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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돋보기] KT&G 흔드는 FCP 제안 둘러싼 의문점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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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돋보기] KT&G 흔드는 FCP 제안 둘러싼 의문점 셋

시장 상황·피어 그룹 고려하지 않은 '주가' 부실 주장…회사 사업 이해도 부족
투자 계획에도 반기…설득력 잃은 주주제안에 글로벌 의결자문사도 갸우뚱

KT&G 주가와 코스피 지수 흐름도. 사진=FCP 온라인 설명회 자료 발췌이미지 확대보기
KT&G 주가와 코스피 지수 흐름도. 사진=FCP 온라인 설명회 자료 발췌
“전세계 부실 거버넌스의 교과서다.”

‘변화가 지금 필요한 이유’란 온라인 설명회에서 이상현 FCP(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 대표가 강조한 말입니다. 그는 독립성이 있어야 할 KT&G 이사회의 거버넌스가 무너지면서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 회사가 수익을 내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아 가치평가가 디스카운트된 채 부실한 주가를 15년간 지속하고 있다면서 주주들의 결집을 요구하고 나섰는데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밝힌 일부 주장에 대해 갸웃한 시선을 보냅니다. 일부 요구는 회사의 미래 성장을 고려하지 않을 만큼 과도한 데다 회사 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주장들이 몇몇 보여 서입니다. KT&G 주총(28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FCP 제안을 다시 점검해봤습니다.

◆“15년간 주가가 부실했다”


24일 기준 개장 전 KT&G 주가는 8만8400원. FCP를 비롯한 행동주의 펀드는 15년째 제자리걸음 중인 이 주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FCP는 KT&G 주가가 동종업계대비 47%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어 가치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온라인 설명회에서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니, 현재와 근접한 주가를 보이고 있더군요.

표면상으로 보면 이들의 주장은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정작 중요한 업의 특성과 시장적 상황을 반영치 않은 단순 수치 비교라는 점에서 이들의 주장은 100% 신뢰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기업가치 평가의 중요 고려사항으로 여겨지는 피어그룹(Peer group), 코스피 흐름 등이 배제된 것인데요, FCP 측이 15년 전으로 설정한 이 시기는 코스피 지수는 최초로 2000선을 돌파한 ‘호황기’였던 점을 고려해야겠습니다. KT&G도 FCP 측이 설정한 기간에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KT&G 관계자는 “이러한 배경은 배제한 채로 15년이라는 기간을 취사 선택한 것은 주가가 제자리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KT&G만을 예로 든 주장인 점도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코스피지수와 자사 주가 상승률을 보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KT&G 말은 사실일까요. KT&G 말대로 15년 전의 코스피 지수와 주가의 흐름을 살펴봤습니다. 2007년 12월28일 기준 코스피지수는 1897.13, 작년 12월29일 기준 코스피지수는 2236.4로 18% 상승률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이 기간 KT&G 주가는 7만9700원에서 9만1500원으로 15% 늘었군요.

올해를 기준으로 15년 전인 2008년1월2일 기준 코스피지수는 1853.45, 지난 1월2일 기준 코스피지수는 2225.67로 20% 수준의 상승률을 보입니다. 같은 기간 KT&G 주가는 7만7800원에서 8만8700원으로 14%의 상승률을 기록해 큰 격차를 보이진 않았습니다.

◆주주에게 인색한 KT&G? '글쎄'


KT&G 주주환원 추이. 사진=FCP 온라인 설명회 자료 발췌이미지 확대보기
KT&G 주주환원 추이. 사진=FCP 온라인 설명회 자료 발췌
FCP는 낮은 주가에 대한 불만과 함께 주주환원율이 단 58%라는 주장을 펼치며 주주환원이 인색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동종업계가 평균 순이익 91%(2021년 기준 PMI 93%, BAT 75%, JT 73%)를 환원하는 것과 비교해 적다는 것인데, KT&G의 최근 3개년의 주주환원율을 보니 행동주의 펀드의 말이 이해가 됐습니다. 2019년에는 63.8%, 2020년에는 69.0%, 2021년에는 94.6%로 최근에야 주주환원율을 크게 끌어 올렸더군요. 다만, 주주환원율이 60~70% 수준임은 결코 적은 수준이 아닙니다.

