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보험제도로 인해 의료에 해당하는 시술의 수가는 아주 낮게 책정된다. 또한 국가에서 승인하지 않은 치료법을 사용할 경우 비용을 받는 것 자체가 불법으로 간주된다. 이로 인해 동일한 노력을 투입할 경우 질환이 아니라서 규제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미용 시술로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화장품 구매 비용을 보장하는 보험 상품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미용 시술 또한 욕구 충족의 명확한 기준이 없고 무한한 수요가 발생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성형외과를 택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 전 세계는 미용 시술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부과 역시 피부 질환을 담당하지만 피부를 가장 잘 알아서 비 침습형 미용시술을 많이 하고 있다. 의사들이 관심이 많다는 것은 일반인들에게도 가장 높은 빈도의 수요를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미용시술을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쌍꺼풀 수술이나 코성형, 몸매 성형, 주름 성형 등 절개와 출혈을 동반하는 위험스러운 영역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전 글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다.
더욱 빈번하게 시행되는 시술 중에는 피부의 색소 불균일이나 잔주름, 고운 표면 등을 수정하는 비침습성 치료가 있다.
모발 관련 치료는 주로 남성의 모발 이식 수술이 연상되지만 사실은 남녀 불문하고 모발 숫자를 늘리기 위해 수술과 관련없는 상품과 치료가 많이 개발되어 있다.
바르는 복합 성분 또는 성분 미상의 로션이나 먹는 약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줄기세포 치료와는 관련이 거의 없다. 그러나 최근에는 세포 추출물이나 배양액 추출물, 엑소좀 등 여러 성분이 줄기세포와 관련되어 사용되고 있다.
이전 글에서는 미용 성형 분야에서 너무 과도하게 줄기세포를 미화하는 추세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으나 불확실하더라도 손해볼 일이 없다는 가벼운 치료에서의 긍정적인 측면을 고려해보려 한다.
미용 시술의 긍정적인 측면 중 하나는 확실한 결과가 보장되지 않더라도 가설을 기반으로 치료를 시도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시도가 의미가 없다고 판단될 수 있지만 가끔은 새로운 학설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피해가 적은 비침습 시술의 경우 인간의 행복 추구권을 존중함과 동시에 의학의 발달에도 기여할 수 있어 피부 미용 적용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단지 가설에만 의존해 설명하려니 다소 어색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이긴 하다.
필자는 아직 명확하게 입증하지 못했지만 계속해서 기대를 품고 수십 년 동안 연구 중인 시술이 있다. 바로 줄기세포의 다변성을 이용해 배양하여 진짜 모발을 새롭게 만드려는 시도다.
그러나 배양한 줄기세포로 모발을 심으면 암이 될 수 있다는 20년 전 카툰 한 컷이 공포감을 조성한 것인지 배양에 대한 족쇄로 인해 배양이 싫어서인지 의사들은 별 관심이 없다.
필자는 가짜 모발에 자가 줄기세포를 입혀서 이식하고 정착하면 가짜 모발이 빠지고 진짜 모발이 나도록 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동물 연구도 되어 있고 필자의 팔뚝에서도 성공했지만 후속 연구나 추가적인 시도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모발 연구나 이식이 낱개의 모발을 다루다 보니 노동이 많이 들어가 필자도 연구원들도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모발 이식이 아닌 줄기세포 주사만으로 모발 성장이 촉진된다는 보고들이 쏟아지고 있다. 당연하다. 세포를 주사하면 그냥 찌르는 것보다 혈류가 증가해 장기적으로 혈류 개선효과가 발생한다. 잠재되어 있던 두피의 모발 재생 기능을 다시 살려 놓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세포가 그 복잡한 모낭으로 바뀐다는 것은 그저 상상에 불과하고 실제로 가능하지 않다. 그렇지만 모발로 고심하는 환자들에게는 기대감이 있고 비용과 의지만 있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바로 이런 점이 단순 국소 주사 치료의 매력이다. 최근 실제 논문으로 비교 결과 예상대로 대부분에서 주사한 쪽이 월등히 치료가 잘된다는 보고가 있다. 2023년 미국 대학병원에서 발표한 논문에서는 앞으로 이런 치료가 우세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정맥으로 꾸준히 주사하면 피부는 어떻게 될까? 필자는 여러모로 개선효과를 경험하고 있지만 이를 학술적으로 입증하기는 쉽지가 않다. 화장품 등 다른 다양한 개선 시도와 동시에 진행되니 줄기세포 효과만 추려서 입증하기 어렵다.
또한 줄기세포 투여량이 피부에 도달하기 쉽지 않고 피부 전체 면적을 덮으면서 분산되기 때문에 어지간한 용량으로도 모자란 것이 문제이다. 필자가 이 정도이니 정맥 주사로 피부가 개선된다고 말하기엔 확신하기 어렵다.
피부 국소 주사의 긍정적인 효과에 관한 논문은 많지는 않아도 찾아 볼 수 있다. 두피와 마찬가지로 혈류 개선은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주니 기대할 만 하다.
