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 기관 누구라도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게 되면 위법이 될 뿐 아니라 행위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정관은 기업을 설립할 때 필요한 핵심사항 중 하나이지만 회사의 설립, 조직, 업무 활동 등에 관한 기본규칙을 정한 규약으로 회사의 해야 할 일과 경영 등에 대해 기본원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정관을 변경할 때에는 상법 제433조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를 거쳐야 합니다. 특별결의에는 참석주주의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승인을 얻어야 합니다. 정관 변경을 어렵게 만든 것은 가급적 많은 주주들의 동의를 구하라는 취지로 보입니다.
셀트리온은 지난 3월 26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관에 화장품 및 건강기능식품의 제조, 수출, 도매 및 판매업에 사업목적을 추가했습니다. 이에 앞서 2월 22일 열린 이사회에서 주주총회 소집 결의를 하며 정관변경안을 의결했습니다.
셀트리온그룹은 주총 후 4개월 지난 7월 26일 셀트리온홀딩스,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셀트리온스킨큐어의 3개사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공시했습니다.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는 셀트리온그룹의 지주회사로서 합병이 어느 정도 예견되어 있었지만 셀트리온스킨큐어와의 합병은 투자자들에게 다소 의외였습니다.
셀트리온스킨큐어는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업체입니다. 셀트리온스킨큐어는 의약품 원재료‧생산부자제 업체인 셀트리온GSC를 이용해 경영난에 빠져있던 한스킨을 인수하며 만들어졌습니다.
한스킨이 2013년 셀트리온스킨큐어로 이름을 바꿨고 이후 2016년 셀트리온GSC가 자본잠식 상태인 셀트리온스킨큐어를 흡수합병했고 존속법인의 사명을 셀트리온스킨큐어로 변경했습니다.
이들 3개사의 합병을 추진할 당시 셀트리온홀딩스는 서정진 회장이 지분 95.51%를 갖고 있었고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는 서 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했습니다. 셀트리온스킨큐어는 서 회장이 지분 68.93%를 보유했습니다.
셀트리온스킨큐어는 당시 셀트리온의 지분 2.12%(291만7971주)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지분 1.39%(214만6761주) 상당을 갖고 있었습니다.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홀딩스,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셀트리온스킨큐어의 합병이 성사되면 셀트리온스킨큐어의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셀트리온에서 넘겨받아 진행할 것에 대비해 정관에 사업목적을 삽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입니다.
셀트리온홀딩스가 셀트리온스킨큐어를 합병하면 셀트리온스킨큐어가 보유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은 셀트리온홀딩스로 넘어가게 됩니다.
셀트리온그룹은 그러나 셀트리온스킨큐어와의 합병이 무산되면서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의 지주회사 2개사의 합병에 머물게 됐습니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지난 9월 16일부터 10월 6일까지 접수된 합병 관련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간의 만료시점을 기준으로 셀트리온스킨큐어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된 매수가액의 합계액이 500억원을 초과해 셀트리온스킨큐어와의 합병이 불가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셀트리온은 지난 3월 26일 정기주주총회에서 화장품 및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지만 아직까지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시설투자나 사업부 신설 등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셀트리온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9월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셀트리온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은 크게 바이오시밀러, 항체 신약 개발, 단백질 의약품 위탁생산사업, 화학합성의약품사업 총 4가지로 구분됩니다.
셀트리온홀딩스가 비록 셀트리온스킨큐어와의 합병에는 실패했지만 이에 앞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전에 셀트리온의 정관을 변경하면서 사업목적에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을 추가한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휩쓴 영화 기생충에서 배우 송강호의 명대사인 “아들아, 역시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는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김대성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kimd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