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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연 안무의 현대발레 'VISION', 미래 인간의 방향성을 제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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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연 안무의 현대발레 'VISION', 미래 인간의 방향성을 제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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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연 안무·연출의 'VISION'
11월 19일(일) 여덟 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서울무용제 경연부분 B조에 출품된 백연(백연발레프로젝트와이 대표) 안무·연출의 「VISION」(예술감독 탁지현)이 공연되었다. 「VISION」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 「클라라와 태양」이 동인(動因)이 된다. 인공지능 로봇 클라라의 관점에서 인간의 모습을 바라본다. 안무가 백연은 ‘포스트 휴먼 시대’에서 인간적이란 것은 무엇이고 인간성을 갖춘 개체는 누구인가를 질문하며 외연을 기계로 확장한다. 로봇의 시각을 통해 진화하는 인간과 인간의 감정을 배워가며 인간성을 갖추어 나가는 기계 인류의 모순된 일치성을 나타내고 인간의 시각과 미래 목표를 점검한다.

프롤로그(‘관점’): 안무가 백연이 무용수로 출연하여 작은 로봇개(사족 보행 로봇 Go 2)와 함께 움직임을 펼치면서 ‘버려지는 로봇’을 표현한다. 의도적으로 섬뜩한 분위기 속에서 풍자되는 안무가의 춤과 로봇 개의 움직임이 어우러지고 안무가는 물건을 주어오지 못하는 로봇 개를 바라보며 영감을 얻은 듯 퇴장한다. 무대 위에 남은 로봇 개는 무대 구조물에 영상으로 나타나는 자신을 바라보다가 구조물 안으로 들어가고 영상을 통해 로봇이 승급(昇級)된다. 소설의 AF 로봇들을 상기시키며, 다양한 기종으로 승급되면서 인간을 선호하는 로봇 존재가 있음을 알리며, 새롭고 더 나은 것으로 눈을 돌리며 인류를 계속 변화시켜 나가는 인간의 욕망도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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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세계 내 우리’, 인간의 선택으로 존재하는 로봇의 운명, 그 존재론적 질문이 인다. 화려한 빔라이트를 받으며 로봇 군무가 인다. 각지고 딱딱한 움직임이 구조적 로봇 느낌의 의상과 조화한다. 치밀한 구성의 움직임이 기계적 움직임의 조형물로 연출된다. 무용수들은 금속 갑옷 느낌의 의상과 얼굴에 조명기가 붙은 가면을 착용한다. 빔라이트의 번쩍거림이 조화를 이룬 의상, 강한 시각적 이미지 창출의 미장센이 미래 이미지를 뿜어낸다. 체계적 움직임이 로봇의 이미지를 만든다. 로봇의 군무 뒤, 인간 모습의 무용수들이 로봇을 고른다. 로봇의 운명을 통해 미래 인간에게 로봇은 어떤 존재인지 로봇에게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 사유하도록 한다.

2장: ‘얽히고설키는 존재’, 로봇의 시선으로 몸과 마음이 분리되어 가는 인간을 본다. 작은 로봇개가 큰 로봇개(사족 보행 로봇 B1)와 함께 무대를 거닌다. 조명 바가 계단식 V자 배경으로 디자인되자 엄숙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큰 로봇개 등에 로봇팔이 부착되어 있다. 작은 로봇 개가 팔 달린 큰 로봇개로 승급된 연결성을 보인다. 큰 로봇개의 팔에 붉은 솜뭉치, 작은 로봇개의 등에는 솜들이 쌓여있다. 두 로봇은 빨간 솜을 분주하게 나르자, 세 명의 무용수는 기계적 움직임을 보인다. 헬멧을 쓴 해골에 심장을 박은 듯한 빨간 빛의 오브제가 심신 분리로 영생코자 하는 인간의 욕구를 상징한다. 로봇은 인간의 영생에 대한 갈망과 유한성을 동시에 성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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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이성과 감성’, 로봇의 관점에서 인간의 이성과 감성이 표현된다. 소설과 발레에서 로봇 클라라는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이해하고자 한다. 로봇이 겪는 인간의 양면성이 듀엣으로 나타난다. 상반되는 두 남자 무용수의 움직임 이미지와 듀엣은 로봇이 인간의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일으키는 인식 오작동을 표현한다. 4장: ‘잉여된 존재’, 로봇은 야적장에 버려진 자기 모습을 본다. 로봇은 인간의 삶과 죽음을 통해 자신을 인식하고 버려진 잉여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로봇은 인간이 로봇으로 대체되는 과정 가운데 가치가 없어져 가는 인간 존재들을 본다. 쌓임을 통해 조형적 구조의 움직임과 인간과 로봇의 이미지가 어울리는 조화의 군무가 이어진다.

에필로그(포스트 휴먼): 안무가는 로봇과 인간의 미래 방향성을 사유한다. 무대 뒷벽에 맵핑된 영상을 통해 인공지능 눈이 쌓여있는 무용수들을 바라보고 대형 로봇 개가 오케스트라 피트로 나와 함께 바라본다. 본무대 중앙에 쌓여있던 무용수들은 아래로 천천히 흘러 내려가고 인간의 몸 상징의 살색 언더 무용수가 등장한다. 부드러운 결의 동작이 자유로운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다. 후 무대에서는 영상을 통해 해의 모양이 나타나고 해와 색감이 비슷한 조명이 사방에서 하나씩 무용수를 비춘다. 모든 시선이 이 인간에게 있고 바닥에 엎드러져 있던 무용수들도 둥글게 앉아 이를 바라본다. 안무가는 이 지점에서 미래의 모든 이들의 목표가 바로 인간성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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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ON」은 여러 갈래의 예술가들이 협업하여 성취를 이루어 낸 SF 현대발레이다. 「VISION」에는 백연, 김소혜, 김유식, 류형수, 서민영, 송진, 이근희, 배민지, 이정은, 강다영, 이준구, 송기영, 김은정, 권아영, 최영운, 현민지, 한세빈 등 총 십칠 명의 무용수가 출연하여 거대하고 화려한 의미적 작품을 만들었다. 이외에도 송보화 디자이너(에뚜왈) 로봇 의상 디자인, 한희수 조명디자이너, 정승재 무대감독 및 비주얼 디렉터, 이승민 음악감독, 스튜디오 힝(영상디자인), 김정한(한필름) 촬영 감독이 창작진으로 참여하였다. 특히 로봇 제공의 Unitree Robotics 한국 공식 파트너사 ㈜영인모빌리티는 작품의 미래감 창출에 지대한 노력을 보여주었다.

「VISION」은 롤러 블레이드를 타는 듯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여러 갈래에서 다루고 있는 미래의 우주 환경에 대한 본격적 발레적 사유는 백 연이 처음이다. 안무가는 미래 인류(신인류)가 여전히 ‘세계 내 존재’로서 특별하고 개별적인, 따듯한 감정의 종(種)으로 존재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인간성 가치를 드높이는 미래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아날로그적 감성을 소지한 안무가는 도식적 현대발레가 저지른 이론을 원용한 고답을 털어내고 「VISION」으로 과감하게 대중 친화적 소통을 도모한 역작을 선보였다. 그녀의 플롯 구조는 하나의 공식이 되어 순환의 고리를 탈 것 같다. 그녀는 야위어 가며 상급 현대발레의 품격을 일구는 억척 안무가임을 입증하였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