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소주 15.7도 시대… 주류업계 ‘저도화’ 전략 속 남겨진 과제는

글로벌이코노믹

소주 15.7도 시대… 주류업계 ‘저도화’ 전략 속 남겨진 과제는

출고량 감소 속 저도·무알코올 확대…수익성·소비자 체감 시험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소주가 진열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소주가 진열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주류 시장에서 소주 도수를 낮추는 ‘저도화’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업계는 변화된 음주 트렌드에 맞춘 전략적 선택이라는 입장이지만, 가격과 음용 경험을 둘러싸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오는 30일부터 제로 슈거 소주 ‘새로’의 알코올 도수를 기존 16도에서 15.7도로 0.3도 낮춰 출고한다. 제품 리뉴얼 과정에서 100% 국산 쌀증류주로 원료를 변경하고 아미노산 5종을 첨가하는 등 부드러운 맛을 강조했다. 롯데칠성은 앞서 지난해 7월에도 ‘처음처럼’의 도수를 16도로 조정한 바 있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일품진로 마일드’의 패키지를 새롭게 단장했다. 알코올 도수 16.9도의 이 제품은 기존 증류식 소주보다 부담을 낮춘 콘셉트로 2025년 출시됐으며, 이번 리뉴얼은 출시 이후 처음이다. 하이트진로는 라벨 디자인과 병뚜껑 등 외형 요소를 조정해 제품의 ‘마일드’ 이미지를 보다 명확히 드러냈다는 설명이다.

맥주 시장에서도 변화의 방향은 유사하다. 취기보다 가벼운 음용 경험을 중시하는 수요가 늘면서 알코올 함량을 최소화하거나 제거한 제품이 빠르게 늘고 있다. 오비맥주는 무알코올 맥주 ‘카스 올 제로’를 중심으로 ‘카스 0.0’, ‘카스 레몬스퀴즈 0.0’, ‘카스 라이트’ 등 저알코올·저칼로리 제품군을 확장하며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하이트진로 역시 ‘하이트제로 0.00’과 ‘하이트 논알콜릭 0.7%’을 앞세워 비알코올 수요 흡수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 같은 제품 전략의 변화는 주류 소비 둔화와 맞물려있다. 국세통계포털 기준 국내 희석식 소주 출고량은 2022년 이후 감소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며, 맥주 역시 같은 기간 출고량이 줄었다. 업계에서는 음주 빈도와 1회 소비량이 동시에 낮아지는 흐름 속에서 저도주와 논·무알코올 제품이 기존 수요를 지키기 위한 핵심 대응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도수는 낮아졌는데 가격은 그대로’라는 불만과 함께 ‘덜 취해 오히려 더 마시게 된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도수 인하가 주정(에탄올) 사용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수익성 방어를 염두에 둔 전략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주류업계 관계자는 “도수 조정으로 주정 사용량이 줄어 원가에 일부 영향은 있지만, 공병·뚜껑 등 부자재와 물류비·인건비 등 비용 요인도 함께 반영된다”며 “도수 인하가 곧바로 주류회사의 이익으로 직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는 도수 조정이 원가 절감보다는 변화한 음주 트렌드에 맞춰 브랜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결국 주류업계의 저도화 전략이 단순한 점유율 사수를 넘어 실질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과제로 남는다.


황효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yoju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