정맥 치료가 효과를 보려면 아마도 장기간의 투여와 충분한 용량의 투여가 필요할 것이다. 오로지 피부를 위해서 이 시술을 한다면 아마도 지구 역사상 가장 비싼 화장품이 될 것이다.
혹시 신체 다른 개선 효과에 의미를 둔다면 가능하지만 쉽지 않다. 다른 기능 개선을 위해 투여 받은 환자가 피부가 개선되다면 부수적 이득을 볼 수 있다.
필자가 관찰한 것은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환자들이 피부 개선에 대한 자각을 하는 정도이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의 반가운 논문은 NIH에 등재된 Zhang 등이 2023년에 발표한 연구다. 정맥 주사 줄기세포는 예상보다 훨씬 많이 피부에 도달하므로 약물 전달에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주장이 제시됐다.
연구에서는 당뇨 창상 관점에서 기술했지만 피부에 시도하려는 다른 목적의 약물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증거로 피부 미용 목적의 정맥 주사도 이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직접 주사의 재생 효과는 너무 많아서 모두 열거하기는 어렵지만 미용목적 주사도 충분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모발과 같이 특별한 대책이 없고 확연한 효과가 반드시 나타나야 하는 경우와 달리 피부 톤이나 색소 불균일은 다양한 도포제로 어느정도 효과를 볼 수 있어 그에 비해 높은 비용과 통증, 붓기를 감수하고 치료에 응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효과가 예상되더라도 일반화 되기 위해서는 세포 가격의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 중에 갑자기 등장한 것이 엑소좀 주사다. 엑소좀은 줄기세포와 비슷한 정도의 효과를 지니고 나노 단위의 입자라서 바르기만 해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직접 주사하면 훨씬 좋다는 연구 결과가 등장했다. 비용 문제는 세포가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소재라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비유하자면 세포가 닭이라면 엑소좀은 달걀과 같다. 엑소좀은 마치 농장에서 뭔가를 키우듯 세포를 배양하면서 지속적으로 추출이 가능하다. 그래서 세포 수를 늘리려는 노력 없이 유지만 해도 지속적인 수확이 가능한 소재이다.
물론 배양은 하지만 세포가 아니라서 규제의 이유가 없다. 세포보다 아주 작은 입자라서 아주 가는 바늘이나 무침 주사기로도 피부에 직접 투입이 가능하다.
줄기세포를 피부에 주사하려면 면역 반응을 피하기 위해 반드시 자가세포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엑소좀은 그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아 진피 깊숙하게 투여하면 면역 문제는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 타인 세포를 이용할 수 있어 채취 비용이나 채취로 인한 생활 불편, 미리 준비해야할 시간의 부담 등을 줄일 수 있어 줄기세포 주사에 비해 장점이 아주 많다.
만약 회사를 통한다면 자가세포 배양은 최소 몇 개월에 수천만 원에 달한다. 미국에서 자가세포 배양 치료는 1회에 425만 달러 즉, 50억원이 훌쩍 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자가 줄기세포를 배양하여 피부에 주사한다고 하면 비합리적으로 보일 것이다.
비록 전신 치료에 필요한 숫자보다는 피부에 필요한 숫자가 훨씬 적겠지만 일단 맞춤형 배양 자체의 높은 비용으로 인해 일반화 되기는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엑소좀 덕분에 줄기세포 효과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엑소좀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배양액 추출물로 이미 사용되고 있었지만 사이즈 선별을 통해 보다 면역 반응 위험을 낮추고 사용 범위를 넓힌 것이 특징이다. 특히 피부 미용 시장에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 의학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피부에 적용한 기술을 나중에 질환에 적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미용시술을 통해 얻은 수익을 질환 치료에 사용하는 간접적 효과로 볼 수 있어 필자 역시 최근 엑소좀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피부에 줄기세포를 주사하는 것은 얻을 수 있는 이득에 비해 너무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아무리 효과가 뛰어나더라도 성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줄기세포를 피부에 주사했을 때 효과를 입증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은 문제다. 고가의 치료일수록 효과는 더욱 명확하게 입증되어야 하지만 피부라는 대상의 특성상 입증하기 까다롭다.
그러던 중 엑소좀이 등장하면서 그동안 치료를 시도하기 어려웠던 가벼운 색소 병변부터 표편 개질까지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게 되었다. 활용 가능성이 더욱 넓어지면서 앞으로도 엑소좀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맥 주사는 희석 효과와 도달 지연 현상 때문에 권장되지 않는다. 또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화장품에 비해 시술에 특별한 시간을 할애해 의료 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당장 느끼는 통증도 문제다. 붓기도 또 다른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다음에는 바늘이 없어 통증과 붓기 없이 피부에 주사할 수 있는 제트 수류 주사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은 누구?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은 1991년 성형외과 전문의로 의료계에 발을 내디딘 후 지방 성형을 자주 접하면서 당시에는 흔하지 않던 대량 지방이식을 시작했다. 특히 전문의로서 지방조직을 연구하던 중 의대에서 배운 것과는 다소 다른 지방이식에 관한 시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줄기세포치료의 발전과 보급을 위해 2007년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를 설립, 동료 의사들과 함께 활발한 학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