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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자립" 유럽, 자체공장 설립·아시아 생산국 유치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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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자립" 유럽, 자체공장 설립·아시아 생산국 유치 박차

삼성전자가 투자한 이스라엘 에너지 기업 '스토어닷'의 배터리.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가 투자한 이스라엘 에너지 기업 '스토어닷'의 배터리.
유럽은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에 있어 가장 앞서 있다. 현실화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전기차 보급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 연료 자동차를 금지할 뿐만 아니라 점점 더 많은 제조업체가 전기차 만들기에 본격 나서고 있다. 이에 배터리 수급이 중요 과제로 부상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요를 아시아 국가에 의존하고 있다.

아시아에 의존하는 것은 수급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 위기로 연결된다. 이에 아시아 공급 업체에 덜 의존하기 위해 자체 배터리 생산 능력을 크게 늘리고 있다.
유럽 ​​자동차 산업은 앞으로 더 많은 전기차를 생산하기를 원한다. 이 때문에 현재처럼 아시아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방치할 경우 이번에 반도체 수급에서 보듯이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새로운 대형 배터리 공장을 늘이는 동기가 되고 있다.

현재 유럽에서는 총 약 850GWh의 배터리 용량이 계획되어 있다. 모든 계획이 아직 확정 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구체적인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유럽이 배터리 시장 진출을 서두르는 이유


유럽의 대다수 완성차 업체들은 현재 향후 몇 년간 필요한 배터리 재고량은 가지고 있지만, 배터리 공급이 아시아 몇 개 기업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것에 대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 고성능 배터리 재고가 부족한 상황이 벌어지면 유럽의 전기차 산업은 시장에서 크게 패배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은 그동안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뒤처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전기차 시장이 본격화된 시기가 얼마 되지 않으므로 배터리 산업 투자에 하루라도 빨리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에너지 전환과 혁신 발전에서 배터리의 중요한 역할을 고려할 때 유럽이 자체적으로 생산을 늘리는 것이 전략적으로 아주 중요한 결정이라는 데 공감대가 이뤄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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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배터리 시장 현황과 전망


현재 전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의 89%는 한국·중국·일본의 아시아 기업들이 하고 있다.

2020년 11월 24일 열린 배터리 관련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유럽연합 집행위의 셰프초비치 부집행위원장은 2025년까지 전기차 배터리를 수입에 의존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생산할 수 있을 것이고 전기차 600만 대에 공급하기 충분한 양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17년 보스톤 컨설팅 그룹(Boston Consulting Group)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 보급은 2025년에 25%, 2030년에는 50%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2025년까지 배터리 수요가 유럽에서만 한 해 400GW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는 2020년 10월 발표한 유럽의 친환경교통수단에 관한 보고서에서 현재 유럽의 배터리 생산량이 전 세계의 3%로 작은 규모이나 2024년 15%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부터 한 해 350GWh에 해당하는 규모의 리튬 이온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에서 중국에 이은 2위 규모다. 연간 일자리도 3만5000~5만개(GWh당 일자리 100~150개 창출)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유럽의 배터리 생산 노력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산업에서 아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자 위기감을 가진 유럽에서는 2017년 10월 ‘EU 배터리 연합(EBA)’을 출범시켰다. 배터리 생산에서 유통, 재활용까지의 밸류 체인을 유럽 내에 구성해 종국에는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할 목적이었다.

배터리 연합을 구축함으로써 유럽 국가들은 배터리 관련 원자재가 풍부한 EU 외 국가와의 관계를 공고히 하고 유럽 내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2019년 12월 전기차 배터리 연구 프로젝트에 32억 유로 투자를 승인했다. 프로젝트 에는 프랑스, 독일, 스웨덴, 폴란드, 핀란드, 벨기에, 이탈리아 내 중소기업들을 포함 17개의 산업주체들이 참여하고 2031년까지 약 70개의 유럽 내 파트너들과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도록 설계되었다.

전체 투자규모는 독일 투자액이 12억5000만 유로로 가장 크고 프랑스가 9억6000만 유로로 두 번째 규모다. 그 뒤로 이탈리아가 5억7000만 유로, 폴란드가 2억4000만 유로 등을 투자했다.

