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카드 수수료 갈등②] 마트 "불황에 수수료 낮춰야" VS 카드사 "역마진 우려"

공유
0

[카드 수수료 갈등②] 마트 "불황에 수수료 낮춰야" VS 카드사 "역마진 우려"

중소형마트와 롯데카드 수수료율 갈등
금융당국 수수료 재산정 앞두고 충돌

롯데카드 사옥 전경. 사진제공=롯데카드.이미지 확대보기
롯데카드 사옥 전경. 사진제공=롯데카드.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을 앞두고 수수료 갈등이 점화됐다. 중소마트들은 롯데카드가 업계 최고 수수료율이라며 ‘보이콧’하며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순이익이 낮은 중소형마트는 최근 고금리, 임대료 부담, 주 52시간 근무에 쿠팡 등 온라인 플랫폼 공습까지 계속돼 업황이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카드사들도 금융당국이 2007년부터 카드 수수료율을 14차례 인하해 본업인 결제사업에서 역마진이 우려된다며 충돌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을 앞두고 양측이 ‘밀리면 끝장’이란 인식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충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마트협회와 롯데카드는 이번 주부터 수수료 협상을 시작할 방침이다. 하지만 수수료를 두고 중소마트와 카드사 입장이 첨예하게 갈려 사태 해결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한국마트협회는 롯데카드 가맹점 해지 운동을 시작해 이달 초 기준 500여 곳이 가맹 해지했다. 협회는 이달 말까지 마트 3000여곳이 롯데카드 가맹 해지나 결제 거부에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소마트들은 4월 초부터 롯데카드와 단체로 가맹점을 해지하며 보이콧을 시작했다. 지난 2022년 신한카드와의 분쟁 이후 2년 만의 카드 수수료 분쟁이다. 한국마트협회는 롯데카드가 사실상 업계 최고 수준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롯데카드의 일반 가맹점 평균 카드수수료는 2.13%다. 수수료율만 놓고 보면 BC카드가 2.15%로 가장 높다. 하지만 BC카드의 경우 체크카드 비중이 약 80%로 월등히 높다는 것이 협회측 설명이다. 타 카드사의 평균 수수료율은 2.04~2.06%대로 형성돼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중소마트들의 보이콧이 ‘롯데카드의 수수료’에 대한 문제라기 보다는 ‘수수료 제도’에 대한 문제라는 말이 나온다. 적격비용 재산정 시기를 앞두고 나온 카드업계와 당국에 전하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전체 가맹점의 95.8%를 차지하는 영세가맹점들은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아 매출 구간에 따라 신용카드 기준으로 0.5%~1.5%의 수수료율을 적용받지만 연매출이 30억원 이상이 되는 일반 가맹점은 수수료율이 2%대로 ‘껑충’ 뛴다.

반대로 아예 대기업 계열 가맹점은 오히려 협상력이 있기 때문에 수수료율을 조정할 수 있어 중소마트보다 낮은 1%대의 수수료율을 낸다. 결국 연매출 30억원 이상의 동네 마트들이 수수료 산정에서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게 된다.

마트측이 수수료로 날을 세우는 것은 어려운 업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전통적으로 중소형마트는 순이익규모가 약 2~4%대로 낮은 업종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오프라인 마트는 고금리, 임대료 부담, 주 52시간 근무, 인건비 부담에 쿠팡 등 온라인 플랫폼의 침습까지 계속돼 업황이 어려운 상태다.

마트협회 관계자는 “복합적으로 경영에 타격이 있는데 수수료를 (카드사들이) 자체적으로 결정을 하는 시스템 자체가 잘못됐다”며 “중소자영업자들의 대표성을 인정하고 (수수료) 협상을 해야 시장의 아픔이 좀 반영될 수 있다. 협상권을 좀 부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카드사들도 현실적으로 연매출 30억원 이상 일반가맹점 수수료를 낮추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 부문에서의 지속적인 수수료율 인하로 본업인 결제사업에서 역마진을 우려할 정도라 더이상의 수수료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우선 전체 가맹점의 95.8%를 차지하는 연매출 30억원 이하의 영세 가맹점들은 현재 0.5%~1.5%의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2007년부터 2021년까지 카드 수수료율이 14년 연속 인하된 결과다.

금융당국은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후 3년마다 조달비용과 대손비용, VAN 수수료 등 결제원가를 기반으로 한 적격비용을 산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맹점별 수수료율을 결정한다. 그러나 적격비용 산정 시마다 실제적 경제적 비용 반영보다는 정치적 요소 반영으로 수수료율이 내려가기만 하면서 2007년 4.5%였던 영세 가맹점 수수료율은 현재 0.5~1.5%까지 떨어졌다.

실제로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전체 수익에서 가맹점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30.54% △2019년 29.68% △2020년 26.15% △2021년 26.65% △2022년 24.24%로 △2023년 23.2%로 계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여신협회가 국회에 제출한 비공개 자료에서는 연매출 30억원 이상 가맹점에서의 수수료 수익 비중이 카드사가 버는 가맹점 수익 중 약 60%에 이른다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심지어 카드사들은 국내 고금리 상황에 자금조달 비용 부담도 높아진 상황이다. 이달 19일 기준 3년물 여전채 평균 금리는 3.9%다. 평균 1~2%대 금리를 유지했던 2021년 1분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조달비용이 높아진 탓에 카드사들의 실적은 나빠졌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