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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는데 역시…총선 끝 먹거리 줄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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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는데 역시…총선 끝 먹거리 줄인상

‘물가 상승’ 굽네‧파파이스는 시작…“대기자 많아”
코코아 가격 폭등에 롯데웰푸드도 인상 대열 합류
밥상 가격도 비상등 켜지나…조미김 시장도 ‘꿈틀’

여의도 한 식당에 '가격인상 안내문'이 붙어있다. / 사진=김수식 기이미지 확대보기
여의도 한 식당에 '가격인상 안내문'이 붙어있다. / 사진=김수식 기
지난 2022년 때다. 삼각지역 근처 식당에서 지인과 술 한잔을 하고 있었다. 옆에 테이블에서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는 식당 주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상황은 이렇다. 계란말이를 더 달라는 손님의 주문에 식당 주인이 달걀값이 많이 올라 힘들다는 것이다. 한쪽 식당 벽에는 ‘계란값 폭등으로 인해 당분간 리필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2년 후 2024년, 지금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여의도 한 순대국 식당에서 가격 인상 안내문이 붙어있는걸 볼 수 있었다. ‘식자재와 물가 상승으로 인해 3월 4일부로 식사 가격을 1000원 인상하게 됐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때 계산을 하던 한 손님이 말했다. 그는 “고작 1000원일 수도 있는데 여기저기 다 오르니 감당이 안 되네”라고 했다.
서민들 시름이 날로 깊어지지만, 해결 방안은 떠오르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그동안 눈치만 보다 총선이 끝나자 일제히 가격을 올리고 있는 듯하다. 앞으로도 상황이 좋아질 것 같진 않다”며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민 장바구니가 또 한 번 무거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라고 말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실제 물가 상승은 현재진행형이다. 잠시 주춤하는 듯하더니 지난 4‧10 총선이 끝나기 무섭게 가격 인상 소식이 물밀듯이 쏟아져 나온다. 시작은 굽네, 파파이스 등 프랜차이즈업체이다. 지난 15일 굽네와 파파이스가 가격 인상을 알렸다.

굽네는 이날 배달 치킨 9개 제품 가격을 일제히 1900원씩 인상했다. 대표 메뉴인 고추바사삭은 인상 후 가격이 2만원에 육박한다. 기존 1만8000원에서 1만9900원으로 올랐다. 오리지널은 1만6000원에서 1만7900원으로 인상됐다. 남해마늘바사삭은 1만9000원에서 2만900원으로 올랐다. 오븐바사삭, 치즈바사삭, 갈비천왕, 불금치킨, 볼케이노, 양념히어로 등도 가격이 1900원씩 비싸졌다.

같은 날 파파이스 코리아도 가격 인상 소식을 전했다. 치킨, 샌드위치, 사이드 메뉴, 디저트, 음료 등의 가격을 평균 4% 올렸다. 이에 따라 가격 인상 대상 품목 가격은 직전보다 100∼800원 올랐다. 배달 전용 판매가도 별도 운영된다. 배달 메뉴에는 매장 판매가보다 평균 약 5% 높은 가격을 차등 적용한다.

끝이 아니다. 간식거리 가격표도 바뀐다. 지난 18일 롯데웰푸드는 코코아를 원료로 한 초콜릿류 건빙과 17종의 가격을 올린다고 발표했다. 평균 인상률은 12.0%다. 변동된 가격은 5월 1일부터 유통 채널별로 순차 적용된다.

건과 주요 제품으로는 가나마일드 34g을 권장소비자가 기존 1200원에서 1400원으로, 초코 빼빼로 54g을 1700원에서 1800원으로, 크런키 34g을 1200원에서 1400원으로 올린다. 또 ABC초코187g을 6000원에서 6600원으로, 빈츠 102g을 2800원에서 3000원으로, 칸쵸 54g을 1200원에서 1300원으로, 명가찰떡파이 6입을 4000원에서 4200원으로 인상한다.
빙과 주요 제품으로는 구구크러스터를 기존 5000원에서 5500원으로, 티코를 6000원에서 7000원으로 올린다.

가격 인상의 이유는 명료하다. 코코아 가격이 폭등한 것이다. 초콜릿의 주 원료인 코코아(카카오 열매를 가공한 것) 시세는 급등세를 이어가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국내 최대 초콜릿 사업자로, 카카오빈을 수입해 초콜릿을 만드는 국내 유일한 공장을 경남 양산에 운영하고 있다. 시세 인상분을 다 반영하지는 못하더라도 초콜릿 제품에 한해 제한적인 가격 인상을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인건비 등 가공 비용도 오른 상황이라 카카오 원물을 이용해 제품을 만드는 국내 유일한 업체인 롯데웰푸드의 초콜릿류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며 “장기적인 수급 불안정에 적극 대비하면서 제품 품질을 유지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가격을 올린 굽네와 파파이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굽네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배달 수수료, 인건비, 임대료 등 비용 상승으로 가맹점의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피자 가격은 올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파파이스도 “최근 물가 인상과 인건비, 배달 수수료 등 비용 상승 압박이 커져 불가피하게 가격을 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파파이스 역시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기 메뉴인 클래식 치킨 샌드위치, 스파이시 치킨 샌드위치의 가격은 동결했다고 했다.

하지만 서민의 시름은 끊이지 않는다. 밥상 가격도 오를 조짐을 보인다. 조미김 시장 점유율 5위 안에 드는 업체 중 3곳이 이달부터 순차적 가격 인상에 들어갔다. 가격 인상 폭은 10∼20% 수준이다.

‘지도표 성경김’으로 잘 알려진 성경식품은 지난 1일 슈퍼마켓 등 일부 유통 채널에서 김 제품 가격을 평균 10%가량 올렸다. 광천김은 지난 1일 대부분 품목 가격을 15∼20% 인상했다. 대천김은 지난달 김가루 등 제품 가격을 약 20% 올렸다.


김수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imk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