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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의 여유] 아카데미 수상 영화의 원작을 읽는 흥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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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의 여유] 아카데미 수상 영화의 원작을 읽는 흥미로움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와 ‘가여운 것들’

가여운 것들/ 앨러스데어 그레이/ 황금가지
가여운 것들/ 앨러스데어 그레이/ 황금가지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카이 버드/ 사이언스북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카이 버드/ 사이언스북스

미국 현지 시간으로 3월 10일 영화계의 가장 큰 행사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열렸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노벨문학상이나 부커상, 이상문학상 등의 굵직한 문학상들만큼이나 출판계에서 눈여겨보는 행사다. 책에 대한 행사는 아니지만 아카데미상에 후보로 지명되거나 상을 받은 영화의 각본집이나 설정집, 원작 소설 등의 도서가 반짝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서점도 출판사도 이 기간에는 잠깐의 특수를 기대한다. 이번 아카데미상 시즌에도 다양한 영화 연관 도서들이 출간돼 활발한 판매로 이어졌다.

오스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아카데미상은 미국의 영화 시상식이다. 전년도에 발표된 미국의 영화 및 미국에서 상영된 외국 영화를 대상으로 매 해 3월 둘째 일요일에 시상을 한다. 한국에서는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최고의 상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하며 상의 이름을 더 널리 알렸다. 아카데미상은 ‘작품상’ 외에도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의상상’ 등 영화 제작과 관련된 23개의 다양한 부문을 시상한다.

이번 아카데미상의 주역은 크리스토퍼 놀런의 ‘오펜하이머’다. 원자폭탄의 아버지 로버트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의 영광과 몰락을 입체적으로 담아낸 ‘오펜하이머’는 ‘작품상’을 포함해 총 7개의 상을 받으며 큰 주목을 받았다. 영화의 원작 도서는 카이 버드의 평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로 작년 영화가 한국에서 흥행을 하면서 덩달아 판매량이 증가해 일약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상영 시간의 한계로 많은 인물들과 사건들이 순식간에 지나가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평이 있었는데 어린 시절부터 노년까지 오펜하이머라는 문제적 인물의 면면을 낱낱이 분석한 평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함께 읽는다면 영화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카데미상에서 ‘오펜하이머’만큼 주목받은 다른 작품은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가여운 것들’이다. ‘여우주연상’을 포함해 4관왕을 달성한 ‘가여운 것들’도 ‘오펜하이머’와 같이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다. 영화 ‘가여운 것들’은 1934년에 태어난 스코틀랜드 작가 앨러스데어 그레이의 동명의 장편소설 ‘가여운 것들’을 기반으로 한다. 영화는 ‘벨라’라는 여성의 성장기를 다루는데 개봉 당시 파격적인 스토리 라인으로 화제가 되었다.

이야기는 천재 과학자 갓윈 백스터가 강에서 자살한 어느 여인의 시체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여인은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고 갓윈은 아기의 뇌를 죽은 어머니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통해 그를 살리려 한다. 그렇게 아이의 뇌에 성인의 몸을 가진 ‘벨라’가 태어났다. 이후 갓윈의 저택에서 인간됨을 배워나가던 ‘벨라’는 이후 모종의 사유로 갓윈의 저택을 떠나 바깥 세계를 모험하며 하나의 인격체로 자의식을 갖춘다.

‘벨라’가 여행을 떠나며 새로운 감정들을 알아간다는 줄기는 동일하지만 소설에서는 영화가 미처 다루지 못한 ‘벨라’의 감정선과 모험들을 다루기 때문에 더 다채롭게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영화를 보고 소설을 읽으면서 어떤 부분이 영상으로 표현되었고 다 담기지 못한 이야기들은 또 무엇이 있는지 비교해봐도 좋을 것이다.

한지수 교보문고 인문·예술MD



조용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c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