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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 국민연금의 한진칼 주식 운영 되돌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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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 국민연금의 한진칼 주식 운영 되돌아보니…

국민연금공단은 2018년 한진칼 주식 매각으로 M&A로 주가 급등해도 수혜 ‘미미’…M&A 재료 사라지고 주가 떨어지자 뒤늦게 단순투자로 지분 매각에 나서려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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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로벌이코노믹
국민연금공단이 한진칼 주식의 보유목적을 경영참여에서 단순투자로 바꾸기로 하면서 국민연금공단이 과거 한진칼 주식을 어떻게 운영해 왔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의 주식 운영에 대한 의사결정기구는 기금운용위원회입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제2차 기금운용위원회 회의를 열고 한진칼의 주식 보유목적을 경영참여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하기로 결의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의 한진칼 보유지분은 5%를 넘지 않아 공시되고 있지는 않지만 지난달 한진칼 지분 약 4.15%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2019년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횡령·배임 논란을 계기로 주주제안을 위해 지분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한 바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2019년 2월 총수 일가의 횡령·배임 논란이 일자 한진칼에 대해 주주제안을 실시하기 위해 주식 보유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했지만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이 예전보다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은 한진칼 투자목적을 단순투자로 바꾸면서 주주총회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수준의 기본적인 수탁자책임활동만 하기로 했습니다. 한편으론 경영참여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주식을 팔고 떠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의 한진칼 지분 운영은 주가가 쌀 때에는 지분을 팔고 주가가 M&A(인수합병) 재료로 고가를 달릴 때에는 경영참여 목적에 주식을 제대로 팔지 못한채 어정쩡한 운영을 해 온 것으로 보입니다.
한진칼의 지배주조가 한국산업은행의 지분 참여로 조원태 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되고 M&A 재료가 사라지면서 한진칼의 주가가 맥을 못추자 국민연금공단은 주식을 팔고 떠날 채비를 하는 모습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이 한진칼의 주가가 고점을 달릴 때 주식을 팔 수 있는 운영을 했으면 수익률을 높이고 국민들의 연금 지급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을 것이지만 한진칼의 M&A 재료에도 별로 이득을 보지 못한 어설픈 주식운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2018년 3월 30일 한진칼 보유지분이 11.81%에 달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은 그해 6월 29일 10.93%, 9월 21일 8.35%, 10월 31일 7.34%로 갈수록 낮아졌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은 이 기간중 한진칼 주식을 대거 팔았습니다. 반면 KCGI(강성부 펀드)의 그레이스홀딩스는 2018년 11월 14일 한진칼 경영권 참여 목적으로 지분 9% 매입을 공시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의 한진칼 주식 상당부분이 그레이스홀딩스로 넘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한진칼의 2018년 4월부터 10월까지의 주가는 2만원 안팎의 주가이며 한진칼 주가는 KCGI의 한진칼 경영참여 목적 공시 이후에 급등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국민연금공단은 한진칼의 M&A재료가 나오기 직전에 한진칼 주식을 KCGI 측에 넘겨준 꼴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은 2019년에는 한진칼 주식보유를 경영참여 목적으로 변경했고 그해 2월 6일의 한진칼 지분은 6.70%에서 2019년 4월 9일에는 5.36%로 줄었고 4월 16일에는 4.11%로 떨어지면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지분공시를 하지 않게 됐습니다.

한진칼의 주가는 그후 M&A 재료에 2020년 4월 20일 최고점 11만1000원을 찍은후 등락을 거듭하다 그해 12월 2일 한국산업은행이 8000억원을 투입해 한진칼의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지분 10.66%를 확보하면서 한진칼의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한국산업은행이 조원태 회장의 손을 들어주는 한진칼의 지배구조가 확립되면서 M&A 재료가 사라졌고 주가는 맥을 못추는 상황을 맞게 됐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이 한진칼 주식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에서 단순투자로 바꾼 지난달 29일의 한진칼 주가는 5만7500원으로 최고점 대비 반토막 난 수준입니다. 한진칼의 지난 4일 주가는 5만6400원으로 더 떨어졌습니다.

한진칼의 지분 분포는 지난해 말 현재 조원태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20.93%, 그레이스홀딩스 외 17.41%, 대호개발 외 17.01, Delta Air 13.21%, 한국산업은행 10.58%로 나타났습니다. 호반건설이 최근 KCGI(그레이스홀딩스) 보유 지분을 사들이면서 2대 주주로 올라섰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이 한진칼 보유 지분을 제대로 운용했으면 주가가 비쌀 때 매각할 수 있었고 보유지분 전량을 비싼 가격으로 KCGI 측에 넘겼다면 한진그룹의 지배구조가 바꿔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이 주식운용으로 제대로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한진칼 주식운용에 대한 잘잘못을 엄정하게 가린 후 각계의 의견수렴을 거쳐 주식운용에 대한 방향을 정립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대성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kimd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