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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국순당이 만든 전통술, 강원도 횡성에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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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국순당이 만든 전통술, 강원도 횡성에서 만나다

해발 500M 청정지역, 강원도 횡성에 대규모 전통주 양조장
횡성양조장, 올해 설립 20주년…국내 전통주의 메카로 우뚝

올해 출시 37주년을 맞은 국순당 백세주는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이 총 7억병이 넘는다. / 사진=김수식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올해 출시 37주년을 맞은 국순당 백세주는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이 총 7억병이 넘는다. / 사진=김수식 기자
지난 2003년 시작과 함께 첫 술잔을 비웠다. 맛도 멋도 모르는 단순히 성인임을 증명하는 치기 가득한 술잔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인생 첫술은 소주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막걸리였다. 아장아장 걸을 때다. 가장 좋아하는 외할아버지 손을 잡고 주전자에 막걸리를 담으러 자주 따라갔다고 한다. 그때마다 바랜 동그란 잔에 담아낸 막걸리를 홀짝홀짝 마셨다고 한다.

그렇게 막걸리는 기억나지 않는 추억을 빚은 술이 됐다. 이 기억이 불현듯 떠오른 건 국순당 횡성양조장을 방문해서다. 지난 23일 찾은 국순당 횡성양조장은 해발 500m의 강원도 횡성군 청정지역에 위치해 있다. 국순당은 2004년 이곳에 부지 면적은 14만4367㎡ 전통주 양조장을 준공하면서 본사를 이전했다.
여기서 직접 키운 누룩을 좋은 햇빛과 강원도 청정 바람으로 잘 말려 잡균과 나쁜 냄새를 제거해 사용하고 맑은술이 샘솟았다는 전설이 있는 주천강(酒泉江) 인근 지하 340m의 청정수로 전통주를 빚는다. 이 과정을 통해 12시간마다 백세주 약 30만병, 생막걸리 약 35만병이 생산된다.

환경친화적인 이 양조장은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위생모와 위생복을 입고 덧신과 함께 마스크까지 써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손을 씻고 먼지까지 털어내고 나서야 양조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이후 강태경 국순당 품질보증팀장의 안내로 양조장 곳곳을 돌아 볼 수 있었다.
강 팀장에 따르면 국순당 횡성양조장은 지난 2016년 횡성양조장에서 생산중인 전체품목에 대한 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았다. 생산제품의 ‘원료-제조-유통’의 전 과정에 대한 위해요소 관리 심사평가 결과 최종 적합 판정을 받은 위생적인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백세주와 국순당 생막걸리 등 주요 제품은 ‘생쌀발효법’으로 빚는다. ‘생쌀발효법’은 고려시대 명주인 백하주의 제법을 바탕으로 국순당이 복원한 특허 기술로 술이 완성될 때까지 높은 열을 가하지 않고 가루 낸 생쌀과 상온의 물을 그대로 사용한다. 열을 가하지 않아 영양소 파괴도 적을 뿐 아니라 필수 아미노산과 비타민이 다량 함유돼 있다.

또 일반적인 제법인 고두밥을 짓는 과정이 필요 없어 에너지 절감 효과가 80%가량에 이르고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최소화한 친환경적 저탄소 제법이다.

국순당 횡성양조장에서 전통주가 생산되는 과정이다. / 사진=김수식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국순당 횡성양조장에서 전통주가 생산되는 과정이다. / 사진=김수식 기자

양조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천장에 있는 색색의 배관이었다. 빨간색 배관은 스팀, 초록색 배관은 일반용수, 노란색 배관에서는 술이 흐른다. 양조 공정을 마친 술이 병입 공정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배관을 타고 흐르니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는다.

발효 탱크도 인상적이었다. 건물 3층 높이의 탱크에는 막걸리 1병 기준으로 하면 최대 15만병 정도가 담겨있다. 탱크 안을 들여다보니 발효 중인 술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강 팀장은 “발효 3일차로 가장 왕성하게 알코올을 만들고 있는 시기”라며 “탱크 안에 보이는 파이프는 냉각 사관으로 온도가 너무 높으면 적정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전통주는 최근 해외에서도 인기가 늘고 있다. 박선영 국순당 생산본부장은 “전세계적으로 K컬처가 인기를 누리면서 K푸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전통주도 주목받고 있다”며 “특히 미국과 일본에서 매출이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권에서 매출 성장률이 높다”고 말했다.

국순당의 전통주 해외수출은 1987년 ‘생쌀발효 동동주’를 미국 교민대상으로 수출하며 시작됐다. 이후 1993년 국내 최초 캔막걸리인 ‘바이오탁’을 개발해 막걸리 수출을 시작했다.

현재 세계 50여개 국가에 백세주와 막걸리, 증류소주 및 사라진 우리술을 복원한 법고창신 브랜드 등 프리미엄 전통주와 신개념 콜라보 막걸리 등을 수출하며 우리 전통주의 우수성과 음식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2020년에 전통주 업계 최초로 5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 이후 1년 만인 2021년에 7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3년 연속 수출액 100억원을 돌파하는 등 국내 전통주 업계 수출을 선도하고 있다.

박선영 국순당 생산본부장이 국순당 대표 막걸리를 소개하고 있다. / 사진=김수식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박선영 국순당 생산본부장이 국순당 대표 막걸리를 소개하고 있다. / 사진=김수식 기자

한편 국순당은 횡성양조장 내에 우리술 역사ᆞ문화 체험 공간인 ‘주향로(酒香路)’를 운영 중이다. 주향로는 ‘술 향기 가득한 길’을 의미하며 횡성양조장 견학을 통해 올바른 우리 전통술 문화를 알리기 위해 2005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선정 대한민국 대표 지역문화유산인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된 명소이기도 하다.

주향로는 양조장 2층에 위치해 첨단 설비를 갖추고 전자동으로 생산되는 전통주 생산라인을 견학로를 통해 이동하며 볼 수 있다. 술을 빚던 옛 도구 등 전통주 관련 물품들이 전시돼 있어 우리술 관련 과거와 현재를 한꺼번에 체험하고 갓 생산된 막걸리와 약주 등 다양한 전통주를 맛보며 비교 시음 체험할 수 있다.


김수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imk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