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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대책] 브리지론 옥석 가리기에 저축은행·캐피털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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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대책] 브리지론 옥석 가리기에 저축은행·캐피털 타격

경·공매 신속 진행… 기대가격보다 더 낮게 매각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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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브리지론 비율이 높은 저축은행·증권·캐피털의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부동산PF 브리지론의 평가등급 기준을 구체화하면서 연체 및 만기연장 등 사업장을 경·공매 대상에 포함한 데 따른 것이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 미뤄왔던 경·공매가 신속하게 진행되며 원래 원했던 70% 수준의 가격보다 더 낮게 매각이 이루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관대하게 만기가 연장돼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건설업계‧금융업계 전반의 부실 위험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업성 평가기준을 엄정하게 개선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현행 사업성 평가 등급을 3단계(양호·보통·악화우려)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세분화했다.

'유의' 등급의 사업장은 재구조화 및 자율매각을 추진하고, '부실우려' 등급의 사업장은 상각과 경·공매를 통한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유의' 등급과 '부실우려' 등급 모두 매각을 추진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본 PF와 달리 평가지표가 없던 브리지론의 평가 기준이 구체화되면서 브리지론 사업장 정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상대적으로 브리지론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증권·캐피탈이 타격을 받게 될 전망이다.

평가기준 2개 이상 해당 시 등급을 부여받게 되는데, △여신만기 3회 연장 △연체 중 △연체이자 납부 없이 만기연장 △경·공매 2회 유찰 등이 '유의' 등급 평가 기준이다. '부실우려' 평가 기준으로는 △여신만기 4회 이상 연장 △연체이자 납부 없이 만기연장 △경·공매 3회 이상 유찰 △연체 중 등이 있다.

저축은행은 전체 부동산 PF 익스포저 중 54%가 브리지론으로, 본 PF보다 브리지론을 더 많이 갖고 있다. 증권(26%)과 캐피털(36%)도 상당 비율의 브리지론을 보유하고 있다. 은행과 보험사는 브리지론을 갖고 있지 않아 타격을 피했다.

제2금융권은 상대적으로 열등한 자본력과 부동산PF대출 관련 규제로 질 좋은 대규모 사업장 접근이 쉽지 않아 부실위험 및 기대손실률이 본 PF보다 높은 브리지론을 많이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브리지론 사업장의 70% 이상이 이미 1회 이상 만기 연장된 사업장이다. 이 중 2회 연장은 23%, 3회 12%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 12%의 사업장은 '유의' 등급 평가 기준에 해당한다.

금융당국이 경·공매를 3개월 단위로 의무화하고, 이번 평가기준 세분화로 연체 사업장, 만기연장 사업장 등이 모두 경·공매 대상으로 포함되면서, 7%의 PF 연체율과 3회 이상 연체한 사업장 12%를 가진 저축은행이 제 값을 받기 위해 미뤘던 경·공매를 더 이상 버티기는 힘들어 보인다.

저축은행은 적립해놓은 충당금 규모까지 감안해 원금의 70%를 마지노선으로 원했지만 원매자 쪽에서 원하는 원금의 40~50% 수준에서 경·공매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향후 부동산 PF 관련 손실이 대손충당금 규모를 넘어설 전망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본 PF 사업장, 구조조정 대상 업체 관련 사업장 등에 대해서는 일률적인 경·공매가 아닌 개별 사정에 맞게 사후 관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민지 글로벌이코노믹 수습기자 minjih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