미국의 주주환원율은 평균 90%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자랑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으로 30%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죠. 이를 바탕으로 봤을 때 KT&G의 주주환원율은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합니다. 국내 대기업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2021년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LG화학은 당기순이익 대비 주주환원율이 25%며 SK하이닉스는11% 입니다.

이런 상황에 FCP는 배당을 주당 1만원까지 요구합니다. 또다른 행동주의 펀드인 안다자산운영은 주당 7867원까지 확대해 달라고 제안했습니다. KT&G 이사회 측은 주주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했습니다. 회사의 중장기 성장 투자 계획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수준이라는 이유에서죠.

KT&G 이사회는 “제안 주주 측의 주당 1만원의 배당, 즉 1조2000억원 규모의 배당과 자사주 1조2000억원 규모의 일시 추가 취득 요구는 회사의 미래 성장잠재력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는 매우 과도한 수준”이라며 “현 주주환원 규모의 약 3배에 달하는 제안주주 측의 요구는 회사의 성장투자 계획과 자금조달 계획 등을 고려할 때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현금보유량 4조원의 비밀


2022년 기준 KT&G의 현금 및 금융자산. 사진=FCP 온라인 설명회 자료 발췌이미지 확대보기
2022년 기준 KT&G의 현금 및 금융자산. 사진=FCP 온라인 설명회 자료 발췌
행동주의 펀드들은 KT&G에 거대한 잉여현금이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보고 있었습니다. FCP 측은 KT&G의 재무제표를 분석해 ‘4조원’에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주주에 환원을 하든, 올바른 곳에 투자 해야한다”고 요구 중입니다.

실제로 KT&G의 재무제표(2022년 말 기준)를 살펴보니 △현금및현금성자산 1조4010억원 △단기정기예금 등의 기타금융자산 2010억원 △신탁 등 당기손익 공정가치 금융자산 3930억원 △특정 금전신탁 등의 장기기타금융자산 430억원 △정기 예금 등의 장기예치금 1조4370억원 △장단기손익 공정가치금융자산 3020억원 △부동산 PF및 벤처 캐피탈 펀드 투자 등의 기타포괄손익 2060억 등 총 4조원이 현금과 금융자산들로 포함돼 있었습니다.

풍부한 유동성을 가진 만큼, 투자자들의 이러한 요구는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이지만, 따져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FCP 측이 잉여현금으로 계산한 항목을 잘 살펴보면, 단기간 내 유동화할 수 없는 항목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과대 계상이 된 것이죠. 대표적 항목이 ‘장기예치금(1조4370억원)’ 입니다.

이 장기예치금은 KT&G가 담배기본정산협약에 따라 미국 지역 판매금 중 일부인 약 1조5000억원을 제품이 판매된 주정부에 예치하고 있는 돈인데요, 이러한 장기예치금은 영업활동에 따라 차감될 수 있고 유동화가 어려워 순현금 계산시 이를 포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담배소비자의 피해 발생시 주정부의 의료재정에 편입될 수 있고, 그 이외의 경우 납부일로부터 25년 경과 후 전액 환급된다”고 전했습니다. KT&G의 경우는 2000년대 초반 미국 시장에 진출해 2020년대 중반 이후부터 순차적으로 환급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FCP는 누적손실 360억원에 달하는 미국에 현금 1조4000억원 이상을 묶어둘 필요가 있냐고 주장합니다. KT&G 업황에 대한 이해도와 배경지식 없이 계정 과목과 숫자로만 판단한 것이죠. FCP 측은 착한 펀드라고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사모펀드의 행위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당초 FCP는 당초 잉여현금 6조원을 주장했는데 최근 현금규모를 4조원으로 수정했다고 하네요. 현재 유의미한 매출을 창출하고 있는 투자부동산(FCP 추산 2조원)이 포함돼 있어 ‘터무니없다’는 공격을 받아서라는 후문입니다.

