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중앙은행 마이너스 금리 고수에 역대급 엔저
추세 장기화땐 한국기업들 수출경쟁력 하락 전망
추세 장기화땐 한국기업들 수출경쟁력 하락 전망

일본 엔화 가격이 끝을 모른 채 추락하고 있다. 8일 오후 2시 20분 기준 엔화는 867.05원에 거래되고 있다. 원‧엔 환율이 860원대로 하락한 것은 2008년 1월 15일(865.28원) 이후 처음이다.
슈퍼 엔저 현상은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를 홀로 고수하면서 엔화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유럽 등 국가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연달아 올렸지만 일본은 지난 2016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뒤 현재까지 연 -0.1%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이유는 일본 경제에 여러 이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정책은 기업과 가계의 금융비용을 낮추면서 국내 수요를 촉진하고 성장을 지원한다. 또 엔화를 약화시켜 일본 기업의 해외 사업 이익을 환산할 때 엔화 수익을 향상시킨다.
이외 에너지 가격 상승도 작용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연료비용 상승이 엔화 약세를 가속화했다. 일본은 에너지 자원을 대량으로 수입하고 있어, 환율 변동이 에너지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6일 나고야시에서 열린 한 강연회에서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분간 일본 엔화 약세 현상을 방관하겠다는 입장이다.
슈퍼 엔저에 힘입어 일본 상장기업들은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지난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올해 4∼9월 반기 실적을 발표한 3월 결산 상장사 393개사의 실적을 집계한 결과 제조업체는 반기 순이익이 약 7조 엔(약 61조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4% 늘고 비제조업은 약 6조 엔으로 32% 증가했다.
제조업 중에서는 자동차 업체가 슈퍼 엔저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렸다. 글로벌 자동차 판매 1위 업체인 토요타는 순이익이 2조5894억 엔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2.2배에 달했다.
비제조업은 엔화 약세에 따른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이익 증가 기업 비율이 65%에 달했다.
한국 기업들에 미치는 슈퍼 엔저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많은 전문가들은 세계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 가격 경쟁력이 일본산보다는 떨어지겠지만 과거에 비해 충격은 낮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슈퍼 엔저 추세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수출업체들도 적잖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