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발견Top50(24)] 문화재 보존가
문화재 복원하고 보존 위한 관리
문화재 해석 능력이 필수 조건
관련 학과 신설하는 대학 늘어나
몇 해 전 프랑스에 잠깐 머물 기회가 있어 루브르 박물관에 들른 적이 있다. 전시된 방대한 세계 문화유산에 내 눈은 호강했지만 조각상 유물들이 부서지고 깨진 채로 진열된 것을 보니 전쟁으로 인한 갈취와 약탈의 역사를 고스란히 증명하는 듯해 마음이 씁쓸해졌다. 불현듯 외세의 침략으로 빼앗기고 훼손된 우리의 소중한 유물들이 떠오르며 노여움인지 안타까움인지 모를 묘한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하지만 오늘의 루브르는 문화재를 보존하고 발굴하며 보수와 복원에 이르기까지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소중한 인류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하니 이쯤 해서 마음을 풀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몇 백 년에서 더 오래는 몇 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복원하고 보수하는 이 위대한 일은 누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이미지 확대보기하지만 최근에는 문화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문화재 보존센터 건립 등 국가적 차원에서의 노력도 커져서 역사를 지키는 일에 문화재 보존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직업의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향후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의 경우처럼 높은 수준의 대우를 받는 유망한 직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면 문화재 보존가가 하는 일은 무엇이고 이들에게는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 먼저 문화재 보존가는 훼손되었거나 훼손될 가능성이 있는 문화재를 원래 모습으로 복원하고 영구 보존을 위해 관리하는 일을 한다. 따라서 문화재 보존가는 문화재의 종류와 재질에 따라 훼손 정도를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 세밀한 관찰력뿐만 아니라 과학적 분석력을 지녀야 한다. 또한 습도와 온도를 적절히 맞추고 화학약품 처리도 해야 하므로 화학, 미술사, 고고학, 수리 기술 등의 다양한 방면의 전문적인 지식도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문화재는 민족의 얼을 담은 역사적 유물이므로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을 바탕으로 문화재를 해석하는 능력이 그 어떤 능력보다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야 부서지고 찌그러진 우리의 유물들을 소중하게 여기며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정성스럽게 살피고 만져 문화재를 복원하고 재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 그럼 시간을 거슬러 역사를 증명해 내고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키는 이 값지고 의미 있는 직업을 꿈꾸는 우리 청소년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먼저 우리 문화재에 관한 책을 통해 문화재를 먼저 만나보자. 다음에 소개하는 세 권의 책은 여러분을 자연스럽게 우리 문화재의 세계로 안내할 것이다.
고제희의 「우리 문화재 속 숨은 이야기」는 ‘물건이 귀하면 사연도 귀하다’라는 타이틀 아래 우리 조상들의 찬란한 유물인 고서화, 도자기, 불상을 소개하고 그 귀한 물건들이 임진왜란, 일제 강점기, 6‧25전쟁을 겪으면서 어떻게 약탈되고 훼손되었는지 그리고 지금 박물관에 소장되기까지 어떤 숨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를 사진과 더불어 생생하게 전해준다. 저자는 이미 『KBS TV 쇼 진품 명품』에서 <고미술 속 숨은 이야기>코너를 진행하며 이미 우리와 친숙해져 있어 마치 이웃집 아저씨에게 듣는 이야기처럼 낯설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 문화재의 수난과 거기에 얽혀 있는 이야기를 엮어 청소년들에게 문화재를 재미있게 접근하도록 해 줄 뿐 아니라 일제 강점기로 인해 얼룩진 문화재의 수난을 알려줘 우리의 아픈 역사와 문화재에 대한 소중한 마음을 기르도록 해준다. 나아가 저자의 문화재에 대한 사랑과 진심이 문화재 보존가가 되고 싶은 청소년들에게 깊은 감명과 동기를 줄 것이다.
다음은 최종덕의 「숭례문 세우기」이다. 이 책은 저자가 문화재청에서 일하며 불에 타 소실된 숭례문을 복구한 5년 동안의 현장을 기록한 것이다. 부실 복구 여론이 들끓었던 만큼 이 책을 소개하는 것이 옳은지 잠시 고민스러웠으나 숭례문 복구단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과 수리 현장, 준공까지의 과정을 자세하게 서술한 이 책이야말로 건축 문화재 복구 과정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교과서 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소개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책은 숭례문이 태조 7년에 완공되어 세종에서 성종을 거쳐 고종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개보수 되어 내려오다가 구한말에 좌우 성벽이 철거되고 6‧25전쟁으로 만신창이가 된 것을 전쟁 후 응급 복구하여 마침내 우리의 국보 1호로 지정되기까지의 숭례문의 역사를 기술하고 있다.
숭례문은 2008년 한 노인의 방화로 또 한 차례 소실되는 아픔을 겪는다. 저자는 이 아픔을 필두로 해서 현판, 성곽 축대, 기와 올리기, 단청 칠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낱낱이 기록하고 있다. 문화재 수리업자들의 하는 일도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어 문화재 보존가가 되고 싶은 학생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마지막으로 「문화재 보존과학」을 소개한다. 이 책은 문화재 보존 관학센터에서 근무하는 권혁남 학예사가 추천한 책이다. 한국전통문화학교 이오희 교수의 저서인 이 책은 문화재 보존 과학 개설서로 보존 과학이 발달해 온 과정에서 시작해 규범, 유물 수습과 응급처치 요령, 문화재의 과학적 조사 금속 유물, 목재 유물, 토기 및 도자기 유물의 실제 보존 처리 방식을 비롯해 저자 자신이 직접 관여한 보존 처리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다소 전문적 용어가 많아 중·고등학생들이 읽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으나 저자가 문화재 보존 과학의 입문서라고 일컬은 만큼 문화재 보존가의 꿈을 가진 학생이라면 한번 읽어 봄직하다.
이미지 확대보기생명이 있는 것이든 아니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낡거나 퇴색하고 결국은 사라진다. 이 진리를 거스르고 과거를 현재에 되살려 놓는 사람들이 있다. 수백 년 이상 시간의 땅 속에 잠들어 있던 유물을 일깨워 새롭게 살려내는 사람, 이 사람이 바로 문화재 보존가다. 이 직업이 없었다면 조상의 얼과 삶을 오롯이 담고 역사를 증명해 주는 귀중한 유물을 만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