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3.2배에 달하는 넓은 땅을 가졌으면서도 인구는 고작 5200만 명에 불과한 미얀마는 대단히 매력적인 나라다. 노동의 질은 우수하고 인건비는 저렴하며 자원이 풍부해서다.
미얀마의 모습을 다큐로 기록하고 있는 김유찬 작가의 여행은 언제나 고달픔의 연속이며 환영받지 못한다. 빠르게 사라져가는 소수 종족을 찍기 위해 인도와 접경지역인 친 주(CHIN STATE)를 3일이나 걸려 도착하지만 5시간 안에 이 지역을 나가라는 최후통첩을 받았을 땐 기가 막힐 수밖에 없다.
낙후된 친 주는 외국인 여행자에게 보여주기 싫은 지역으로 여행금지구역이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며 그가 카메라에 담는 대상은 1000년의 전통을 이어온 문신부족이다. 대부분 기독교 신자들이지만 토속신앙(Animism)의 영향으로 외부인 출입을 심하게 거부한다.
"긴 시간 동안 문신부족을 만나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들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의 벽을 허물지 못하고 스스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대도시에서 편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지만 포기할 수 없어 7일 만에 다시 문신부족 집성촌으로 들어가 집집마다 수차례씩 방문하여 촬영을 부탁한 결과 일부 조금씩 호응하여 준 분들 덕분에 부족하지만 얼굴 문신부족 생활상을 발표하게 되었다. 아직까지 다 찾지 못한 여러 문신부족들을 기록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것이 내가 미얀마에 있는 이유이다."
작가에 따르면 최초로 미얀마를 통일한 바간(Pagan) 왕조(1044~1287) 시절, 젊은 여자들이 첩과 노예로 끌려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 11세기부터 얼굴 문신을 시작했다. 왕과 귀족들이 여자 사냥을 나왔는데, 자신의 여자가 침입자들로부터 포획되어 노예로 끌려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하위 부족 별로 40개 이상 다양한 문양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Makang과 Dai 부족의 얼굴 문신은 1000년 동안 전통으로 이어져 왔지만 지난 사회주의 정권에 의해 1960년대부터 금지되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1980년대까지 실행하기도 했다.
환영받지는 못하지만 소중한 기록이기에 김유찬 사진작가는 다시 미얀마로 발걸음을 향한다.
노정용 기자 no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