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과 대서양에 펼쳐진 세상에 단 하나뿐인 미술관

[예술가와 그 후원자 친구들(19)]베르나르도 파즈

기사입력 : 2013-01-31 12:31 (최종수정 2017-03-1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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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자연이 결합 어뮤즈먼트 파크 ‘인호팀’ 개관

전시관 넘어 호텔, 컨벤션센터 등 다목적 공간 기능

36만평의 자연숲에 20개 갤러리·23개 옥외 시설물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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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그아이켄-소닉파빌리온
[글로벌이코노믹=김민희 예술기획가] 예술 컬렉터(Art Collector)와 예술 후원자(Art Patron). 이 둘은 분명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예술 컬렉터는 기존에 만들어진 작품을 사는 사람들을 뜻한다. 갤러리에서 전시된 작품을 보다가 마음에 들어 구입하는 것을 한 예로 들 수 있다. 예술 후원자는 작가들이 새로운 창작작업을 할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도와주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작가들에게 주문을 하고 완성된 작품을 소유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한다. 물론 한 사람이 컬렉터이자 동시에 후원자가 될 수도 있다. 요즘에는 돈을 기부 하는 사람들, 특히 엘리트들은 단순히 기부자(Donor)라고 불리기보다 박애주의자(Philanthropist)로 불리기를 원하고 있는데,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컬렉터에서 시작해서 점점 후원자의 길로 가는 사람들이 많다.

필자는 독자들과 또 한 명의 예술 후원자를 만나기 위해 열정의 나라 브라질로 가고자 한다. 미국의 예술잡지 ‘아트+옥션’에서는 매년 연말에 예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을 선정해 발표하는데, 2012년을 가장 빛낸 예술 후원가로 뽑힌 노년의 멋진 브라질 남자가 그 곳에 있다. 그는 예술가들의 오아시스이자 꿈을 실현시켜주는 예술공원을 탄생시킨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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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바니_DeLamaLaminaCourtesyofInhotim
브라질 남부의 정글에서는 한 세기 동안 특별하고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브라질 광산업 거물인 베르나르도 파즈(Bernardo Paz·이하 파즈)에 의해서 울타리가 없는 동시대 미술관이 브라질 남동부 미나스 제라이스주의 널따란 초원과 대서양 우림 지대에 펼쳐져 세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세계 최대 야외 미술관, 조각 공원, 식물원, 진화생물학자들의 실험실을 가지고 있는 ‘인호팀(Inhotim; Instituto de Arte Contemporanea e Jardim Botanico)’이 2006년 대중들에게 개방되었고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브라질에서 가장 성공한 비즈니스맨이라고 여겨지고 있는 파즈는 오직 일에만 열정적이었고 미술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대신 자연과 식물을 좋아해 집 근처에 버려진 광산마을과 농장, 산을 사서 자신과 가족들을 위한 휴식처로 개인 정원을 만들게 되었다. 그 공간을 미술품으로 채워야겠다는 마음이 생겨 미술가들과 아트 딜러들을 만나게 되면서 서서히 친분관계가 생기게 되었다.

처음에 파즈는 한 아트 딜러의 추천으로 현대미술을 여러 작품 구입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지루해지는 것이었다. 딜러가 파즈의 성향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했던 듯하다. 그래서 어느 날 가지고 있던 작품들을 모두 처분하고 대신 좀 더 신선하고 새로운 작품을 찾고자 했다.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설치작업을 하는 브라질 미술가 퉁가(Tunga)와 친분을 쌓게 되면서 동시대 미술을 알게 되었다. 칠도 마이어레스(Childo Meireles)와 미구엘 리오 브랑코(Miguel Rio Branco), 미국 미술가 폴 맥카티(Paul McCarthy)와 관계를 맺어가면서 점점 동시대 미술에 흥미를 가지게 되고 아방 가르드에도 눈을 뜨게 되어 결국 동시대 미술 작품들을 컬렉팅하기로 결정했다. 그로 인해 문화적 열정에 불이 붙었다. 풍부한 자연환경과 위대한 예술이 공존하는 문화 어뮤즈먼트 파크를 만들어야겠다는 꿈을 꾸게 된 것이다. 덕분에 개인 예술정원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예술 공원으로 확장되어 인호팀이 탄생한 것이다.
올해 만 63세인 파즈는 어깨까지 오는 회색 머리를 휘날리며 늘 검은 자켓, 검은 셔츠와 바지를 입고 던힐 담배를 물고 다닌다. 그는 브라질의 세 번째로 큰 도시인 벨로 호리존테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아버지가 소유했던 주유소에서 가스를 넣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주식거래사로 일을 하다 광산업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되었고 크게 성공하였다. 최근 일곱 번째 결혼을 했다는데, 많은 부를 이뤘지만 순탄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아 보인다. 그는 스스로를 외로운 사람이라 칭한다. 진정한 친구도 많지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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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도파즈
인호팀은 매력적이다. 어떠한 프로젝트라도 성사시키기에 제한이 없는 엄청난 규모의 사이즈를 자랑하며 보통의 예술 기관이 감히 엄두를 못 낼만한 시도도 서슴지 않는다. 심지어 시간적 제한도 없다. 미술가들에게 지불하는 지원금도 매우 많다. 조경은 파즈의 다른 친구인 조경전문가인 로베르토 불레 막스(Roberto Burle Marx·1909~1994)가 맡았다. 로베르토는 페인터이자 음악가이기도 했는데 브라질에 현대적 조경 디자인을 소개하며 유명해졌다. 뛰어난 감각으로 인호팀을 매우 아름답게 조성했다. 현재 300에이커(약 36만평)의 땅에 20개의 갤러리와 23개의 옥외 시설물과 작품들이 있다.

