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안수현 안무의 '여자다움에 대하여'…여성성에 관한 움직임의 에세이

공유
1

안수현 안무의 '여자다움에 대하여'…여성성에 관한 움직임의 에세이

안수현 안무의 '여자다움에 대하여'이미지 확대보기
안수현 안무의 '여자다움에 대하여'
4월의 기억, 금천뮤지컬센터에서 ‘Ongoing Subject’의 틀 아래 안무가 안수현(발레리나, 이화여대 무용과 박사과정 재학 중)이 선정한 ‘여성’이라는 주제로 「여자다움에 대하여」가 공연되었다. 몸짓의 의미를 사유하고 그 본질에 관한 질문이 던져졌다. ‘여성성은 여성의 남녀 차별(性)을 구성하고 표현하면서 추구하는 사회적 과정이며 그것을 정의하고 생산하는 모든 영역을 포괄한다.’

시몬 드 보브와르(Beauvior, 1949)는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말로 안수현을 촉발한다. 사실 진리는 거창한 것이 아니며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사소한 것들이다. ‘마초적 지배 공식이 존재하는 파괴성과 남성 중심주의 규범에 대항하는 새로운 에코 페미니즘이 나타났다.’ 안무가는 미래 사회와 예술에 다양한 상상력을 투사할 조짐을 보였다.
안수현 안무의 '여자다움에 대하여'이미지 확대보기
안수현 안무의 '여자다움에 대하여'

안수현 안무의 '여자다움에 대하여'이미지 확대보기
안수현 안무의 '여자다움에 대하여'


안수현은 가사(家事)를 대표하는 요리로 현대발레의 독창적 출발을 알린다. 아이헨바움과 오르바흐(Eichenbaum & Orbach, 1982)의 “자신을 타인들이 염두에 두는 이미지로 만든다면, 여성은 자기가 누군지 알지도 못한 채 끝맺고 말 것이다.”라는 말이 ‘여성’의 존재를 자각하게 만든다. ‘사회적·문화적·심리적인 환경에 의해 학습되어 후천적으로 이루어진 사회적인 성(性)’은 주제적 화두가 된다.

안무가는 사회가 만들어 내고 구성한 여성상과 그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여성의 삶을 주목한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여성스러움을 위해 무엇을 포기하는 여성, 그것을 벗어날 수 없는 여성, 자신이 겪은 고통을 대물림 하는 여성 등 성 불평등 속의 여성을 담아낸다. ‘섹슈얼리티는 성에 따른 신체, 성행위와 그에 대한 사회적 관행, 성정체성, 성적 욕망, 성의 정치적 관계 등을 모두 포함한다.’

안수현 안무의 '여자다움에 대하여'이미지 확대보기
안수현 안무의 '여자다움에 대하여'

안수현 안무의 '여자다움에 대하여'이미지 확대보기
안수현 안무의 '여자다움에 대하여'

안수현 안무의 '여자다움에 대하여'이미지 확대보기
안수현 안무의 '여자다움에 대하여'


안무가는 극장 구조상 무용수들의 선과 기교보다 극성 가미의 감정표현에 집중, 춤을 절제하고 주제 외 기교적 동작을 배제로 의미를 함축한다. 클래식 발레 동작보다 무용수 사이의 긴장감, 에너지의 연결성, 얽히고설키는 몸을 중심으로 독창적인 움직임을 추구한다. 초도로우(Chodorow)는 ‘논리와 이성이 있기 이전의 시간은 여성의 시간’이라고 한다. 「여자다움에 대하여」는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여자’도 ‘여인’도 아닌 한 ‘여성’(안수현)이 일상의 집안일을 시작한다. 여성은 저항이나 반발이 거세되어 감정이 없거나 감정을 절제하는 듯하다. 여성은 익숙하게 기계적으로 반복적으로 채소를 썬다. 그러다가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여성은 썰던 채소를 모조리 쓰레기통에 부어버리며 도발한다. 흡착력이 좋은 조명은 곱고 밝은 색상으로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고, 무미건조한 감정과 집안일이 돋보이도록 채소를 써는 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 무음이 사용된다. 안무가는 빠른 장면전환으로 작품의 주제에 접근한다.

안수현 안무의 '여자다움에 대하여'이미지 확대보기
안수현 안무의 '여자다움에 대하여'

안수현 안무의 '여자다움에 대하여'이미지 확대보기
안수현 안무의 '여자다움에 대하여'

안수현 안무의 '여자다움에 대하여'이미지 확대보기
안수현 안무의 '여자다움에 대하여'


2장: 여성성 강요 존재(박채원)와 거부하는 여성(전예진)이 등장한다. 전자는 사회와 남성, 여성 안의 또 다른 자아이다. 여성은 거울과 책, 꽃과 빵, 다리를 모으고 벌리고 앉는 자세, 의존적·독립적인 존재 등 여자다움과 아님 사이의 갈등과 수용 사이에서 고군분투한다. 앞부분은 유쾌함이 있는 긴장감을 극적 요소와 결합할 수 있도록 Raphael Beau의 음악 Ca deroule와 Cartoon이 사용된다. 뒷부분은 여자다움과 자신다움의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의 마음을 담아낸 여성 보컬 음악 OONA의 ‘Tore My Heart’가 사용된다.

3장: 여자다움과 그렇지 않음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던 여성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이 넘어설 수 없는 그 존재를 조금씩 수용한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본 모습을 잃고 인형과 같이 되어버린다. 이는 마치 많은 여성이 사회화 되어가는 과정과 비슷하게 닮아있다. 여성성(feminity)의 개념은 계속 수정을 거쳐왔다. 여성성은 여성의 남녀 차별을 부각한다. 음악은 「여자다움에 대하여」의 연극적인 요소를 돋보이게 선곡되었다.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잃어가는 여성을 표현하기 위해 기계음이 들어간 Kurup의 Joeira 음악이 사용된다.

안수현 안무의 '여자다움에 대하여'이미지 확대보기
안수현 안무의 '여자다움에 대하여'


4장: 자신다움과 여성스러움 사이에서 완전히 지쳐있는 여자를 그 과정을 거쳤던 여자가 물끄러미 바라본다. 자신이 겪은 고통을 대물림 하듯 짐과 고통을 물려주고 사라진다. 대물림을 받은 여성은 여자다움을 강요하는 존재가 없음에도 그 굴레에 자기 자신을 가둔다. 여성이 스스로 자신을 굴레 안에 가두는 감정을 극대화하기 위해 슬픔과 체념, 처량함과 고통의 감정이 복합적으로 결합한 목소리 톤의 여성 보컬 음악인 Grace Davidson, Ben Russell, Yuki Numata의 음악 Dream 8(late and soon)이 사용된다.

서울예대에 출강 중인 안수현은 이화여대 무용과 학사(발레 전공) 졸업, New York University(발레 전공), MA 졸업하고 홍콩발레단(Hong Kong Ballet, Ajkun Ballet Theatre) 발레리나, ‘올해의 주목할예술가’상 수상(2012,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의 과정을 가쳤다. 안수현 안무·출연의 현대발레 「여자다움에 대하여」는 박채원(이화여대 무용과 석사과정), 전예진(이화여대 무용과 석사과정)이 하나가 되어 지속의 리듬으로 춤 이면을 이야기하면서 사회학적 고찰이 있는 춤으로 써낸 의미 있는 리포트가 되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한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