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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닛산, 중국 시장서 고전...EV 전환 전략 실패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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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닛산, 중국 시장서 고전...EV 전환 전략 실패로 위기

닛산은 세계 최대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닛산은 세계 최대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닛산자동차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닛케이에 따르면 8월 중국 신차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28.9% 감소하며 3개월 연속 큰 폭으로 감소했다. 중국 시장의 급속한 전기차(EV) 전환에 따라 휘발유차 중심의 닛산의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

6월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28.0% 감소, 7월 33.6% 감소, 8월 28.9% 감소 등 EV 전환과 가격 경쟁이 치열한 중국 신차 시장에서 닛산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토요타자동차가 6월 12.8% 감소, 7월 15.4% 감소, 8월 6.6%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쓰비시자동차가 중국 생산에서 철수를 결정하는 등 도태의 물결이 몰아치는 가운데 닛산도 무사할 수 없다.

닛산의 중국 시장 부진은 신에너지차나 하이브리드차 출시가 늦어지고, 엔진차에서도 3기통 엔진을 장착한 것이 중국 소비자의 니즈에 맞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골드만삭스증권 유자와 고타 매니징 디렉터는 "닛산이 신에너지차나 하이브리드차에서 경쟁업체에 뒤처졌고, 엔진차에서도 3기통 엔진을 장착한 것이 중국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닛산은 이러한 부진을 개선하기 위해 2023년 7월 2024년 3월기 중국 판매 계획을 전년 대비 23% 감소한 80만대로 기존 예상보다 33만대 하향 조정했다.

닛산에게 중국 사업은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2023년 3월 중국 판매량은 104만대로 전체의 32%를 차지하며 북미, 일본, 유럽을 제치고 주요 지역 중 1위를 차지했다. 골드만삭스증권의 추정에 따르면, 2023년 3월기 순이익에서 중국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4%로 도요타의 18%, 혼다의 27%를 웃돌며 일본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높다.

판매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닛산이 예상했던 2024년 3월기 중국 사업 흑자 확보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닛산은 2024년 3월기 연결 순이익이 전년 대비 53% 증가한 3400억 엔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중국 사업 부진으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S&P 글로벌 레이팅스의 나카이 카츠유키 수석 애널리스트는 "닛산의 중국 사업은 비용 구조와 브랜드 파워에서 타사보다 사업 기반이 취약하다"며 "현지 업체들이 부상하고 있어 수익성 하락 리스크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닛산의 자동차 사업의 대당 영업이익은 2023년 3월기에 1만8000엔으로, 스바루의 30만9000엔, 토요타의 24만7000엔, 마쓰다의 12만8000엔을 크게 밑돈다. 카를로스 곤 전 회장 시절의 확장 노선으로 비용이 팽창하고 신모델 투입이 늦어진 것이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닛산은 2021년 3월기부터 4년간의 사업 구조개혁 계획인 '닛산 넥스트(NEXT)'를 통해 수익성 중시 노선으로 선회하고 있다. 생산 능력과 차종을 줄이는 등 비용 절감에 힘쓰고 있다.

자동차 사업의 잉여현금흐름은 2022년 3월기까지 3년간 누적 1조3267억 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2023년 3월기에 1867억 엔의 흑자로 전환하며 적자 폭을 축소했다.

한편, 자금 수요도 커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르노와의 자본관계 재검토다. 지난 7월 르노와 최종 계약을 맺고 르노의 닛산에 대한 지분율을 43%에서 15%로 낮춰 상호 15%씩 출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르노가 설립하는 EV 신회사 암페어에 최대 6억 유로(약 950억 엔)를 출자하고, 르노가 신탁회사에 맡긴 닛산 주식 약 28%(약 7800억 엔 상당)의 일부를 환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외에도 2021년 3월기부터 7년간 EV 등 설비투자에 2조 엔을 투자할 계획이다. "판매금융에 의한 자금조달 효과 등으로 자금사정이 악화될 우려는 없다"(야마토증권 우치다 다이키 크레디트 애널리스트)고는 하지만, 현금화 규모가 작지 않다.

현재로서는 판매 환경이 양호한 북미 지역의 가격 인상이 수익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반도체 공급 부족 해소로 수급이 완화되면서 가격 인상에 따른 이익 증대 효과는 연초에도 한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금 흐름의 지속적인 개선을 위해 중국 사업 부양은 필수적이다.

닛산은 2021년 3월기부터 7년간 EV 등 설비투자에 2조 엔을 투자할 계획이다. 야마토증권 우치다 다이키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판매금융에 의한 자금조달 효과 등으로 자금사정이 악화될 우려는 없다"고 밝혔지만, 현금화 규모가 작지 않다.

현재로서는 판매 환경이 양호한 북미 지역의 가격 인상이 수익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공급 부족 해소로 수급이 완화되면서 가격 인상에 따른 이익 증대 효과는 연초에도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중국 사업 부양은 현금 흐름의 지속적인 개선을 위해 필수적이다.

닛산 우치다 마코토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 애널리스트 설명회에서 중국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하고, 일정 수준의 판매 회복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우치다 사장은 중국 내 효자 차종인 세단 '실피'와 새로 출시하는 다목적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시카이' 등의 판매에 힘을 쏟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내년부터는 여러 신에너지 차량을 앞당겨 출시할 방침이며, 올 가을에 발표할 중기 경영계획에서 중국 사업의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할 예정이다.

스기우라 세이지 토카이 도쿄 리서치센터 수석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전기차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지는 독자적인 전략을 내놓을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토추경제연구소의 후카오 산시로 수석연구원은 "닛산은 중국 시장에서 전기차뿐만 아니라 커넥티드카 기술에서도 뒤처져 있다.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상품 구성의 재검토 등을 통해 브랜드 파워를 회복할 수 있을지가 과제"라고 지적했다.

토요타와 혼다가 엔화 약세와 북미 호조에 힘입어 상장 이래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닛산은 1989년 6월에 기록한 상장 이래 최고가(1700엔)에서 60% 하락했다. 예상 PER(주가수익비율)은 7배대로 토요타의 14배대, 혼다의 10배대보다 낮아 성장 기대감이 높지 않다. 타사보다 뒤처지는 구도가 고착화될 수 있어 반등 대책이 시급하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