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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원공사, 영세기업과 7년 소송 '무리수'...신세계 화성테마파크에 '나쁜 이미지'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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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원공사, 영세기업과 7년 소송 '무리수'...신세계 화성테마파크에 '나쁜 이미지' 불똥?

송산그린시티 개발 산하기관 송산사업단, 20명 미만 소기업 상대로 순환골재 無보상·강제철거 밀어붙이다 '줄패소'
아직도 양측 항소심 3건·1심 2건 법정다툼..."자금력 내세워 소기업에 장기 소송전 갑질, 국민혈세 낭비" 비난 자초
소송 연루된 부지만 17만㎡, 현재 방치 상태...인근 신세계 국제테마파크 개발 호재에 부정적 여론 미칠까 우려도

한국수자원공사의 송산그린시티 사업부지 위치도. 부지 내 오른쪽 파란색 부분이 신세계그룹의 화성 국제테마파크 부지이다. 사진=경기도청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수자원공사의 송산그린시티 사업부지 위치도. 부지 내 오른쪽 파란색 부분이 신세계그룹의 화성 국제테마파크 부지이다. 사진=경기도청
한국수자원공사의 경기 화성 송산그린시티(시화2단계) 개발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수자원공사 산하 송산사업단이 사업부지 내 영세기업과 지장물 보상·강제 철거를 둘러싼 소송에서 거듭된 패소에도 '7년 법정다툼'을 강행하고 있어 '무리수'라는 빈축과 함께 '혈세 낭비' 비난까지 받고 있다.

더욱이 장기간 소송 때문에 송산그린시티 부지 개발마저 사실상 중단된 상태여서 자칫 인근에서 신세계그룹이 의욕을 갖고 진행 중인 화성 국제테마파크 사업에도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송산사업단, 민간업체 상대로 무리한 '7년간 소송' 줄패소로 갑질·혈세낭비 자초


수자원공사 송산사업단이 '7년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민간기업은 송산그린시티 사업부지에서 순환골재 생산사업을 하고 있는 종업원 수 20명 미만의 광암이엔씨(이후 광암)이다.

24일 광암과 주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수원지방법원은 광암이 수자원공사를 상대로 낸 순환골재 수용재결취소 등 소송에서 원고(광암)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수자원공사는 판결에 불복해 지난 10일 항소했다.

수원지법의 판결은 송산그린시티 사업부지 내에 있는 광암 소유 순환골재 13만㎥의 경제 가치를 놓고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된 광암-수자원공사 간 보상 갈등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중요한 소송의 1심 결과이다.

광암에 따르면, 수자원공사는 2013년부터 광암의 순환골재가 경제 가치가 없는 폐기물이라고 주장하며 보상은커녕 보상 협의조차 거부해 왔다. 그러나, 수원지법은 18일 판결에서 '감정촉탁 결과 품질 기준을 충족한 복토용 순환골재에 해당한다'며 그동안 줄곧 보상을 요구해 온 광암에 손을 들어줬다.

송산사업단은 송산그린시티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 2011년 광암측 순환골재가 쌓여있는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한 것을 계기로 2013년 광암 소유 시설물 등 '지장물'을 송산그린시티 사업부지 밖으로 이전시키기 위한 작업을 벌였다.

광암측은 이 과정에서 송산사업단이 광암의 순환골재에 측량 등 물건조사를 아예 하지 않았고, 이후 광암의 지속된 이의 신청과 협의 요청에도 끝까지 경제적 가치가 없는 폐기물이라며 주장하며 보상 협의마저 거부해 왔다고 주장했다.

송산사업단의 협의 거부로 중앙토지수용위원회(중토위)가 당사자간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재결을 할 수 없다는 현행법상 규정에 묶여 순환골재의 경제가치 판단은 계속 미뤄졌다.

이에 맞서 광암이 해당 순환골재를 보상해 주지 않는 이상 퇴거할 수 없다고 버티자, 송산사업단은 광암이 토지를 불법 점유하고 있다며 2014년 토지인도 청구소송, 2016년 광암의 시설물 강제 철거 대집행을 강행하는 등 '광암 내쫓기' 무리수를 뒀다.

그러나, 수원지법과 서울고법에 이어 2016년 3월 대법원은 광암의 순환골재가 경제 가치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송산사업단이 제기한 토지인도 청구소송에서 광암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2019년 9월 대법원은 2016년 광암의 시설물을 강제로 철거한 송산사업단의 대집행마저 절차상 하자로 위법했다는 하급심 판정을 확정했다.

이 와중에 순환골재 보상 협의를 거부해 오던 송산사업단은 2019년 6월 광암의 요청을 수용해 중토위에 수용재결신청을 청구했지만, 이마저 '꼼수'를 부린 것으로 드러났다.

