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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대형마트, ‘사방이 경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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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대형마트, ‘사방이 경쟁자’

지난해 롯데마트, 올해 이마트 ‘희망퇴직’ 단행
규제 막힌 대형마트, ‘쿠팡·편의점’ 경쟁에 진땀

이마트. / 사진=김수식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이마트. / 사진=김수식 기자
대형마트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방이 경쟁자’라는 말이 나온다. 실제 그렇다. 쿠팡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에서 알리익스프레스(알리)라는 무시 못 할 경쟁자가 등장했다. 편의점업계와도 힘겨운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기대했던 ‘유통산업발전법(유통산업법) 개정안’도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

이마트를 포함한 롯데마트, 홈플러스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매출이 계속 쪼그라들면서 인력도 축소하는 모습이다. 롯데마트에 이어 최근에는 이마트도 ‘희망퇴직’이라는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이마트는 ‘희망퇴직’을 공지했다. 신청대상은 밴드1(수석부장)부터 밴드3(과장) 인력 중 근속 15년 이상인 자(입사일 기준 2009년 3월 1일 이전 입사자) 이다. 희망퇴직자에게는 법정 퇴직금 외 월 기본급의 40개월치인 특별퇴직금과 생활지원금 2500만원, 전직지원금이 직급별 1000만~3000만원 지급된다.

이마트가 점포별이 아닌 전사적인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건 1993년 설립된 이래 처음이다. 앞서 이마트는 올해 초 폐점을 앞둔 상봉점과 천안 펜타포트점에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마트 직원 수는 매해 줄어드는 모습이다. 이마트는 2019년 2만5779명에서 2022년 2만3844명, 지난해 2만2744명으로 파악된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CEO 메시지를 통해 “아주 무거운 마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게 됐다”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이번 조치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마트만의 일이 아니다. 앞서 롯데마트도 세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2020년 실적이 좋지 않은 점포 12개를 먼저 정리하고, 2021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어 지난해 11월까지 세 차례의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대형마트 3사 중 홈플러스만 아직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았다.

지난해 대형마트 3사의 합산 직원 수를 보면 5만2728명으로 전년 대비 4.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가 1100명으로 규모가 가장 컸다. 이어 롯데마트 789명, 홈플러스 627명이다.

인원이 감축되는 이유 중 하나로 실적 악화가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월 대형마트 3사 매출은 지난해 1월보다 9.2% 감소했다. 이 기간 다른 경쟁사들은 성장세를 보였다. 먼저 온라인 이커머스 매출이 전년 대비 16.8% 증가하며 27개월 만에 최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쿠팡은 유통업계에서 양강 구도를 그렸던 롯데와 신세계를 앞서면서 ‘쿠이마롯(쿠팡·이마트·롯데)라는 새로운 유통지도를 만들었다. 실제 쿠팡은 지난해 매출 31조8000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6174억원으로 창간 첫 연간 흑자를 냈다. 같은 기간 이마트는 매출 29조4722억원, 영업손실 469억원을 냈다. 롯데쇼핑은 매출 14조5559억원, 영업이익 5084억원을 기록했다.

대형마트는 점포당 매출에서도 다른 오프라인 채널에 밀렸다. 대형마트가 8.3%로 감소한 반면 백화점(0.7%), 편의점(1.5%), 준대규모점포(4.2%)는 증가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올해 1월 유통 채널 중 유독 대형마트 매출이 부진한 것은 명절 시차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중저가 생활용품 시장에서 이커머스에 밀린 상황에서 알리, 테무 등 중국 플랫폼 이용자가 늘어나며 수요층이 더 옮겨간 영향이 크다고 본다”고 밝혔다.

기대했던 휴일 또는 새벽 시간대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법 개정안도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대형마트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대신 정부와 대형마트가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과 판로 지원 등을 돕는 방안을 대형마트, 중소 유통업계와 함께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여야 간의 견해차로 소관 상임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면초가다. 대형마트는 한때 잘 나갔던 시절 만을 기억하고 규제에 묶여 있다. 가뜩이나 경제 상황이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차와 포를 떼고 장기를 두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김수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imk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