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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규제에 갇힌 현장… 50년째 시간이 멈춘 남양주 조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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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규제에 갇힌 현장… 50년째 시간이 멈춘 남양주 조안면

“상징성 위해 삶을 제물 삼나”… 국가가 답해야 할 50년의 침묵
수도권 상수원 보호 명목 아래 재산권·생활권 통째로 ‘봉인’
하수처리 기술은 이미 고도화… 행정 편의주의에 가로막힌 ‘생존권’
조안면 앞을 흐르는 남한강. 사진=강영한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조안면 앞을 흐르는 남한강. 사진=강영한 기자
1975년과 2026년. 반세기의 시간이 흘렀지만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의 풍경은 박정희 정부 시절에 멈춰 있다. 수도권 2,600만 명의 ‘식수원 보호’라는 거대한 명분 아래, 이곳 주민들에게 상수원 보호구역은 이념이 아닌 가혹한 현실의 통제다. 집을 고치지 못하고, 땅을 팔 수 없으며, 자식들에게 고향을 물려주지 못하는 일상이 50년째 반복되고 있다.

14일 각급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조안면은 현재 전 지역이 상수원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 등으로 겹겹이 묶여 있다. 공익을 위한 재산권 제한은 법적 근거가 있다지만, 문제는 그에 따르는 보상이 턱없이 부족하고 규제 방식 또한 시대착오적이라는 점이다. 주민들은 “국가가 상징성을 위해 특정 지역민의 삶을 제물로 삼고 있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과거에는 하수처리 기술이 낙후되어 오염물질의 유입을 막기 위해 ‘사람의 접근과 행위’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고도 하수처리, 오염원 실시간 모니터링, 사고 시 자동 차단 시스템 등 하수처리 기술은 이미 실험 단계를 넘어 전국 각지에서 그 효용성을 입증하고 있다.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이러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규제 완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유독 조안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규제를 풀지 않아도 행정 주체에 돌아오는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상수원 규제는 환경 정책이라기보다 책임을 미루는 행정 구조에 가깝다. ‘전면 금지’는 정밀한 관리가 아니라 행정적 회피에 불과하다. 기술 검증과 단계별 완화, 성과 평가라는 행정의 기본 절차는 조안면 앞에서 무력해진다. 규제는 유지되지만, 그 결과에 대한 객관적 검증도 조정도 없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난개발이나 특혜가 아니다. 최소한의 생활 개선과 침해된 재산권의 회복이다. 수십 년간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이 부담해 온 천문학적인 기회비용에 대해 이제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상식적인 주장이다. 상수원 보호의 이익은 수도권 전체가 향유하면서, 그 피해는 조안면 주민에게만 집중되는 불균형을 조정하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핵심 역할이다.

김기준 남양주 조안면 주민통합협의회장. 사진=강영한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김기준 남양주 조안면 주민통합협의회장. 사진=강영한 기자

그러나 국가는 지금까지 ‘환경 보호’라는 성역 뒤에 숨어 방관해 왔다. 규제가 지속되는 동안 주민의 고령화는 심화됐고, 지역 경제는 고사하며 소멸 단계에 들어섰다. 전문가들은 해결책이 분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과학적 데이터와 수질 처리 성과를 기준으로 구역을 세분화하고, 일정 기준을 충족할 경우 규제가 자동 완화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규제는 영구적인 봉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실질적인 보상 제도의 즉각적인 실행이 필요하다. 토지 이용 제한에 따른 손실과 생활 인프라 격차를 정량화하여 예산으로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상수원 보호가 국가 정책이라면, 그로 인한 피해 보상과 규제 조정 역시 지자체에 떠넘길 것이 아니라 국가가 직접 명문화하여 관리해야 한다.

조안면은 국가 정책의 타당성을 시험하는 실험장이 아니다.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만 유지되는 정책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성을 유지할 수 없다. 환경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한 지역의 삶을 50년간 동결한 행정은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규제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질 것인가. 국가가 답해야 할 시간은 이미 지났다.

강영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v40387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