광암에 따르면, 당시 송산사업단은 수용재결 감정평가를 위해 광암에 알리지 않은 채 단독으로 조사기관을 선정해 순환골재 감정작업을 의뢰했고, 전문시추장비가 아닌 포크레인과 인부를 사용해 시료를 채취하고 그 감정결과를 중토위에 제출했다. 중토위는 이물질이 혼입된 이 순환골재 감정결과를 토대로 2019년 11월 해당 순환골재가 보상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재결했다.

반발한 광암은 지난해 2월 수원지법에 중토위 재결을 취소해 달라고 제소했고, 1심 결과가 지난달 수원지법의 광암 승소 판결이었다. 수원지법은 직접 외부 감정업체를 선임해 원고측과 피고측의 입회 아래 시료채취와 감정작업을 벌였고, 광암의 순환골재가 복토용 순환골재의 품질기준을 충족한 경제 가치가 있다는 감정촉탁 결과를 제출받아 광암측 주장을 수용했다.

7년을 끌어온 송산사업단의 '경제적 가치가 없어 보상 대상이 아니다'는 주장이 허위이며, 이같은 거짓 주장을 근거로 영세기업을 내쫓으려던 행위가 위법이었음을 드러낸 것이었다.

광암의 입장에선 자산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와 보상을 받지 못한 채 오히려 억울하게 쫓겨날 고통을 7년간 견뎌오며 거대 공기업의 횡포에 맞서 왔던 셈이다.

광암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수원지법 1심 판결의 항소심은 재판부가 직접 외부 감정업체를 선임해 감정촉탁 결과를 인용한 만큼 순환골재의 경제 가치가 없다거나 1심 판결을 완전히 뒤집을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한다.

더욱이 토지보상법상 지장물의 보상은 '이전비 보상'이 원칙이므로, 경제 가치 유무와 상관없이 이전비용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측량 등 물건조사가 필수인데 송산사업단은 물건조사 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송산사업단의 과실이 명백하다는 것이 광암측 주장이다.

그럼에도 송산사업단의 항소는 소송비용 등 금전적으로 열세인 영세기업을 압박하려는 거대 공기업의 횡포이자, 내부 과실을 덮고 징계를 피하기 위한 '시간끌기용'이라는 게 광암과 업계의 분석이다.

광암 소송건에 수자원공사 감사실 관계자가 "소송 중인 사건의 감사에는 제약이 있다"거나, "형사소송과 달리 민사소송의 경우 중대한 고의나 과실이 있지 않는 이상 패소했다는 이유만으로 징계하지는 않는다"고 밝힌 부분은 이같은 업계의 분석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광암 관계자는 "그동안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것을 제외하고도, 2013년 순환골재 보상문제에서 시작된 송산사업단과 크고 작은 소송이 지금도 항소심 3건, 1심 2건 등 5건이 남아있다"면서 "전체 소송 비용만 수백억 원에 이른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송산사업단은 그동안 패소를 거듭해 왔고, 모든 소송전의 원인이 됐던 순환골재에도 경제 가치가 있다는 판결을 받았음에도 계속 소송전을 끌고가는 행위는 송산그린시티 사업을 지연시키고 혈세를 낭비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송산사업단 관계자는 "항소를 제기한 것은 맞다"면서도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의 경기 화성 국제테마파크 조감도. 사진=신세계그룹 이미지 확대보기
신세계그룹의 경기 화성 국제테마파크 조감도. 사진=신세계그룹

◇ 장기 소송전으로 송산그린시티 개발 '차질'…신세계그룹 화성국제테마파크 이미지 훼손 우려

문제는 송산사업단의 무리한 장기 소송전으로 광암측 순환골재가 적치돼 있는 부지는 물론 광암과 소송전에 연관돼 있는 부지의 개발이 사실상 멈춰서 있고, 자칫 인근에서 진행 중인 신세계그룹의 화성 국제테마파크 사업에도 나쁜 이미지를 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광암의 순환골재가 적치돼 있는 경기 화성시 송산면 삼존리는 신세계 국제테마파크 부지인 화성시 남양읍 문호리와 남서쪽으로 약 4㎞ 떨어져 있다.

13만㎥의 순환골재가 적치된 부지를 포함해 송산사업단이 광암의 다른 순환골재를 강제로 이전해 매립한 지역 등 광암과 송산사업단간의 소송에 연루된 부지는 총 17만㎡(약 5만 평)에 이른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19일 8670억 원을 들여 수자원공사로부터 화성시 문호리와 신외리 일대 테마파크 부지 322만㎡(약 100만 평)를 매입했으며, 오는 2023년 공사를 시작해 2026년부터 개장한다는 목표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총 4조 5000억 원을 투자할 만큼 화성 국제테마파크를 그룹의 역량을 집대성한 미래형 테마파크로 조성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성 국제테마파크 사업은 지난 2012년, 2017년 두 차례나 무산된 적이 있었다"며 "송산그린시티 사업이 10년째 지지부진하다가 이번에 큰 호재를 맞은 만큼 불필요한 잡음을 줄이고 사업이 원활하게 수행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