 전세계를 아우른다. 동시대 미술, 조각품, 페인팅, 설치, 사진, 미디어 아트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무엇보다 그녀는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애틋하다. ‘사우디 미술가들의 챔피언’으로 불리며 예술 후원자로서 그들의 작품을 다양한 환경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2010년에는 이스탄불에서 ‘아라비아의 최전선(Edge of Arabia)’이란 제목의 전시를 큐레이팅하였다.

바스마는 그녀의 컬렉션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을 개인적 즐거움으로 여기고 있다. “나는 나의 비전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를 원해요. 첨단 기술을 이용해서 전 세계적으로 컬렉션을 볼 수 있게 만들 수 있어요.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지요. 글로벌 포럼에서 국제적 컬렉션을 언제든지 볼 수 있는 것, 이것이 우리의 미래이지요.”

바스마가 이렇게 외치는 이유가 있다. 바스모카(BASMOCA)라는 이름의 3D 가상 사이버뮤지엄을 설립해 2011년 4월에 오픈했기 때문이다. 사이버공간을 이용한 최초의 개인 동시대 미술 컬렉션 뮤지엄이 생긴 것이다. 가상공간 안에서 바스모카는 에메랄드 빛 바다에 떠있는 야자나무로 가득한 오아시스 섬에 자리잡고 있다. 누구나 뮤지엄을 방문할 수 있고, 세계 어느 곳에 있든, 어떤 민족의 사람들이든지 각자의 아바타를 선택해서 전시 공간을 둘러보고 작품을 보며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바스마만의 감각으로 바스모카를 큐레이팅 하였고, 자문위원단은 중국미술재단 대표이자 예술 후원가 펄 램(Pearl Lam), 프랑스 퐁피듀 센터 재단 디렉터 스콧 스토버(Scott Stover), 프랑스 뮤지엄 큐레이터 시드니 피카소(Sydney Picasso)로 이루어져 전문적인 자문을 받고 있다. 오픈 첫 날에는 몇 천 명의 사람들이 방문을 했고 시간이 갈수록 수가 줄어들기는 하지만 200~400명의 사람들이 꾸준히 클릭한다고 한다.

바스모카는 그녀의 컬렉션 중 사우디 미술가와 중동 미술가들에게 중점을 주어 전시하고 있다. 외부로 나와 전시할 기회가 없는 그들에게 사이버 공간을 통해 전 세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베니스 비엔날레 사우디관을 개장할 때도 제다에 있는 아뜨르 갤러리(Athr Gallery)와 협력해 다양한 사우디 미술가들이 커미션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후원했다. 그녀와 다른 예술을 사랑하는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사우디아라비아에 국제 조각 공원을 만들게 된 일도 있다. 1980년에 서양의 유명 조각가의 작품들을 가져다 놓았는데 최근에 기네스북에 따르면 세상에서 가장 비싼 공원으로 꼽히기도 하였다.

다방면으로 사우디 미술의 발전을 위해서 애쓰고 있는 바스마이기에 단순한 컬렉터라기보다 예술 후원자로 당당히 불리고 있는 것이다. 베일에 싸여있는 사우디아라비아라는 국가를 동시대 미술을 통해 세상과 소통을 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는 그녀가 참으로 멋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다른 소외된 여성들에게도 많은 자극제가 될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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