이 때문일까요. 글로벌 의결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도 제안주주 측에 의구심을 표했다. 글래스루이스는 “다자산운용 및 FCP의 주주제안과 KT&G 이사회의 대응 논리 및 이슈 전반을 검토했을 때, 현재 주주제안 측의 주장이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KT&G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약 1조8000억원 규모의 보유현금은 3대 핵심사업에 대한 투자와 이미 진행 중인 주주환원계획에 쓸 예정이라고 합니다. 핵심사업의 성장과 이익규모 확대를 위해 2027년까지 총 약 3조9000억원 규모의 투자와 지속적인 주주환원을 계획 중이라고 하니, 회사의 보유현금은 빠르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지네요.

◆인도네시아와 튀르키예에 있는 담배공장 증설하는 이유


사진=지난 1월 진행된 KT&G 인베스터데이 2023 설명회 자료 발췌. 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지난 1월 진행된 KT&G 인베스터데이 2023 설명회 자료 발췌.
이러한 투자 계획이 담긴 ‘2027 KT&G 비전’을 꼼꼼히 뜯어봤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향후 5년간 총 3조9000억원의 투자를 예고하면서 3대 핵심 축을 중심으로 자금을 활용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NGP(Next Generation Products)에는 1조2000억원, 건기식에 6000억원, 글로벌 CC(궐련담배)에는 9000억원, 기타에 3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입니다.

NGP는 외부 전문가의 타당성을 토대로 국내 설비 확충과 카자흐스탄 및 동유럽 신공장 건설에, 글로벌 CC는 현지 수요 대응을 위해 인니, 튀르키예 등 해외 신공장 건설에 자금을 투입한다고 합니다. 수요가 있는 곳에 투자해 수익성을 끌어 올리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그런데 행동주의 펀드는 이에 반기를 듭니다. 올바른 투자처가 아니라는 판단에섭니다. 특히 튀르키예와 인도네시아(인니) 투자에는 적극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왤까요. 이 대표는 그 이유로 “(투자에 대해 KT&G는)탄탄한 계획은 커녕 수익성 언급도 없고, 인도네시아는 특히 담배 한갑에 1달러도 되지 않는 곳이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튀르키예에 대한 투자 반대 의견은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FCP 측은 수익성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하지만 글로벌 궐련사업은 매출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더군요.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국내외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 및 해외법인 성장 효과로 역대 최고 연간 매출 기록 경신한 것인데요.

인니 등 해외법인 직접사업 확대 등 영향으로 해외궐련의 판매량‧매출액이 동반 성장한 결과라고 회사 측은 풀이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4분기 해외궐련 판매량(해외법인+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8% 증가했고, 연간 판매량은 전년보다 27.1% 늘었네요. 연간 매출액은 전년대비 47.2% 증가한 1조9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업계에서도 FCP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는군요. 특히 튀르키예와 인니는 세계를 대표하는 담배 소비국가에 투자를 하지 말란 점은 이해가 안된다는 설명입니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담배가 한 갑에 얼마건 간에, 담배값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 가도 담배 한갑을 팔아 큰 수익을 남기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인니는 성인남성의 69%가 흡연자로 기관지에 질환이 있는 성인을 제외하고는 흡연을 즐기는 나라고, 튀르키예는 세계 담배 소비국 중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곳”이라고 설명하더군요. 또 다른 관계자도 “해외시장 수요 증가에 따른 공장 증설 등 신규 투자는 시장 기회 포착 및 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당연한 결정”이라며 “이러한 투자에 반대한다면 미래 성장성을 고려하지 않은 단기 이익을 위한 근시안적인 판단일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습니다.

평가가 이렇다 보니 FCP는 본인들 표방하는 착한 펀드로 인정받진 못하는 분위깁니다. 진정한 기업가치 상승을 이끌어 낼 안을 내지는 않고, 거센 공세와 과도한 수준의 요구만을 하고 있어선데요, 상황을 지켜본 업계 관계자는 “단기차익 실현을 목적일 수 있다”며 “주주제안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엑시트할 수년내 엑시트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