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악몽과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 장기화란 겹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홍콩 H지수 충당금 수백억원 환입을 기대하던 은행들은 ‘블랙 먼데이’ 충격으로 다시 손실 확정 우려가 커졌다.
6일 금융권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 장중 6924.20을 기록하며 7000을 넘보던 H지수는 이후 점차 하락하더니 이달 들어 6000선을 내줬다. 특히 미국발(發) 경기침체 우려로 아시아 증시가 동반 폭락하면서 전날 H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98.21(1.64%) 하락한 5876.64로 장을 마쳤다.
ELS 사태 관련 배상을 진행 중인 은행권은 지난 1분기 연간 예상 손실을 가정해 선제적으로 충당부채를 쌓았다. 만약 손실이 줄어들면 이를 다시 환입할 수 있지만 손실 규모가 커지면 환입 규모가 줄어든다.
올해 7~12월 만기가 도래하는 ELS는 2021년 하반기 가입된 상품으로 당시 H지수가 8000~1만 구간에서 움직인 것을 감안하면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ELS는 6500~7000선 정도에서 움직여야 손실이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도 변수다. 우선 티몬과 위메프의 매출채권을 기반으로 선정산 대출을 취급하고 있던 SC제일·KB국민·신한은행 세 곳은 7일부터 정산 지연으로 인한 연체를 방지할 수 있도록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를 지원한다. 일단 대출을 연장해주고 이자를 받지 않으면서 당장 부실이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사태가 길어지면 잠재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국내 은행권이 판매자(셀러)들에게 취급한 선정산 대출 규모 역시 크지 않기 때문에 부실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실이 은행연합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SC제일·KB국민·신한은행 등이 티몬·위메프 셀러에게 집행한 선정산 대출 취급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076억4900만원이다.
ELS 역시 하반기 만기 도래 규모가 상반기 대비 크지 않다는 점에서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만기를 맞은 H지수 ELS 규모는 10조2000억원인 반면 하반기는 5조2000억원으로 절반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분기 만기 도래 규모가 가장 컸는데 4~6월 중 H지수가 6000 후반대까지 오르면서 손실이 많이 줄었다"면서 "이미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충당부채를 쌓았고, 환입 규모가 다소 줄어든다고 해도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선정산 대출의 경우 취급한 은행이 세 곳에 불과하고, 압도적으로 한 은행이 집중적으로 취급했기 때문에 은행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다만 티몬·위메프 사태가 장기화되면 '상생금융' 등 소상공인 지원에 은행들이 다시 동원될 수 있다는 게 가장 우려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