갤러리 빌딩들은 조경계획 중에 탄생한 인공 호수들 주변으로 밀집되어 있는데 오직 한 명의 미술가의 작품만을 위해 만들어진 개인 갤러리와 500개가 넘는 파즈의 컬렉션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특별 주문해서 설치된 다른 미술가들, 매튜 바니나 더그 아이켄의 파빌리온은 정글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그들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 언덕을 오르고 나무 사이를 지나가다가 지치면 인호팀의 젊은 직원들이 몰고 다니는 전기 차를 멈춰서 타고 갈 수도 있다. 다른 뮤지엄과는 달리 관람객들이 두 시간 정도 인호팀을 둘러보다 보면 그 곳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게 된다. 개관 후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데 2012년에는 6월까지 15만7000명이 방문했다.

파즈가 꿈을 실현시키는 데는 뉴욕 아트딜러 마리안 굿맨(Marian Goodman)의 격려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파즈에게 큐레이터 알란 슈와츠맨(Allan Schwartzman)을 고용하라고 제안한 것도 그녀였다. 제안을 받아들여 큐레이터 그룹을 만들었고 그들은 다른 뮤지엄들이 할 수 없는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인호팀에서 적용할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고 오랫동안 고민하며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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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오이쿠사마CourtesyofInhotim
인호팀은 현재 큐레이터와 식물학자 등을 포함해 모두 1000명 정도의 직원을 두고 있다. 개관 후부터 매년 새로운 빌딩과 설치물을 세워왔는데 아직도 그 계획을 충분히 이룰 수 있는 토지가 마련되어있다. 지금도 60개가 넘는 파빌리온이 만들어지고 있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파즈는 뛰어난 작품과 작가를 발견에 그의 제국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즐거워한다. 실험정신을 가지고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전시를 열고자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다. 예술 컬렉션은 브라질과 외국 작가들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고 식물원에는 1400여개의 열대나무와 4000여개의 식물들이 있다. 수마트라에서 온 티툰 아룸(Titun arum) 같은 그 어디에서 보기 힘든 희귀종들도 많이 가지고 있다.

1년 간 운영비로 대략 600억~700억 달러가 소요되는데 지금까지는 파즈의 회사가 운영비를 책임지고 있었으나 앞으로는 인호팀이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 관람객들을 위한 숙박시설로 10개의 호텔을 지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인호팀과 가까이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로프트 형식의 거주공간도 지을 생각이다. 파즈는 자신의 미술관을 단순히 미술 전시관을 넘어 다목적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싶어했다. 호텔, 컨벤션 센터, 연구소 등의 시설과 더불어 미술관에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첨부해 온 가족이 예술을 자연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디즈니 월드를 세워나가길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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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버든-빔드랍CourtesyofInhotim
광대한 인호팀 안에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유명 미술가의 독특한 프로젝트 작업들을 만날 수 있다. 실험적인 비디오 예술가 더그 아이켄(Doug Aitken·1968)의 소닉 파빌리온(Sonic Pavillion)은 6년 동안 파즈와 큐레이터와 함께 의논하며 준비하였다. 200m 깊이의 구멍을 파서 매우 예민한 마이크를 설치해 저 깊은 지구 중심부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스피커를 통해 들을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지구의 자전 소리가 어떠할지 궁금하지 않은가.

행위 조각가 크리스 버든(Chris Burden·1946)은 부셔진 건축물의 구조물들을 40m 높이의 공중에서 젖은 시멘트 바닥으로 떨어트려 ‘빔 드랍(Beam Drop)’이란 철제 숲을 만들었다. 매튜 바니는 작품을 의뢰했을 때 유칼리나무 숲안에 둥근 지붕의 시설물을 설치하고 싶어했고 그 안에 유칼리나무와 관련된 신화의 내용을 담은 재미있는 작품을 전시했다. 최근 루이비통과의 협동작업으로 유명한 야오이 쿠사마(Yayoi Kusama·1929)는 ‘나르시스 가든 인호팀’이란 제목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데 500개의 스틸로 만들어진 원형체가 새로 오픈한 교육센터 옥상정원 안에 있는 인공연못에 떠있다. 바람에 의해 움직이고 스틸 원형에 비치는 자연의 모습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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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가CourtesyofInhotim
파즈는 이 프로젝트가 앞으로 1000년 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왜냐하면 인호팀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식물원에서는 연극, 무용, 음악 공연도 열어 사람들에게 또 다른 행복을 전해주고 있다. 파즈는 인호팀이 도시생활에 지친 이들에게 해독제 역할을 해준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도시는 우리를 망치고 있어요, 우리를 거짓된 지식으로 가득 차게 만들죠.” 그리고는 말했다. “우리는 삶에서 경이로움을 발견하는 능력을 잃어버렸어요. 어린아이와 같은 감각으로 돌아가는 것이 매우 필요합니다. 이곳에서 여러분은 그것을 이룰 수 있을 거에요.”

파즈는 자신의 꿈을 실현시킴으로써 다른 이들에게 꿈을 실어주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인호팀을 운영하고 새로운 것을 계획하느라 우울증과 불면증에 걸리기도 한다는데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기에 앞서 스스로도 행복을 찾는 시간을 가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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