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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반도체 칩, 러시아 무기에 사용되는 것을 막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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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반도체 칩, 러시아 무기에 사용되는 것을 막는 방법

러시아가 반도체 칩을 유용하는 것에 대해 전 세계 반도체 업체들은 우려하면서도 마땅한 방법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가 반도체 칩을 유용하는 것에 대해 전 세계 반도체 업체들은 우려하면서도 마땅한 방법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미국 실리콘밸리 반도체 제조 기업 마블은 2016년에 회수된 러시아 정찰용 드론에서 자사 반도체가 발견된 것을 알고 그 경위 조사에 착수했다.

이 반도체 가격은 1개 2달러에도 못 미친다. 2009년에 아시아 유통업체에 출하되어 아시아의 다른 업자에 판매되었지만, 회사는 그 후 폐업했다.
몇 년 후 같은 종류의 반도체가 리투아니아에서 회수된 드론에서도 발견됐다. 마블 테크놀로지 그룹은 “추적은 불가능다”고 말한다.

마블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저가 반도체 칩 대부분이 최종적으로 어디에서 사용되고 있는지를 추적하는 능력은 반도체 메이커측에 없다.

따라서 반도체 칩의 러시아 유출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제재 효과가 손상될 수 있다.

슈퍼컴퓨터를 구축할 수 있는 최첨단 고성능 반도체 칩은 기업에 직접 판매되는 반면, 전원제어와 같은 단순한 기능의 저가 반도체는 종종 소매상을 통해 유통되다 군사용 기기에 탑재된다.

세계 반도체 산업에 의한 올해의 반도체 출하량은 5780억개가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중 64%는 소매상들이 다룰 수 있는 제품들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 통계(WSTS)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제재가 시작되기 전 글로벌 반도체 구매량 중 러시아는 0.1%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런 숫자에는 나타나지 않는 위협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드론에서 마블 반도체를 발견한 것은 EU와 독일에서 출자해 설립된 연구 기관 컨플릭트 아마먼트 리서치(CAR)였다. 확인한 드론은 비무장이었지만 일부는 무장 버전이었고, 우크라이나 분쟁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도 있다.

마블이 자사 반도체의 추적 작업을 시작하는 계기가 된 컨플릭트 아마먼트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가 사용한 드론에서는 인텔, NXP, 삼성전자, 아날로그 디바이스즈,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ST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의 반도체 칩도 확인되었다.

드론, 유도 미사일, 헬리콥터, 제트 전투기, 전투용 차량, 전자 전쟁 장치와 같은 군사 무기에는 모두 반도체가 투입된다.

전문가에 따르면 구형 반도체가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번 미국에 의한 제재 하에서는 가장 단순한 반도체 칩조차도 금수 대상인 러시아 관련 단체에는 출하할 수 없다.

국제 무기 거래 규칙의 관리 대상이 되는 가장 기밀성이 높은 반도체 칩에 대해서는 반도체가 미국 금지 목록에 게재된 단체의 손에 넘어갔을 때에는 판매한 미국 기업이 책임을 질 수 있다.

반도체 칩 제조사들은 따라서 책임을 지지 않으려면 반도체의 목적지를 찾는 흐름 추적 장비가 필요하다.

러시아 제재에서 중요한 것은 반도체 칩 1개를 추적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공급체인을 단절시키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술적 측면에서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구글 전 회장인 에릭 슈미트는 “반도체 칩의 목적지를 아는 것은 아마 매우 좋은 일이다. 예를 들면, 모든 반도체에 별도의 신호장치를 설치해 인증에 성공한 경우에만 반도체를 작동시키도록 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마블에서는 지문에 의한 추적 기능을 지원하는 제품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업계 내 파트너나 고객과 협력하여 반도체 추적을 진화시켜 나가도록 노력하고 있다.

업계 단체인 글로벌 세미컨덕터 얼라이언스(GSA)에서는 가맹 기업에 반도체에 태그를 붙여 추적할 수 있는 ‘트러스트드 IoT 에코시스템 보안(TIES)’의 구축에 임하도록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1개 2달러의 반도체로 추적장치를 실현하는 것은 가격을 인상하지 않는 한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이미 블록체인과 디바이스 식별자 등 필요한 것은 모두 갖추어져 있다. 추적 비용보다 전쟁장비에 전용되는 것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라고 받아들여지면 이는 곧 실행될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