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주목되는 것은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주에 이 청구 건수가 6만1000건 급증한 187만 건으로 지난 2021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곧 구직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데 그만큼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해 3월부터 9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지속해서 올림에 따라 마침내 미국 노동 시장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동 시장이 둔화하면 기업은 임금인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 높은 인플레이션 사태 속에서 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미국인들의 호주머니 사정이 나빠지고, 이는 곧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 미국 경제에서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줄면 경기가 둔화한다. 연준은 금리를 올리면서 이런 시나리오가 전개되기를 기대한다.
미국 은행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기업과 가계 대출을 줄이고 있다. 은행이 대출을 줄이면 경기가 위축된다.
크리스토퍼 럽키 FWD 본드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지난 몇 개월 동안 지켜본 끝에 드디어 우리는 경기 침체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됐다”면서 “미국 경제가 하강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의 골이 깊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월가의 대체적 분석이라고 로이터가 전했다. 노동 시장에 균열이 생겼지만, 여전히 산업 전 분야에 걸친 대규모 실업 사태가 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아직 20만 건대 중반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역사적으로 볼 때 비교적 낮은 수준이라고 미 언론들이 평가했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5% 올라 2021년 이후 최소폭으로 상승했으나 연준이 오는 5월 2, 3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월가가 전망했다. 3월에 변동 폭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이 5.6%에 달해 연준이 기대하는 만큼 아직 물가가 잡히지 않아 금리를 동결하기는 이르다는 게 연준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3월 비농업 일자리가 23만6000개 증가했다. 지난 2월에는 일자리가 31만1000개 증가했었다. 미국의 실업률은 2월 당시의 3.6%에서 약간 더 낮아진 3.5%로 집계됐다.
연준은 지난달 22일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높은 4.75~5.00%로 올렸다. 연준은 지난해 3월 이후 9번 연속 금리를 올렸고, 미국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치에 이르렀다.
FOMC 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치인 점도표(dot plot)상의 올해 말 금리 예상치(중간값)는 5.1%(5~5.25%)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2월 예상치와 같은 수준이다. 연준이 다음 달 3일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점도표를 통해 제시한 금리 인상 예상치는 5~5.25%에 이르게 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