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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수수료 총 14회 인하 ‘더 내릴 게 있나’… 금융위 개편 해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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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수수료 총 14회 인하 ‘더 내릴 게 있나’… 금융위 개편 해 넘긴다

매출 3억 이하 영세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 0.5%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논의 지지부진
카드업계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 3년→5년 연장 요구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개편안 발표 시기가 내년으로 미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카드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개편안 발표 시기가 내년으로 미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카드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논의가 지지부진해지면서 연내 목표였던 개선안 발표 시기가 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지난 2007년 이후 총 14차례 인하돼 카드업계 수익성이 악화되고 불만이 고조된 상황이다.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율 책정의 근거가 되는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현재 3년에서 5년으로 늘려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시간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26일 카드업계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카드 수수료 개편안 발표가 내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2월, 카드 가맹점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점검과 전반적인 카드수수료 체계 개편방안을 논의하고자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TF'를 마련한 바 있다.
TF는 당초 올해 3분기 중으로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연말로 미뤄졌고 이마저도 이뤄지지 않아 해를 넘기는 양상이다. 카드 수수료 TF는 지난해 5월 이후로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안 발표를 위해서는 공론화 작업이 필요한데 현재까지 관련 논의가 전무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내 발표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는 카드사의 자금조달·위험관리·일반관리·마케팅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행 주기인 3년마다 가맹점 수수료를 다시 책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적격비용은 크게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결제대행업체 수수료 등을 바탕으로 산정한 수수료 원가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지난 2007년 이후 총 14차례에 걸쳐 내리 인하됐다. 그 결과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4.5%에서 0.5%로 연 매출 3억원 이상 30억원 미만인 소규모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3.6%에서 각각 1.1~1.5%까지 내려앉았다.

이같은 수수료율의 지속적인 인하로 수익이 악화되자 카드업계 및 노조는 현행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에 불만을 토로했다.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율 책정의 근거가 되는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현재 적용되고 있는 3년에서 5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방안이라 보기는 어렵지만 카드사들의 경영 안정성을 제고하고 이를 반영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수 있는 등 시간을 벌어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가 원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도 이를 받아들여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개편안 발표 시기가 차일피일 늦춰지면서 카드업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주기가 변경되지 않으면 현행 규정에 따라 2024년에 재산정 주기가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총선 시즌이 맞물려 있어 소상공인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의 일환으로 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재차 인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들어 강해지고 있는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도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부추기는 불안요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카드업계는 더 이상의 인하 여력은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미 계속해서 이어진 수수료 인하로 인해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되레 역마진 구조에 놓이고 있다는 게 카드사들의 입장이다.

실제로도 카드사들의 카드 이용 실적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몇 년 째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거나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전업 카드 8곳의 연도별 카드 이용 실적은 2020년 696조2266억원, 2021년 766조3578억원, 2022년 864조4337억원 3년새 24.2%나 증가했다.

반면 가맹점 수수료율은 지난 2018년 7조9112억원을 기록한 후 2020년 7조848억원까지 줄었고, 2021년에 7조7035억원으로 다시 늘었다. 2022년에는 7조4724억원으로 집계됐다. 5년 전인 2018년 보다 오히려 5.6%(4387억원) 감소한 수치다.

카드업계는 과도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는 장기적으로 소비자 혜택 축소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업계의 현황을 고려한 제도 개선안이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카드사들의 업황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가맹점수수료율이 추가로 인하될 시 비용절감의 차원으로 무이자 할부를 비롯한 여러 소비자 혜택이 더 많이 축소될 수 있다”며 “카드사의 업황을 어느 정도 고려한 개선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손규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bal4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