현재 많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배터리 자체 생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급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1년 1월 16일 합병을 통해 설립된 다국적 자동차 회사 스텔란티스(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스 등 참여, 연 생산량은 2019년 기준 870만대, 매출액은 약 226조 원, 판매량 기준 세계 4위,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약 9%)는 에너지 기업 토탈의 자회사 샤프트 배터리와 ACC(Automotive Cells Company)를 설립했다.

투자금의 가장 큰 부분이 투입되는 ACC는 프랑스와 독일에 두 개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 하고 있다. 2023년 ACC는 연간 16GWh의 생산 능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후 64GWh로 늘리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폭스바겐도 스웨덴 노스 볼트에 투자를 했다. 2021년까지 32GWh 용량을 설치하고 다음 단계로 40GWh로 확장할 예정이다.

두 번째 공장은 2024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16GWh로 시작해 연간 24GWh로 증가할 예정이다. 10 년 이내에 연간 240GWh를 목표로 한다.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이 성숙함에 따라 보다 저렴한 비용의 배터리가 요구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이 성숙함에 따라 보다 저렴한 비용의 배터리가 요구되고 있다.


◇유럽 내 아시아 배터리 생산기업들의 경쟁 가속화


중국 기업 비야디(BYD), CATL 및 에스볼트(SVOLT)도 유럽에 투자계획을 가지고 있다. CATL은 메르세데스 및 폭스바겐과 협력해 2023년 독일에서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고 에스볼트도 2024년까지는 생산하기를 원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도 큰 계획을 가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그동안 유럽에서 활동해 왔으며 아우디와 재규어에 배터리 공급을 하고 있다. 폴란드에서는 생산 능력을 15GWh에서 65GWh로 늘릴 예정이다.

폭스바겐과 협력하는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각각 연간 30GWh와 23.5GWh에 도달하기를 원한다.

테슬라도 베를린 외곽의 새로운 공장 부지에 자체 배터리 공장을 위한 충분한 공간을 확보했다. 향후 가까운 시기에 연간 100GWh까지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리튬이온배터리.이미지 확대보기
리튬이온배터리.


◇배터리 원료인 리튬 원료 확보에도 관심


치열해지는 전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배터리 기술력과 생산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원자재 조달이다. 배터리 생산에서 중요한 원자재로는 리튬, 코발트, 니켈, 흑연 등이 꼽힌다.

배터리 수요와 함께 원자재에 대한 수요도 높아져 가격 경쟁을 위해서는 공급이 불안정한 원자재의 공급처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럽은 특히 배터리 원료인 리튬에 대해 공급망 확보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리튬도 세계 다른 지역의 공급에 의존하고 있기에 배터리 생산과 함께 리튬에 대해 자체 확보를 늘리려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 리튬의 절반은 남미에 매장돼 있으나, 가장 많은 양을 소유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현재 유럽에서 사용하는 리튬 원료는 대부분 남미 또는 호주에서 수입하고 있다.

한편 유럽 기업들은 원자재 생산국에서 직접 개발하는 방식으로 투자하고 있다. 프랑스의 철강기업 에라 멧의 경우 아르헨티나에 약 900t 규모의 리튬 광산을 개척중으로 2025년 까지 유럽 전체의 필요량 절반인 연간 2만4000t을 생산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유럽 내 원자재 개척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유럽에는 전 세계 리튬 약 1%가 매장돼 있고, 세르비아에 3%가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남서부 지역에 4억 원대의 전기차를 수용 할 수 있는 충분한 리튬이 지상에 있다. 독일 리튬은 지열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뜨거운 지하 염수에서 추출할 수 있다. 현재 많은 회사에서 이것이 수익성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이 전기차 배터리 관련 새로운 기술을 충분히 개발하고 전기차 산업에 적용하기까지 약 10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현재 유럽이 뒤처진 기술력을 만회하기 위해서 적극 투자하고 있는 만큼 아시아 기업들과의 협업 수요 또한 커질 것이다.

유럽에 진출하려는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이 발표하는 각종 규제안과 다양한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고 시장진입 기회로 적극 활용할 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